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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손수호] "가습기 살균제, 또 그 얘기냐고요?"



사건/사고

    [탐정 손수호] "가습기 살균제, 또 그 얘기냐고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가져오신 사건. 오랜만에 이 사건 이름을 듣습니다.

    ◆ 손수호> 네, ‘가습기 살균제 사건’입니다.

    ◇ 김현정> 참사라고 표현하잖아요.

    ◆ 손수호> 네. 세월호 사건과 이 사건을 계기로 법률이 만들어졌어요.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법’이죠. 이 법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란, 다수의 희생자와 피해자가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됨으로써 사망하거나 폐 섬유화, 폐 손상, 호흡기 질환 등 건강상 피해를 입은 사건을 말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가습기 살균제의 심각한 독성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가 정말 발칵 뒤집혔던 건데, 아직도 언제 종결이 될지 모르는 거죠?

    ◆ 손수호> 2011년에 이 일이 드러난 이후 주요 형사사건 재판은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고요. 피해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처음 이 문제가 제기되고 공론화되고 또 재판 진행되는 과정까지 하나씩 살펴볼 때마다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도대체 어떻기에 분노하게 되는지, 먼저 시작부터 살펴보죠.

    ◆ 손수호> 94년에 유공이 개발한 첫 번째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됐는데요. 2000년대 접어들면서 가습기 사용이 늘면서 살균제 수요도 함께 증가했죠. 이 무렵 옥시레킷벤키저, 옥시가 ‘옥시 싹싹 가습기 당번’이라는 제품을 출시해서 인기를 끌었고, 그 이후 비슷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 김현정> 다른 나라에는 없던 제품이에요?

    ◆ 손수호> 정식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건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건 바로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었어요. PHMG라고 줄여서 부르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닌. 정화조 청소에 쓸 정도로 매우 독한 물질이에요. 이걸 사람이 들이마신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이게 왜 유독물로 관리되지 않았는가? 예전부터 그 문제 지적했잖아요.

    ◆ 손수호> 네, 96년 당시 유공이 환경부에 제출한 제조 신고서를 보면, ‘흡입하면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요. 하지만 환경부는 이 물질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고시합니다. 또 산업자원부가 이 물질을 세정제로 간주해서 판매 허가했고요. 그런데 이런 화학물질은 사용 방법에 따라 독성 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거든요.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이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유독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제품 만들어서 출시할 때는 유해성 실험을 하잖아요.

    ◆ 손수호> 해야죠. 하지만 놀랍게도 흡입 독성 시험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바닥 청소제 사용을 가정한 연구를 바탕으로 적당히 추정해서 허가 받았습니다.

    ◇ 김현정> 정말 황당한 일이었는데. 그 다음 나온 업체들도 실험을 전혀 안 한 거예요?

    ◆ 손수호> 안 했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만든 회사가 옥시레킷벤키저인데요. 이 회사가 2000년 제품 개발 당시 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에게 문의했어요. 그런데 그 권위자가 PHMG 흡입 독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니 자체적으로 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거든요. 그런데도 실험 없이 제조했고 판매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다가 어떻게 하다 문제가 발견이 됐죠?

    ◆ 손수호> 2000년대 중반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7년 원인 불상의 소아 폐렴 30건이 보고됐고요. 그래서 2008년 전국의 28개 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실태 파악에 나섰고, 이 괴질환의 사망률이 무려 49.4%인 걸 확인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때는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죠?

    ◆ 손수호> 맞습니다. 그래서 이런 괴질환이 발견된 후에도 가습기 살균제가 계속해서 판매됐죠.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2011년까지 연간 약 60만 개씩 팔렸습니다. 그러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폐가 굳어가는 폐섬유화 증세 환자들이 대거 입원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바이러스 질환이라면 항바이러스제 투약했을 때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 효과가 없었어요. 그리고 상당수의 환자들이 임신 상태였고. 이후 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기 시작했죠.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그렇죠. 그러다 처음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주목하게 된 건 언제입니까?

    ◆ 손수호> 일단 바이러스 질환도 아니고 또 세균 감염 질환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바로 발견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이 병원의 의사가 학회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조사했어요. 우리 병원에 이런 사례가 있는데 혹시 비슷한 진료 사례 있으면 알려달라는 거였는데요. 그 결과 전국 네 곳의 병원에서 유사 환자 사례가 회신됐고요. 결국 이 원인 미상의 폐질환이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질병관리본부에 역학조사를 요청합니다.

