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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멍에 벗은 전교조…노동계 미칠 파장은?



경제 일반

    법외노조 멍에 벗은 전교조…노동계 미칠 파장은?

    '근거없는 법외노조 통보는 무효' 大法 판결에 정부도 발 빠른 후속조치 약속
    진보교육감 지부 중심으로 활동했던 전교조, 중앙 교섭 등 본격 추진할 듯
    '법외노조 통보' 제도 삭제 유력…해고·실직자 노조할 권리 보장에도 영향 미칠 듯

    법정 향하는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씌워졌던 '법외노조'의 멍에가 대법원 판결로 풀리면서 7년 동안 묵혔던 노동조합으로서의 전교조의 위상이 정상화될 길이 열렸다.

    더 나아가 교사 및 해고자 등 누구나 노조할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관련 법 개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외노조' 처분에도 실체적 노조로 활동했던 전교조…본격적인 중앙 교섭 나설 듯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전교조)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부도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부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향후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전교조는 정부를 상대로 노조아님 통보를 취소할 뿐 아니라 △전임자 현장 복귀 명령 △전교조 사무실 지원금 회수조치 △단체교섭 중단 및 단체협약 효력상실 통보 △각종 위원회에서 전교조 위원 해촉 등 이른바 4대 후속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당초에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정부가 파기환송심의 결과를 기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선고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법원이 단순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수준의 판결을 내리지 않고,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동부 시행령 자체가 무효라고 명시한 만큼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장은 이번 판결로 전교조의 노조로서의 활동에 눈에 띄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이 있는 대구, 경북, 대전 등 4개 지역을 제외하면 나머지 14개 지역에서는 사실상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하고 시도교육청과 전교조 시도지부 간에 단체교섭·정책협의를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전교조 본부 간에도 '노조 아님' 처분 이후 단절된 채 정책협의 형태로 실무적인 대화가 진행된 덕분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유예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전교조가 노조의 지위를 회복한만큼 단순히 학교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중앙 차원의 단체 교섭이 활발히 재개될 전망이다.

    전교조 강정구 정책실장은 "예컨대 올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한 학급당 20평 이상 교실에 20명 이하의 학생을 둬 안전한 학교를 마련하자고 요구할 계획"이라며 "이처럼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요구를 하려면 중앙 교섭 차원에서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비단 교섭 테이블 뿐 아니라 노동쟁의 조정신청,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 노조로서의 권리를 다시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전교조의 목소리를 낼 길이 열렸다.

    이 외에도 올해 처음으로 조합원 수가 한국노총을 앞지른 민주노총으로서는 제1노총으로서의 위상이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전교조는 공식 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6만여 조합원이 조직률 통계에서 제외됐는데, 이들이 통계에 편입되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외노조 통보 제도' 삭제 유력…'해고자도 노조할 권리' 법 개정에도 힘 실려

    아울러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제도' 자체가 무효로 판정된만큼 관련 법·시행령 개정도 추진될 전망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했던 빌미는 전교조 투쟁에 참여했다가 해직된 교사의 조합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 2조 4항에 적시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 상태이므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경우'라는 것이 당시 정부의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위와 같은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해야 한다는 관련 시행령 9조 2항를 근거로 '법외노조' 처분이 내려졌다.

    그런데 대법원은 해당 시행령 조항이 노조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데도 명확한 법적 근거나 위임 없이 행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1987년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 명령'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비록 노동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해당 시행령 조항이 삭제·개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편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에는 문제의 노조법 2조 4항을 수정해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에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지만, 노동자의 노동3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맥락 속에 판결을 내린 점을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별개의견에서 김재형 대법관이 조합원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노조법 조항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점을 감안하면 법 개정 작업에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할 수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 신인수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 배경을 살펴보면 결국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며 "누구나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하도록 국제기준에 맞게 시급히 노조법을 개정해야 하고, 이번 판결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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