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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건우 "연기 '주니어 대표' 정도는 하고 싶어요"



방송

    배우 차건우 "연기 '주니어 대표' 정도는 하고 싶어요"

    [노컷 인터뷰] 배우 차건우 ②
    40대 중반에 어린이 뮤지컬 극단 통해 연기 입문
    '메디아', '인형의 집', '세일즈맨의 죽음', '바쁘다 바뻐', '염전 이야기' 등 연극서 활약
    드라마·영화 집중할 예정이지만 "연극 무대는 항상 그리워"
    "평생 배워야 해서 '배우'라는 말 있듯,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것"

    지난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난 배우 차건우 (사진=황진환 기자)

     

    학창 시절부터 운동하면서 한국체대에 진학한 청년은 20여 년 후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을 본인을 한 번이라도 상상한 적이 있을까.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밴드부 보컬을 맡고, 대학가요제에도 참여해 보고 싶었다는 그가 꿈은 품은 오히려 '가수'에 가까웠다.

    삶은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무너지고 나서 생계를 위해 급히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때, 어린이 뮤지컬 극단 공고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우연히, 차건우는 연기를 시작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배우 차건우를 만났다. 인터뷰가 처음이고, 본격적인 사진 촬영할 때도 여전히 긴장한다며 조심스러워하던 것과 달리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상반된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은 아직 낯설어요"라고 말했다.

    ◇ 어린이 극단에서 성인 극단으로

    어린이 뮤지컬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 차건우는 8개월 동안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브레멘 음악대' 등 유명 작품에 출연했다. '브레멘 음악대' 공연을 할 때 객원으로 온 배우가 그를 유심히 보고는 대학로에 있는 성인 극단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차건우는 "나이가 들었는데도 열정적으로 하는 게 보기 좋았나 보다. 형님 정도면 발성이나 딕션이 좋다고 하더라. 어렸을 때 (운동하면서) 항상 파이팅을 외쳐서 그런지 목이 단련돼 있었던 것 같다. 저는 그런 루트를 모르니 '나야 좋지' 하고 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성인들을 위한 연극은 처음 해 보는 것이었는데도 운 좋게 '좋은 배역'을 맡았다. 서로 다른 극단의 작품을 보러 오고 가는 게 자연스러웠던 만큼, 다른 배우들과 관계자들도 차건우가 출연하는 연극을 관람했다. 차건우는 "근데 소개 책자에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런 것들만 주로 쓰여 있으니까 '이 사람 도대체 누군데 이 역할을 한 거야?' 하는 반응이 나왔다"라며 웃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보이스 2', '욱씨남정기', '옥중화', '피리부는 사나이', '안투라지'에 출연한 차건우 (사진=각 방송 캡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언과 마법의 능력을 지닌 여신 메데이아를 주인공으로 한 '메디아'(2009)도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성균소극장에서 올린 이 작품에서 차건우는 원래 비중이 큰 배역이 아니었으나 주인공 메디아의 남편 역할을 맡게 됐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으나 마음 놓을 순 없었다. 차건우는 "제가 연극을 잘 몰라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선배님 충분히 할 수 있으니 하세요'라고 해서 그 역할을 맡았다"라고 말했다. '메디아'를 인상 깊게 본 다른 연출의 눈에 들어, 차건우는 '인형의 집'(2010)에도 합류하게 됐다.

    "공연 다 끝나고 난 다음에 쫑파티 할 때 ('메디아') 연출님이 '선배님, 기쁜 소식이 있어요~' 했어요. 전부 다 의아해했죠. 한 번 (공연을) 해 보고 싶다며 제의가 왔다는 거예요. 저도 당황했어요. 이게 뭐지? 꿈인가 생신가 해서요. 이런 경우가 희박한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대학로 벌집삼겹살 집에서 고기 굽고 식판 닦는 알바를 했는데, 연출님이 손님으로 오셨고요. 그렇게 '인형의 집'에서 집사 역할을 했어요. 연극의 어떤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걸 느꼈죠. '메디아', '인형의 집', '세일즈맨의 죽음'(2011)까지 다 처음 들어갔지만 항상 주·조연, (극에서) 놀 수 있는 역할을 했어요. 처음부터 그러다 보니 이후에도 그 정도에서 하게 됐죠"