    ◇ 김현정> 역학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죠?

    ◆ 손수호> 특이하게도 발병 시기가 비슷했어요. 늦겨울이나 초봄에 발생해서 서서히 진행되다가 갑자기 악화되는 형태였는데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음을 알게 됐고, 동물 실험을 거쳐서 2011년에서야 신종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김현정> 당시에 우리 참 많이 놀랐어요. 어떻게 하면 더 위생적으로 깔끔하게 아이들한테 가습기 틀어줄까 이런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이 쓰던 게 바로 가습기 살균제였거든요. 정말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었죠?

    ◆ 손수호> 일단 이 기업들이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강제 회수 조치가 즉각 이루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미 생산돼서 시중에 풀린 제품은 계속 판매되기도 했죠. 이후 법적 분쟁이 예상되니까 제조사들은 법률적 방어에 나섰고, 정부는 전적으로 기업 잘못이기 때문에 국가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다는 입장을 밝혔죠.

    ◇ 김현정> 이런 상황에서 아까 답답하고 화나는 부분 많다고 그러셨잖아요. 어떤 건지 그 부분을 하나하나 좀 짚어보죠.

    ◆ 손수호> 가장 먼저, 제조업체들의 꼼수.

    ◇ 김현정> 꼼수.

    ◆ 손수호>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아직 확인된 바 없다면서 부인하기 시작했고요. 또 ‘셀퓨’라는 제품을 만든 회사는 폐업해 버렸어요.

    ◇ 김현정> 아예 문 닫았어요?

    ◆ 손수호> 또 문제의 옥시레킷벤키저는 기존 법인 해산하고 유한회사를 새로 설립했는데요. 정상적인 경영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혹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책임을 피하기 위한 시도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죠.

    ◇ 김현정> 옥시레킷벤키저, 이름이 좀 어렵지만 그래도 익숙하시죠, 여러분. 본사가 영국인 그 회사 맞죠?

    ◆ 손수호> 맞습니다. 영국에 있는 레킷벤키저가 본사인데요. 다국적 기업이죠. 그런데 본사의 관리 책임 문제가 제기되니까 본사가 당시에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한국 옥시레킷벤키저하고 관계없다. 하지만 이후 한국 옥시레킷벤키저의 주식 전량을 영국 레킷벤키저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기도 했죠.

    더 어이없는 건 수 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도 실적 좋다면서 전 직원 해외여행 가고요. 가습기 살균제 문제 관련 책임 의심되는 전직 직원들 가운데 이미 한국을 떠난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대부분 소환 조사를 거부했고, 이메일 조사에서도 기억이 안 난다. 나는 한국말을 모르기 때문에 모른다. 등등의 여러 이유로 발뺌했죠.

    ◇ 김현정> 한국말 못해도 그거 번역 통역해 줄 사람 참 많은데. 영국 본사는 끝까지 책임 안 진 겁니까?

    ◆ 손수호> 2011년에 이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니까 미국, 인도를 비롯한 4개 기관에 PHMG 노출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하지만 그 후에도 4년 넘게 그 실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어요. 또 한국의 옥시레킷벤키저가 의뢰한 흡입 독성 실험에서 실험 쥐 20마리 중 절반이 죽었거든요. 그런데 그 보고서의 수령을 거부했고요

    ◇ 김현정> 수령을 거부해요?

    ◆ 손수호> 네, 그리고 검찰에 제출하지도 않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영국 본사와 한국 옥시레킷벤키저가 논의한 것으로도 드러났죠.

    ◇ 김현정> 여러분 기억하실 거예요. 그때 발칵 뒤집혀서 저도 인터뷰 여러 번 했는데요, 실험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거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거잖아요.

    ◆ 손수호> 계속해서 영국 레킷벤키저는 이 사건과 관계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UN까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자 2016년 뒤늦게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과도 굉장히 기이했어요.

    ◇ 김현정> 왜요?

    ◆ 손수호> 피해자 가족들이 사과를 받기는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사과가 이루어진 게 아니라 가족들이 영국까지 찾아갔죠.

    ◇ 김현정> 아, 기억나요. 사과 받기 위해서 이분들이 가신 거예요. 비행기 타고.

    ◆ 손수호> 그래서 겨우겨우 얻어낸 사과죠.

    ◇ 김현정> 잠깐 잊고 있었는데 진짜 다시 화가 나네요. 또 누가 분노를 유발합니까?

