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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법원, 원폭피해 국가지정지역 밖 첫 인정 판결(종합)



아시아/호주

    日 법원, 원폭피해 국가지정지역 밖 첫 인정 판결(종합)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 이후 쟃더미가 된 일본 히로시마 시가지 (사진=미국방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국가가 피해지역으로 지정한 지역 밖에서도 이른바 '검은비' 피해를 입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법원에서 처음으로 인정됐다.

    NHK는 29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직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검은비 때문에 건강피해를 입었다며 주민들이 제기한 재판에서 히로시마 지방법원이 원고들을 피폭자로 인정해 피폭자 건강수첩을 교부하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일본 정부가 원폭 피해자로 인정하는 기준 지역이 검은비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진 핵폭탄 폭발지점으로부터 대략 5km 범위를 기본으로 한 것에서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핵폭탄 폭발지점에서 남북 19km·동서 11km 범위는 원폭 희생자에 준한 구호조치를 한다는 '건강진단 특례구역'으로 지정돼 이 범위에 있던 주민들은 무료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고 국가가 지정한 암 등 11개 병 가운데 1개가 발병한 경우 피폭자로 인정 받아 피해자 건강수첩이 교부되면서 의료비 등이 제공됐다.

    그러나 이같은 5km 또는 남북 19km·동서 11km 범위 밖의 지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피해 대책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 원고로 나선 주민들은 국가지정지역 보다 넓은 범위에 원폭 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히로시마시는 대학교수 등으로 연구팀을 만들어 원폭 투하 때 검은비가 내린 범위는 국가지정지역의 약 6배에 이른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히로시마시는 연구조사 결과에서 나온 검은비의 범위 전체를 지원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범위 확대를 인정하지 않고 재판에서 범위를 다투게 됐다.

    히로시마 지방법원 타카시마 요시유키(高島義行) 재판장은 이날 판결에서 "국가가 피해 지정구역을 지정할 때 근거로 삼은 당시 기상대 조사는 피폭 직후의 혼란 속에 한정된 인력으로 이뤄진 것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복수의 전문가 조사를 바탕으로 "국가가 근거로 한 범위보다 넓은 범위에서 검은비가 내린 것이 확실하다"며 "국가지정구역 밖이라도 같은 정도로 검은비 영향을 받아 본인이 병을 발병하고 있는 경우라면 피폭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검은비를 받았다는 진술내용에 불합리한 점이 없고 주민들의 진단서 등에서 원폭의 영향과 관련된 병에 걸려 법률에 정하는 피폭자 요건이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히로시마시에 사는 75세~96세까지 주민과 유족 84명은 원폭에 따른 검은비 피해를 주장하며 5년 전에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 선고 직후 히로시마 지방법원 앞에서 원고 측 변호사가 '전면승소'라고 쓴 문구를 제시하는 등 원고와 지자자들이 모여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변호인단은 "그동안의 피폭자 구호행정을 단죄하고 구호행정에 전환을 요구하는 획기적 판결로 평가할 수 있다"며 "히로시마시가 판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하고 구호행정의 기본방향을 재검토하고 모든 검은비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원자폭탄·수소폭탄 피해자단체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원폭 피해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여러영향이 있던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가운데 한 명인 본모 미노루(本毛稔·80)씨는 "피폭 시기로부터 75년이 지났지만 주장이 인정 받았다"며 "재판 도중 숨진 16명의 동료들에게 '이겼다'고 전하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NHK는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과 같이 검은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이 피폭자 인정 기준의 재검토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후생노동성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히데요시(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판결을 충분히 검토한 뒤 히로시마시와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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