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천 서구청에 부착된 공무원 자가격리 안내문. (사진=주영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직원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감에 따라 대면 업무는 9월 7일부터 가능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3일 인천 서구청 내 사무실 입구에 적힌 안내 문구다. 이재현(60) 인천 서구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곳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 인천 10개 군‧구 중 유일하게 전담 역학조사관 배치했지만 구청장 '확진'이 구청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가'에 들어가면서 서구는 공식적으로 최종윤 부구청장 체제로 운영된다. 구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구청장마저도 확진되면서 서구청은 '초상집' 분위기다.
최 부구청장을 비롯한 각 실‧국장들은 외부 접촉을 끊고 내부 회의에 집중하고 있다. 민원부서를 제외한 각 부서 공무원들도 대부분 재택근무에 들어가 대면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서구가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건 인천시 내 10개 군‧구 가운데 유일하게 지방의무사무관을 역학조사관으로 배치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장이 확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구청장은 평소 이 역학조사관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상황을 공유한다며 방역에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 구청장은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기록됐다.
3일 인천 서구청 인근의 한 동네 커피전문점에 부착된 안내문.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동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주영민 기자)
◇ 200m 사이에 두고 구청‧교회서 나란히 집단감염…불안한 시민들이날까지 인천 서구청(서구의회 포함)과 관련한 코로나19 감염사례는 모두 1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이 구청장을 포함한 8명은 공무원이다. 나머지는 공무원 확진자의 가족이나 업체 관계자 등 접촉자들이다.
지난달 22일 서구의회 사무국 직원(27‧여)이 처음 확진됐고, 다음 날 서구청 본청 직원인 A(54)씨가 추가 확진됐다. 이들의 감염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직원 전수검사 등을 통해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 구청장은 A씨의 접촉자로 분류됐다. 그는 지난달 23일 초기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와 자가격리 했지만 이달 1일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났고 다음 날 확진됐다.
서구 주민들은 구청 집단감염의 여파가 구청장까지 이어진 것을 놓고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서구청으로부터 약 200m 떨어진 인근에는 최근까지 38명의 집단감염 사태를 야기한 교회가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교회는 대면 예배를 금지한다는 방역당국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철야예배를 강행했다. 인천시는 최근 이 교회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코로나19 확산 불안감이 커지면서 서구청 인근 소상공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서구청 인근 한 동네 카페는 자체적으로 매장 내 음식과 음료 섭취를 제한했다. 고객 밀집시간대인 오후 3~5시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카페도 눈에 띄었다.
애초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하면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 매장에 대해서만 내 음식과 음료 섭취를 제한했지만 인근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자 코로나19 확산 방지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다.
지난달 19일 청라호수공원에서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이 자전거 동호회 주민들과 공유자전거 시승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인천 서구 제공)
◇ 무리한 외부일정이 '독'됐나…서구 "구청장 확진은 외부‧대면행사와 별개 문제"일각에서는 이 구청장의 확진 소식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지자체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보인다.
이 구청장은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이어지던 지난달에도 외부행사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23일 이전의 일정을 보면 그는 지난달 18일 작은 도서관 개관 행사와 치매안심마을 선포식을 비롯해 19일 공유 자전거 시승식, 20일 쓰레기 처리 방안 관련 주민 간담회 등에 참석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달 20일 주민간담회에서 A씨와 접촉했다. 특히 이 간담회에는 A씨뿐만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과 주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A씨 확진에 따라 검사를 해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 조처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할 지자체가 대면행사를 강행하면서 불필요한 감염 가능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구는 이 구청장의 감염에 대해서는 대면행사나 외부행사 참석과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 구청장이 간담회가 열린 지난달 20일뿐만 아니라 같은 달 18∼21일 지속적으로 A씨 등 확진 공무원의 대면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행사와 별개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구청장 역시 지난달 21일 확진된 직원 2명으로부터 30여분가량 대면보고를 받았을 때 감염된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