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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훈 "국민소득 3만불? 우리는 야만 국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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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인터뷰] 김훈 "국민소득 3만불? 우리는 야만 국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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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일하다 죽는데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인간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해버린 사회
    신념 위에 사실, 언론은 세력이자 선전매체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7월 8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김 훈(<달 너머로 달리는 말> 작가)


    ◇ 정관용> 오늘 2부에 여러분 좋아하시는 작가 김훈 선생을 초대했습니다. 최근에 새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책을 펴내셨고요. 몇 년 전부터는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이 많으셔서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로도 맹활약하고 계시죠. 그래서 이모저모 말씀 좀 듣고자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김훈 작가님 어서 오십시오.

    ◆ 김 훈> 안녕하세요. 김훈입니다. 반갑습니다.

    ◇ 정관용>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번 책 소설로는 장편소설 몇 년 만이죠?

    ◆ 김 훈> 한 2년 반 만에 장편을 냈습니다.

    ◇ 정관용> 그전이 공터에서.

    ◆ 김 훈> 공터에서라는 장편을 냈었죠.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이 책은 저도 보니까 신화적인 게 아니라 그냥 신화더라고요.

    ◆ 김 훈> 이번에 나온 소설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해서 썼습니다.

    ◇ 정관용> 이런 소설은 처음이시죠?

    ◆ 김 훈> 네, 처음으로 썼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쓰시게 됐습니까?

    ◆ 김 훈> 처음에는 그 소설에 말이 나오는데,말 두 마리가.

    ◇ 정관용> 달리는 말?

    ◆ 김 훈> 네, 홀스. 말이 나오는데. 제가 아주 오래 전에 한 십여 년 전에 미국여행을 하다가 말을 봤어요, 야생마를 봤어요. 그랜드캐니언 아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야생마를 봤는데 그 말들이 아주 아름답고 강하고 외로워보였어요. 그 말을 보는 순간에 말에 대해서 뭔가를 써야 되겠구나 하는 막연한 충동을 느꼈죠. 그것이 발단이 돼서 쓴 소설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말들이 거의 주인공이에요.

    ◆ 김 훈> 주요한 등장인물이죠.

    ◇ 정관용> 여기 이제 초승달이 뜨면 그 달을 향해 그냥 달려가는 신월마라는 종이 나오고. 또 하나는 달리다가 자기 목덜미 핏줄이 터져서 피를 흩뿌리는 비혈마. 그런 말이 진짜 있어요?

    ◆ 김 훈> 그런 말은 제가 다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말의 종자들입니다.

    ◇ 정관용> 굉장히 궁금했어요.

    ◆ 김 훈> 그걸 다 어떻게 기억을 하고 계시는지요.

    ◇ 정관용> 목덜미 핏줄이 터져서 피를 흩뿌리며 달리면 나중에 그 피가 어떻게 아물지? 참 바보 같은 궁금증을 가졌군요.

    ◆ 김 훈> 말이 속도를 맹렬하게 냈을 때 목의 혈관이 터져서 피가 나오면 이 피가 뒤로 안개처럼 뿜어져나오는 그런 상상을 했죠.

    ◇ 정관용> 그냥 상상이죠?

    ◆ 김 훈> 네.

    (사진=파람북 제공)

    ◇ 정관용> 그리고 이 책 뒤에 후기 비슷한 문장 중에 표현하시기를 이렇게 쓰셨어요. 세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서식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 책은 그 답답함의 소산이다. 세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 이게 뭐예요?

    ◆ 김 훈> 그게 소설에서 문명과 야만이 막 충돌해서 큰 혼돈이 일어나잖아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혼돈. 그런데 거기서부터 탈출해 나가려는 말들을.

    ◇ 정관용> 달리는 말? 언어가 아닌.

    ◆ 김 훈> 말의 절망과 말의 희망 그런 것들을 썼죠. 그러니까 세상을 지금 있는 이런 서로 인간들끼리 적대하는 이런 세상을 좀 지워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은 그런 소망이 저한테 있었던 거죠. 그런 것들을.