    차건우는 '바쁘다 바뻐'(2012)를 배우로서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빈민 가정 식구들이 보는 우리 사회 모습이 풍자적으로 담긴 코믹극이다. 1987년에 초연해 대학로 최장기, 최장수 공연으로 손꼽힌다. 차건우는 '바쁘다 바뻐'를 통해 대학로에서 강남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대학로에서 4개월 정도 공연하고 나서 강남아트홀로 장소를 옮겼다.

    늦깎이 배우로 데뷔해 연극을 한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알려진 후, 용산고 동문들이 '배우' 차건우를 보러 온 작품이기도 했다. 차건우는 "맨날 머리 빡빡 깎고 운동장에서 훈련받느라 (얼굴도) 새카맸던 애가 어느 순간 연극한다고 그러는 거다. 친구들이 '쟤 늦은 나이에 어떻게 저런 걸 할 수 있지? 부럽고 대단하다', '네가 연극을 통해 또 다른 삶을 사는 게 너무 보기 좋다'면서 자극받았다고 하더라. 제가 도전하는 걸 보고 상당히 감동했다고 한 게 기억난다"라고 전했다.

    안산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한 '염전 이야기'(2012)는 공개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다. 차건우는 "뭘 모르고 시작했는데 (연극에선) 단역부터가 아니라 주·조연을 자주 맡다 보니 신기했다"라며 "연극할 땐 희열이 있었다. 내 장면이 막 나갈 찰나, 그 바로 전 상황에 긴장될 때가 있다. (제 부분을 연기하러) 팍 나간 그 찰나가 되게 마약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 기분에 맛 들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차건우는 어린이 극단에 있다가 대학로로 옮겨 성인극에 참여했다. '메디아', '인형의 집', '세일즈맨의 죽음', '바쁘다 바뻐', '염전 이야기' 등 다양한 연극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활약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무대는 항상 고향 같은 곳

    차건우는 2014년부터 드라마와 영화 출연을 주로 해 왔다. 연극에 매진하던 중 프로필이 있으면 방송 쪽으로도 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캐스팅 에이전시로 프로필을 보낸 게 출발이었다. 그 후로 '피리부는 사나이', '욱씨남정기', '안투라지', '옥중화' 등 다양한 드라마의 단역을 맡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매체 연기에 중점을 두고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한참 노를 젓고 있으니 조금 더 방송과 영화 연기를 해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항상 고향 같은", "그리운" 연극 무대는 나중에 다시 오를 것 같다. 3개월 공연을 하고 60만 원 받은 적이 있었다는 차건우는 "보통 연극으로는 수입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경제적으로 아직 힘든 상황이라서, 여유가 생기면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저도 그런 생각(생계 문제) 없이 시작했다. '나도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잣대를 갖고 생각하는구나' 하는 자책을 하게 됐다. 그래도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라고 전했다.

    차건우는 올해 5월 신생 기획사 킴스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처음 생긴 소속사를, 그는 "저한테 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나이는 가장 많은데 경력은 제일 신입"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차건우는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맏형으로 있지만, 연기는 아직 신입이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다시 첫발을 한 걸음씩 내딛으려고 한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는 건 무리인 것 같다"라고 웃었다.

    "회사에서 도와주시는 것에 최선을 다해서 하나하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배우는 평생 배워야 해서 배우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려고요. 나이도 많고 앞으로도 시행착오나 좌절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잘 버티며 겪어왔듯이 연극할 때도 늘상 마음속으로 다짐해 왔던 게 있어요. 모진 훈련도 받고 맞기도 하면서 운동할 때 대표 선수가 되고 싶단 마음이 있잖아요. 저도 연기 쪽에서 대표 선수까진 아니더라도 '주니어 대표'까진 해 보고 싶어요. (웃음)" <끝>

    배우 차건우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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