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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대학병원서 4년간 사용



사건/사고

    '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대학병원서 4년간 사용

    사참위 "대학병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사용돼"
    '유독물질' 성분으로 '식기소독' 용도로만 써야하지만…
    납품업체가 '허위 제품설명서' 작성해 대학병원에 납품
    병원, 내부 '지침서'에 해당 제품 '가습기살균용' 명시
    사참위 "피해 사례 파악 위해 정부 차원 전수조사 필요"

    29일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병원 내 가습기살균제 사용' 관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부위원장(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회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학병원에서 기구 등의 살균·소독에만 사용하게 돼 있는 소독제를 약 4년 동안 가습기에 넣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병원은 내부 문건에서 해당 소독제를 '가습기살균' 용도로 명시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총 4년 4개월 동안 A대학병원에서 식재료·식기살균용 소독제를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병원은 원내 '감염관리지침서'에 따라 '하이크로미니(하이크로정)'를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했다. 병원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명시적인 지침에 근거해 지속적·체계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사참위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업체인 B사는 원래 해당 제품을 '식재료' 또는 '식기'의 살균 용도로만 판매했다. 그러던 중 국내에서 가습기살균제가 많이 팔리기 시작하자, 임의로 해당 제품 또한 가습기살균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 해당 제품의 주성분인 'NaDCC(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가 당시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많이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병원 내 가습기살균제 사용' 관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부위원장(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B사는 해당 제품을 "가습기내 세균과 실내공기,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세계 60개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안전한 제품"이라며 '허위 문구'를 작성해 A병원에 홍보했다. 이에 A병원은 정식 계약을 체결한 납품업체를 통해 B사의 제품을 주문했다. 이렇게 병원에 전달된 양만 3만7400정(374박스)이다. 해당 제품은 가습기 통을 씻는 용도가 아닌, 가습기에 물을 채운 상태에서 넣어 사용됐다.

    사참위 조사2과 최성미 과장은 "당시에는 약사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으로 규율이 됐기 때문에 식품첨가물의 용도에 대하여 허위표시 또는 과대광고를 할 경우 행정제재의 대상이었다"면서 "식약처 관리감독 여부를 확인한 결과, 2005년부터 현재까지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로 행정제재 받은 살균소독제는 총 7건이었는데, 하이크로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B사 역시 관련 제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A병원은 해당 제품을 '감염관리지침서'에 포함하기 전 원내에서 자체적으로 '소독제심의위원회'까지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사참위 관계자는 "(소독제심의위원회에) 하이크로정을 사용하게 된 근거로 제출된 문건으로 (B사가 만든 허위) 제품 설명서와 함께 임상자료가 있었는데, 이건 하이크로정이 아닌 다른 NaDCC 제품의 임상자료를 이름만 바꿔서 제출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NaDCC'는 2014년 '유독물'로, 2015년에는 '유독물질'로 지정된 성분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이 성분을 주로 사용했던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엔위드'와 '세균닥터'다. 이중 엔위드를 사용해 건강피해를 입었다고 환경부에 신고한 사람만 93명이다. 엔위드 제품과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함께 사용한 사람 중 5명이 폐 질환을 인정받았고, 엔위드 제품만 사용한 2명은 천식 질환을 인정받았다.

    하이크로정이 해당 병원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린 제보자는 사망했다. 제보자가 하이크로정에 의해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해당 기간 동안 A병원에서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 현황 역시 현재 파악되지 않았다. 만약 정부가 전수조사 등을 통해 하이크로정으로 인한 피해자를 발견한다면 과실치사·치상 등을 적용해 B사에 대한 수사의뢰도 가능할 전망이다.

    29일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병원 내 가습기살균제 사용' 관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부위원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회견에 앞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B사는 당시 하이크로정을 유치원이나 요양원, 요양병원, 산후조리원 등에도 납품했다. B사는 조사 과정에서 A병원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해당 제품을 가습기살균 용도로 판매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이 역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참위 최예용 소위원장은 "엔위드나 하이크로정처럼 가습기살균제로 팔았든, 그것이 아닌데 용도를 전환해서 팔았든 간에 이로 인한 피해나 사망 등이 확인되면 당연히 공소시효 여부 등을 따져서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하이크로정을 사용한 부분만 확인됐고, 피해 여부는 확인이 어려우니 이를 정부가 나서서 일괄 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혹시라도 과거에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병원(요양병원 포함)의 '감염관리지침'을 전수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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