    ◇ 정관용> 야생마들만 뛰어노는 세상?

    ◆ 김 훈> 그런 것들을 이번 소설에 표현해낸 것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게 가능하지 않죠?

    ◆ 김 훈> 가능하지 않죠. 가능하지 않지만 또 단념할 수 없는 그런 충동인 것이죠. 내 속에 있는 충동입니다.

    ◇ 정관용> 김훈 작가께서는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아오셨잖아요.

    ◆ 김 훈> 네, 글을 생업으로 한 것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기자로, 수필가로 작가로. 그렇죠? 그런데 글을 그렇게 혐오하세요?

    ◆ 김 훈> 혐오한다기보다는 나는 글이나 책보다도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서 배우려고 애쓰는 사람이에요. 글을 혐오한다기보다는 글보다 더 소중한 것은 사람, 사람을 통해서 배우고 사물을 통해서 배우고 사건이나 사태, 인간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태 이런 걸 통해서 배우는 것이 더 소중하고 인간에게 더욱 값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글. 사람의 말이라고 하는 표현 자체도 결국은 사물과 사람을 온전히 담아서 표현할 수는 없는 거지 않습니까?

    ◆ 김 훈> 글이, 글을 아무리 잘 쓴다 하더라도 인간과 세계의 모든 모습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이죠.

    ◇ 정관용> 그렇죠.

    ◆ 김 훈> 불안전한 존재인 것이죠, 글은. 그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잖아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러나 모든 인간의 언어가 인간의 현실로 돌아와야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글뿐 아니라 말까지도. 그것이 참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답답한 일이죠. 너무 어려운 얘기를 자꾸 하시네.

    ◇ 정관용> 오래전에 수필집에서 우리나라 언론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면서 사실을 기초해서 사실 위에 신념을 세워야 하는데 우리나라 언론은 이게 거꾸로 돼서 신념 위에다가 사실을 놓으려고 하니 이게 말이 되느냐.

    ◆ 김 훈> 그러니까 그것이 자꾸 무너지는 것이죠.

    ◇ 정관용> 그렇죠.

    ◆ 김 훈> 신념 위에다가 사실을 세우려고 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당파성의 언어가 되는 것이죠. 당파성의 언어. 그러니까 어떤 말을 할 때, 내가 어떤 말을 할 때 내가 하는 말이 사실에 바탕한 것인지 아니면 사실에 바탕하지 않고 그냥 나의 욕망을 내가 지껄이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나의 욕망은, 내가 욕망을 지껄일 때는 내 욕망이 정당한 것인지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이 없이 그냥 의견을 사실처럼 말해버리면 그런 언어는 소통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런 말을 할수록 인간이 단절되는 거예요, 인간사회가. 지금 많이 단절이 돼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참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항상 경계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정관용> 서로가 자기의 욕망을 투영한 자기 의견을 사실인양 말하고 그러면서 상대방은 거짓이라고 말하고 서로 사실이라고 주장하니까 소통이 안 되는 거고.

    ◆ 김 훈>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이 사실에 바탕한 객관적인 저널로 존재하지 않고 어떤 당파성이나 사회 세력으로 존재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 정관용> 아예 그냥?

    ◆ 김 훈> 네.

    ◇ 정관용> 언론의 포장마저 지워버렸군요?

    ◆ 김 훈> 그런 것은 참 답답한 일이죠. 하여튼 세력으로 존재하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액터네요. 심판이 아니라. 행위자네요. 그럼 십수 년 전 수필집을 냈을 때보다 더 심해졌죠?

    ◆ 김 훈> 그렇죠. 점점 그런 현상이 심해졌어요. 그러니까 나는 어떤 언론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A라는 언론은 그 A라는 회사의 기관지로구나 싶어요. B라는 언론은 또 그 회사의 기관지고. 그가 추종하는 이념의 기관지고 선전매체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것은 참 비극적인 생각인데 우리는 북한 언론을 북조선 선전매체라고 하잖아요. 그렇죠?

