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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에 한복판' 오승환은 정말 실투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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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에 한복판' 오승환은 정말 실투였던 걸까

    '힘을 다했는데...' 삼성 오승환이 2일 키움과 홈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2사 1, 2루에서 이정후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뒤 아쉬워 하고 있다.(대구=연합뉴스)

     

    한국 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38)은 7년 만에 KBO 리그에 복귀 소감을 밝힌 지난 6월 9일 흥미로운 말을 남겼다. "이정후(키움), 강백호(kt) 등 젊은 선수들과 힘 대 힘으로 붙고 싶다"는 것.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낸 각오였는데 그만큼 자신의 구위를 시험해보고도 싶었을 것이다. 오승환은 KBO 리그에서 통산 444경기 28승 13패 277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69의 전설적 성적을 낸 뒤 2014년부터 해외로 진출했다.

    그의 힘있는 돌직구는 충분히 해외에서도 통했다. 일본 한신에서 2시즌 4승7패 80세이브 평균자책점 2.25, 메이저리그(MLB)에서 16승 13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3.31의 기록을 남겼다.

    그런 오승환은 해외 도박 혐의로 KBO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지난해 삼성에 복귀했지만 올해 6월 9일에야 1군에 등판할 수 있었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과 맞붙어 왕년 끝판 대장의 명성을 확인하고 싶었을 터.

    다만 오승환은 녹록치 않은 세월의 무게감도 느꼈을 것이다. 6월 9일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홈 경기에 등판한 오승환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다만 7년 만의 복귀 초구가 박준태의 방망이에 걸려 2루타가 된 것. 1사 3루까지 위기를 맞은 오승환은 다행히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지만 하마터면 실점할 뻔했다.

    경기 후 오승환은 "이정후와는 시즌 중에 언젠가는 상대할 것 같다"면서 "경기 전 인터뷰에선 힘 대 힘으로 붙고 싶다고 했지만 포수 리드에 맞추겠다"고 살짝 자세를 낮췄다. 당일 오승환과 맞붙지는 않았지만 이날 이정후는 5타수 4안타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6월 9일 오승환이 키움과 경기를 앞두고 7년 만의 KBO 리그 복귀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후 두 달 정도 시간이 흘러 오승환은 마침내 한국 야구의 현재이자 미래인 이정후와 맞붙었다. 생애 첫 대결.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 경기였다. 2 대 2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1, 2루 위기였다.

    오승환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구위에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9회초 등판해 2이닝째를 소화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정후에 앞선 타자 MLB 올스타 출신 에디슨 러셀과 힘 대 힘으로 승부했다. 속구 2개로 윽박질러 0볼-2스트라이크 유리한 볼 카운트에 놓인 오승환은 비록 안타를 맞긴 했지만 3구째도 포심 패스트볼 복판 정면 승부를 택했다.

    득점권에 몰린 오승환은 이정후와 신중하게 승부했다. 초구 시속 130km 중반대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았고, 2구째 전에는 오승환과 사인이 맞지 않는 듯 포수 김응민이 타임을 불렀다. 오승환은 다시 슬라이더로 파울을 유도해 또 유리한 볼 카운트가 됐다.

    이정후도 만만치 않았다. 바깥쪽 묵직한 속구를 커트해냈고, 몸쪽 높은 위협구에 깜짝 놀라면서도 골라냈다. 이후 바깥쪽 흐르는 변화구도 끈질기게 참아냈다.

    결국 볼 카운트 2-2 승부를 해야 할 시점이 왔다. 오승환과 김응민의 선택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힘 대 힘의 승부였다. 그러나 이정후는 오승환의 직구를 통타, 우중간 워닝 트랙에 떨구는 큼직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주자 2명을 불러들이며 4 대 2 리드를 안긴 적시 2루타였다. 사실상 승패를 가른 한 방에 오승환은 할 말을 잃었다.

    '왔다' 키움 이정후가 2일 삼성과 원정에서 연장 10회초 오승환을 상대로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대구=연합뉴스)

     

    사실 오승환이 이정후에게 맞은 공은 이날 33개째 투구였다. 힘이 빠질 만했다. 구속은 중계 화면에 145km로 찍혔다. 앞서 러셀과 이정후를 윽박지르던 140km 후반대의 공이 아니었다.

    제구도 아쉬움이 남았다. 당초 김응민의 사인은 몸쪽 낮은 코스였다. 앞서 유인구 역시 김응민은 원 바운드되는 공을 원하는 듯했지만 바깥쪽으로만 흘렀다. 6구째 속구가 만약 제대로 제구가 됐다면 아무리 이정후라도 적시타를 장담하기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오승환의 공은 가운데 몰렸다. 9회초라면 또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 그러나 30개를 넘긴 투구 수에서 속구는, 그것도 한복판에 몰렸다면 올해 힘이 부쩍 붙은 이정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단 오승환이 한복판 정면 승부를 스스로 택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래야 오승환다웠을 테니까.)

    6월 9일 경기 전 이정후도 오승환에 대해 한 말이 있다. 당시 이정후는 "내가 어릴 때부터 이미 최고 마무리였다"면서 "경기를 마무리짓는 모습이 너무 멋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 나가서도 잘 하고 왔다"면서 "너무 멋이 있었던 존재였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키움 이정후가 6월 9일 삼성과 원정을 앞두고 각오를 밝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사실 오승환은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전 LG 코치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를 합작한 바 있다. 당시 이정후는 8살이었다.

    일단 오승환은 이정후와 첫 대결에서는 웃지 못했다. 본인이 말한 대로 힘 대 힘의 승부였든, 포수의 사인을 따랐든지 간에 첫 만남은 쓴 잔을 마셨다.

    반면 이정후는 아버지와도 한 세대를 함께 풍미했던 우상에게 멋지게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제 첫 만남일 뿐이다. 과연 이들의 이후 대결에서 어떤 승부가 펼쳐질까. KBO를 흥미롭게 하는 또 하나의 스토리다.

    P.S-오승환은 kt 강백호와 승부에서도 아직까지 좋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2번 만나 2타수 1안타 1타점을 허용했다. 올 시즌 성적은 18경기 1승 2패 6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0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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