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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 기로…남대문 상인 "여기는 유령도시"



사건/사고

    코로나 '재확산' 기로…남대문 상인 "여기는 유령도시"

    16일 서울 확진자 141명 기록하는 등 전국 279명으로 치솟아
    명동 대로변 노점 4곳뿐…"코로나 이후 관광객 전혀 없어"
    골목마다 '임대' 내건 폐업·휴업매장 속출…흡연자들만 서성
    확진자 나온 남대문시장 '적막'…상인들 "여기는 유령도시"
    "대구 신천지 때는 매출 10분의1↓…지금은 아예 초토화"

    앞서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케네디상가.(사진=이은지 기자)

     

    올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코로나 사태'가 반 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지만 확진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6일에는 서울의 확진자가 141명을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일일 확진자 수가 200명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특히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교회 등 종교시설, 방문판매업체, 시장, 학교, 카페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감염 재확산이 우려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서둘러 2단계로 격상하는 한편, 이번 교회발 집단감염이 대구 신천지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취재진이 직접 찾은 서울의 냉각된 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간만의 '맑은 날'도 고요한 명동…"저녁에 가게들 문 내리면 캄캄해져"

    지난 12일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모습.(사진=이은지 기자)

     

    지난 12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쨍쨍한' 한낮이 찾아왔다. 역대 최장기 장마였던 지난 2013년(49일)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50일째 이어진 빗줄기가 잠시 멈춘 만큼 유동인구가 조금은 늘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금세 오산(誤算)임이 드러났다.

    이날 오후 3시쯤 둘러본 서울 중구 명동 일대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대한민국 상권 1번지'라는 명동 쇼핑거리에는 단순 이동차 통행하는 사람이 대다수였고, 매장에 들르거나 쇼윈도 안을 기웃거리는 방문객도 적었다.

    유니클로 매장이 위치한 명동대로 초입부터 명동예술극장까지 '메인'거리에서는 각각 모자, 덴탈마스크, 양말, 수박주스를 파는 노점 4곳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명동 쇼핑거리가 가지각색의 먹을거리와 상품으로 발길을 붙잡았던 '노점의 꽃'임을 상기하면 초라한 풍경이었다.

    노점상으로 명동에서 20년 넘게 양말 장사를 했다는 60대 여성 A씨는 "명동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장사가 항상 잘 되는 곳이었다. 호텔이 많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았고, 한국인이 한 10%, 외국인이 약 90%였던 것 같다"며 "코로나 때문에 지난 3월부터 관광객이 전혀 안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노점도 정말 많고 오후 4시쯤부터 (자리를 펴고) 장사를 했다"며 "그런데 이제 다 안 나오고 다른 직장을 가거나 집에 있는 상황이고, 저도 돈 벌려고 나오는 게 아니라 답답해서 나온다. 나이도 있고 하니 어디 취직하기도 그렇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 이후에도 장사품목을 바꾼 적은 없다는 A씨는 "여기 가게도 개인이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 문을 닫았다. 직영점 같은 것만 열려 있고 손님도 전혀 없다"며 "(자영업자들은) 이른 저녁에 다 문을 내려서 여기가 캄캄해져 버린다"고 말했다.

    명동 골목에는 한두 매장 건너 '임대'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을 내건 공실일 정도로 폐업·휴업이 허다했다. 명동6길 길목에 자리한 인케이스(Incase), 스프리스(SPRIS) 등 여러 패션매장이 영업을 중단한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적이 드문 폐점 앞에는 흡연자들만이 서성거리며 담배꽁초를 수북이 남겼다.

    명동에서 3년 동안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한 점주 B씨는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기로 했다"며 "지금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아예 손님이 없다. 예전에는 알바(아르바이트)생 3명을 썼는데 지금은 한 명도 안 쓴다, 임대료 내기도 어려우니까…."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 '직격타' 맞은 남대문 "대구 신천지 때는 양반…기약 없어 더 막막"

    지난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일대는 행인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사진=이은지 기자)

     

    앞서 지난 6일 상인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직격타'를 맞은 남대문시장은 상황이 한층 더 심각했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남대문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적막이 감돌았고,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소는 운영이 '전면 중단'된 채 지저분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40년간 여성용 속옷을 팔아온 황모(73)씨는 "뭘 물어보나, 보면 아는데"라며 "지금 한창 장사시간인데 말이 아니다"라고 손을 내저었다. 보통 아침 9시부터 밤 9시를 넘겨 하루를 꽉 채워 장사하던 일과는 이미 옛날 이야기라고 했다.

    황씨는 "지금은 (오전) 10시에도 나오고, 11시에도 나온다. (오후) 5시나 되면 들어가고. 여기 사람이 없잖나"라고 빈 시장거리를 가리켰다. 이어 "여기는 '유령도시'다. 처음에 코로나 터졌을 때보다 훨씬 심하고 IMF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며 "오늘은 한 (오후) 5시 반쯤 들어갈 거다. 더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수십 년 간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켜오면서 많은 단골들을 뒀지만 '다른 곳은 개시(開市)를 안해도 나는 판다'는 자부심이 예전 같지 않다. 황씨는 "여기는 명동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상가 다 문 닫게 생겼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의 첫 확진자가 나온 케네디상가로 향하는 길목은 검은 천으로 폐쇄한 매장들이 대부분으로 '어둠의 장막'을 연상케 했다. 가뭄에 콩 나듯 문을 연 점주들 역시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도 적극적으로 끌지 않는 등 장사에 큰 의지는 없어 보였다.

    총 8명의 상인이 확진된 케네디상가 바로 맞은편에서 의류 도·소매업을 40년간 해온 신모씨는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이) 터졌을 때는 '할아버지'다. 그때는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안 되고 아예 전멸, 초토화된 상황"이라며 "너무 힘든데, (그 당시) 대구가 딱 이랬겠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여름옷 2만 점을 재고로 쌓아둔 신씨는 "관광객이 다 끊어진 데다 여기 오시는 국내 분들이 대부분 40~50대 어르신들인데 코로나 이후 자녀들이 '남대문시장 가지 마라' 하니까…."라며 "요새는 많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갈피가 안 잡히고 해결책도 없는데 큰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신천지를 한 번 겪어봐서 '아 며칠 후면 괜찮겠지', 지금은 그 희망만 바라는 건데 예감이 영 안 좋다. 길어질 것 같다"며 "정상화는 힘들고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바라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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