    ◇ 정관용> 그렇습니다.


    ◆ 김 훈>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도 그런 이념의 선전매체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은 두려움이 있는 것이죠.

    ◇ 정관용> 맞습니다. 이게 일맥상통하게 연결돼서 말이나 표현 또 글보다는 사물, 사람 그리고.

    ◆ 김 훈> 사건.

    ◇ 정관용> 그것이 이루어낸 사건과 사실.

    ◆ 김 훈> 사태, 사태. 이 끔찍한 사태.

    ◇ 정관용> 하여튼 그것에 천착해서 겸손하게 글을 쓰고 겸손하게서 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시지 않습니까?

    ◆ 김 훈> 그렇죠. 그런데 그 말을 참 어려워요. 말하기처럼 어려운 게 없어요.

    ◇ 정관용> 그래서 이 책에도 이번에 내신 책의 뒤 표지에도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멋집니다.

    ◆ 김 훈> 그 말은 멋지다기보다는 내가 글을 쓰는.

    ◇ 정관용> 원칙이시죠, 소신이시고.

    ◆ 김 훈> 나의 원칙이고 나의 괴로움을 토로한 것이죠. 글이란 너무 써놓고 나면 정말 내가 하려던 말이었나 하는 두려움이 들어요.

    ◇ 정관용> 칼의 노래 쓰실 때 첫 문장은 꽃은 피었다인가 꽃이 피었다인가로 몇날며칠을 고생하셨다고.

    ◆ 김 훈> 우리나라 조사의 문제죠, 조사. 한국말은 조사를 읽어야 되거든요. 문법적인 기능이 조사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사를 읽지 않으면 문장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조사라는 것은 한국어의 좋은 점이기도 하고 또 이렇게 불편한 점이기도 해요, 저는. 저한테는 좀 조사를 다룬다는 것은 늘 불편해요.

    ◇ 정관용> 그런데 어쨌든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를 고뇌하시는 것도 과연 그것이 사람, 그 사건, 사태,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일까 그 고민 때문이잖아요.

    ◆ 김 훈> 그래요. 꽃이 피었다고 하면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거죠. 꽃이 피었다는 그 사실을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이고 꽃은 피었다라는 것은 거기다 어떤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주관적 정서가 개입된 거예요, 꽃은 피었다. 꽃은 피었다 하면 좀 뭔가 노래가사같이 되어가지 않아요.

    ◇ 정관용> 아무튼 그 소설의 첫 문장에 그 둘 중에 뭘 선택할 것인가 고뇌하는 마음 있지 않습니까?

    ◆ 김 훈> 그런 것들이 나 자신에 대한 엄격성인데 그것도 내가 너무 심한 것 같아요,그런 게. 그래서 나 자신이 괴로운 거예요.

    ◇ 정관용> 거듭거듭 그런 말씀을 청해 듣고 싶은 게, 우리 언론 또 우리 글과 말을 다루는 사람들한테 정말 꼭 소중한 말씀이라 그런 말씀을 듣고 싶었어요.

    ◆ 김 훈> 그렇죠. 그리고 워낙 그렇게 당파적인 언론이.

    ◇ 정관용> 안 되죠.

    ◆ 김 훈> 자기의 인간이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좀 세련되고 교양 있게 표현한 기술이 전혀 없어요. 그냥 다 맞짱뜨자고 덤비는 거예요.

    ◇ 정관용> 저도 참 걱정이면서 저 스스로 제대로 하고 있는지 매일 저도 불안불안하고 걱정입니다. 이번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이 소설 읽는 독자에게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었다, 한 말씀 하신다면.

    ◆ 김 훈> 그러니까 우리가 말 두 마리가 완전히 말 두 마리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고.