    ◆ 손수호> 학자들. 학자의 양심을 저버리지는 않았나. 서울대 조 모 교수와 호서대 유 모 교수. 돈 받고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별로 해가 안 된다는 내용으로 결과 조작해서 결론 내준 거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죠.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재판이 진행됐고요. 호서대 유 모 교수는 유죄 판결 확정됐습니다. 징역 1년 4개월과 추징금 2,400만원. 반면 서울대 조 교수는 아직 최종 판단 안 나왔어요.

    ◇ 김현정> 아직도요?

    ◆ 손수호> 네. 여러 혐의 있었지만, 보고서 조작 부분만 보면 1심에서 유죄 판결 나왔으나 항소심은 이 부분은 무죄로 봤습니다. 다만 다른 건으로 사기 인정돼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나온 상태이고, 현재 대법원 판결 기다리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서울대에 연구 진실성 위원회가 있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대법원 판결 기다리는 중 서울대 연구 진실성 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는데요. 서울대 조 교수의 연구 자료가 조작된 것임을 인정하는 결정문이었어요. 이게 대법원에 제출됐거든요. 대법원의 최종 결과를 기다려봐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정말 양심 없는 학자들입니다. 또 화나는 부분은요?

    ◆ 손수호> 정부 얘기도 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제대로 점검하고 관리하지 못한 부분 그리고 사건이 드러난 후 기업 문제라면서 방치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부분. 물론 이후 피해자들에게 정부지원금 지급됐지만, 2016년 당시 피해 접수를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가 큰 비난 받았거든요. 사실 지금도 이 사건의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어요. 그만큼 쉽게 판단해서 종료하기 어려운 일이죠.

     

    ◇ 김현정> 그렇죠. 결국 마지막으로 호소할 수 있는 곳이 법원인데. 소송은 제대로 다 진행됐습니까?

    ◆ 손수호> 제조업체와 그 관련자들은 유해성을 몰랐다고 주장했고요. 또 실제로 이들이 유해성을 알면서도 일부러 제품 만들어 판매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고의냐 아니냐는 법에서 중요하잖아요.

    ◆ 손수호> 그럼요.

    ◇ 김현정> 그런데 고의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는 결국 안 나왔어요.

    ◆ 손수호> 네. 하지만 처벌을 받기는 했죠. 원료 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또 제품에 거짓 문구를 표시했거든요. 제품 라벨에 아이들도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었는데. 실제 안전한지 확인도 안 했으면서 그렇게 한 거죠.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업무상 과실이다.

    ◇ 김현정> 그러면 어떤 처벌 받아요?

    ◆ 손수호> 이 사람들의 과실이 더해져서 그로 인해 사람들이 다치고 사망했으니까요. 업무상 과시 치사상죄가 되고요. 표시광고법 위반도 인정됐습니다. 다만 사기죄는 인정되지 않았어요. 결국 법인 대표, 연구소장, 연구원 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죠. 그런데 논란의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인 존 리는 무죄 판결 받았고, 현재 구글코리아 CEO로 일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구글이요?

    ◆ 손수호> 네. 요즘 주식 전문가로 유명한 존 리가 아니고요. 동명이인입니다. 그리고 법인들에게도 억대 벌금형이 선고됐는데요. 아직 재판 진행 중인 건도 있어요.

    ◇ 김현정> 어떤 겁니까? 진행 중인 건은.

    ◆ 손수호> SK케미컬, 애경산업에 대한 재판인데요. 옥시레킷벤키저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관련 재판은 끝났지만, 당시 SK케미컬과 애경산업은 처벌을 피했습니다. 이들 회사는 PHMG를 쓴 게 아니라 CMIT, MIT를 썼는데, 그 물질들은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죠.

    ◇ 김현정> 명확하지는 않다.

    ◆ 손수호> 하지만 이후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는 중인데요. 그런데 당시 이들 회사가 그 물질들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고 의심하게 만드는 문건들이 증거로 제출됐거든요. 재판 결과가 아직 안 나왔지만, 앞으로 계속 관심 있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워낙 오래 진행된 사건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기억날 텐데요, 이렇게 다 정리를 하니까, 아, 그랬었지 하면서 더 화가 날 거예요. 손 탐정의 마지막 한마디는요.

    ◆ 손수호>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원인이 확인된 때부터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신고 된 피해자가 7,000명에 가깝고 사망자도 1,500명을 넘겼어요. 게다가 피해자 수가 계속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혹이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이 참사는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잊으면 안됩니다. 계속 기억하면서 이 사건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 갖고 보죠.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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