    ◇ 정관용> 말 두 마리의 야생.

    ◆ 김 훈> 야생. 완전히 망가져서 두 발로 서지도 못하도록 망가진 말들이 그런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하려고 애쓰다가 끝나는 것이죠. 그 탈출에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저는 쓰지는 않았어요. 하여튼 탈출을 시도하는 걸로 끝나는데. 이런 질곡에서 세계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어쨌든 소중하고 인간에게 고귀한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쓰려고 그랬는데 그것이 잘 됐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제가 처음에 소개한 것처럼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실에 깊이 천착하시고 집회에도 앞장서시고. 시민단체 공동대표도 맡으시고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 김 훈> 계기가 내가 얼마 전에 오래전에 동네에서 배달하는 청년이 음식을 뒤에 싣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 나는 걸 봤어요. 내 눈앞에서 쓰러지셨는데 뒤에 자장면, 짬뽕을 실은 그 배달통이 터져서 짬뽕국물이 길바닥으로 쏟아지고 양파 무슨 된장 이런 게 쏟아지고 자장면 국수가 흩어지는 걸 봤어요. 그 배달하는 청년은 머리가 터져서 피가 나고. 그 피가 흘러서 짬뽕국물하고 막 뒤섞이는 걸 봤어요. 그걸 보고 이것은 참 끔찍한 일이로구나 그런 충격을 받았죠. 아주 그런 사고를 보니까 그것이 사무쳐서 그 일을 계속 생각하게 됐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게. 그리고 제가 시민단체 대표로 되어 있는데 우리 단체는 공동대표가 11명이에요, 제가 그중에 한 명인데 제가 여기서 무슨 앞장서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그냥 곁다리로.

    ◇ 정관용> 힘 보태주시는 것만으로도 크죠.

    ◆ 김 훈> 그냥 하라는 대로 하고. 미는 대로 밀려가는 사람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날 그런 끔찍한 현장을 보시고 자료를 좀 찾아보시니까 한국의 산업재해, 그로 인한 사망의 실태가 어떻게 와닿으시던가요?

    ◆ 김 훈> 이곳은 참 야만 국가로구나,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로구나 싶었어요. 이곳은 우리가 국민소득 3만 달러라고 하는데 이것이 다 말짱 헛일이구나 싶었어요. 이런 걸 방치해 둔다면. 도저히 인간이 살 수가 없는 세상이로구나 하는 그런 두려움을 느꼈죠.

    지난 4월 29일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총회에 참석한 소설가 김훈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러면서 그 3만 불이라고 외치면서 이런 야만이 동시 존재하는 구조적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 김 훈> 그것은 인간이 그런 사태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했어요. 이것이 큰일이 났다는 생각을 안 하고 그것이 몇십 년 동안 거듭거듭 계속되니까 그것이 일상으로 돼버린 거예요. 우리의 삶은 본래 이런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라는 그런 일상적인 생각에 주저앉은 것이죠. 그러니까 앞으로 나갈 수가 없이 된 거예요.

    ◇ 정관용> 그런데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그런데 안 하고 있다 그러셨잖아요.

    ◆ 김 훈> 안 하고 있어요.

    ◇ 정관용> 뭘 하면 되는 거예요?

    ◆ 김 훈> 뭘 하면 되는지가 다 나와 있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조금 구체적으로.

    ◆ 김 훈> 수많은 세미나, 토론회, 특집기사, 총리 발표, 박사학위 논문 다 나와 있어요, 어떻게 하면 될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고 그쪽으로 가지를 않는 거예요.

    ◇ 정관용> 누가 안 가는 겁니까?

    ◆ 김 훈> 그러니까 다들 주저앉아 있는 거죠. 제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까지 살던 대로 우리는 사는 게 편안하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이죠.

    ◇ 정관용> 그럴까요?

    ◆ 김 훈> 네. 그렇게 된 거예요.

    ◇ 정관용> 자본이 판치는 기득권의 저항 때문에 못 가고 있는 거 아닐까요?

    ◆ 김 훈> 그런 점이 있죠. 재난산업재해는 거의 대부분이 기업 이윤의 틀 안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 정관용> 100% 그렇죠. 산업재해라면 다 그렇죠.

    ◆ 김 훈> 재해가 발생하면 기업 이윤의 틀 안에서 이것이 관리가 되고 처리가 돼요. 발생도 그렇게 되고. 그러니까 이것이 여태 이 지경까지 왔는데 이것은 기업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야만적 사태거든요. 그런데 기업은 이것을 스스로 해결하지를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위험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그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고 우리가 이것을 기업가 정신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은 자기 내부의 야만적인 모순을 향해서는 작동이 안 돼요. 이윤을 향해서만 작동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기업이 이 문제를 자기 스스로 해결할 기업가 정신이 없는 거예요. 그건 증명이 돼 있죠. 그러니까 이 난리가 벌어진 거죠.

    ◇ 정관용> 그럼 사회가 기업에게 강제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김 훈> 기업이 자율적으로 자기 스스로의 기업가 정신으로 이걸 해결할 수 없다면 법에 의해서 강제하고 처벌하고 막대한 벌금을 물리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죠. 그런 입법을 지금 하는 움직임이 국회에 있는데 그것이 정말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법으로 만들어져 통과가 될 수 있을는지는 참 또 의심, 기다려봐야 되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 문제는 지금 우리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된다는 논리가 있잖아요.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기업의 이윤이 많아져야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이 안정되기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된다고. 그런데 그런 논리도 경제적으로는 타당한 논리예요. 그러나 그것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되겠다는 그 경제 논리가 노동의 지위나 노동의 위상을 약화시켜서는 안 되는 거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무슨 신앙이나 이데올로기처럼 만들어서 그걸 노동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결과가 되니까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럼 우리가 노동하다가 죽는 나라를 만들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 정관용> 말도 안 되죠.

    ◆ 김 훈> 지금 그렇게 돼가고 있어요. 이것을 우리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럼 기업들이 자기 괴로움이 반기업 정서 때문에 기업하기가 어렵다 그러잖아요. 이렇게 되면 반기업 정서가 더 팽배되는 거죠.

    ◇ 정관용> 당연한 얘기죠, 당연한 얘기죠. 기업들이 세계 일류 글로벌 스탠더드 이런 이야기를 막 하잖아요. 그러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정도의 그런 규제와 그런 입법에 의한 산업안전보호조치 이런 건 자기들이 나서서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 김 훈> 그렇죠. 그리고 자기네들이 자기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아야 돼요. 그것이 기업가 정신이죠.

    ◇ 정관용> 저희 시사자키도 오래전부터 특히 산업재해 문제는 관심을 갖고 산재타파라는 코너도 저희가 진행한 바 있고 이번 총선 즈음에서는 이른바 기업살인법. 이거 다수당된 여당이 이걸 처리 못하면 그건 다수당 될 자격이 없다, 이런 소리까지 하고 있는데 될까요?

    ◆ 김 훈> 거기도 아마 또...

    ◇ 정관용> 누가 와서 비틀겠죠, 또?

    ◆ 김 훈>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된다는 그런 논리와 그런 로비들이 들어오겠죠.

    ◇ 정관용> 그렇죠.

    ◆ 김 훈> 그것을 정말 어떻게 그것을 바로잡아나가야 하느냐, 이것도 정말 새로운 국회의 사명이겠죠.

    ◇ 정관용> 그렇죠.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감시를 해야 되죠. 우리 김훈 선생님께서도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타시고 국회의사당 주변을 계속 이렇게 다녀주세요.

    ◆ 김 훈> 제가 무슨 힘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정관용> 이 말 타고 달리시면 무서워서 다들 고개를 조아릴 것 같습니다. 오늘 오래간만에 모신 작가 김훈 선생 함께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 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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