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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9살 '위기아동'이었는데…골든타임 놓친 지자체·학교



경남

    학대 9살 '위기아동'이었는데…골든타임 놓친 지자체·학교

    올해 1월 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위기아동' 등록
    지자체·학교 코로나19 이유로 적극적인 현장 확인 안 해

    시민에게 구조된 A양. (사진=자료사진)

     

    경남 창녕에서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여자 초등학생이 올해 초 '위기 아동'으로 분류됐는데도 해당 지자체와 학교 모두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하고 아이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목숨을 걸고 탈출한 9살 A양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지난 1월 위기 아동으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학대 등 위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2018년 3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장기 결석과 병원 기록 등 40여 종의 공적 정보를 수집해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아이를 찾아 방문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지자체에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학대 정황이 보이면 즉각 분리하고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연락해야 한다.

    A양도 위기 아동으로 분류돼 창녕군에 통보됐지만, 현장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퍼지면서 현장 방문이 쉽지 않아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창녕으로 이사 온 올해 1월부터 학대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전화 통화 또는 집 밖으로 불러서라도 상태를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 아동에 대한 정보가 교육 현장과 공유되지 않은 부분도 허점이지만, 교육당국도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

    담임 교사는 A양 부모에게 여러 번 연락했고 가정 방문까지 했지만, 번번이 A양과의 만남은 실패했다.

    A양의 친모는 교과서 전달 등을 위해 집에 방문한 담임 교사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직접 만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코로나19가 좋은 핑계가 됐다. 장기간 등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세 차례나 방문했는데도 A양을 만나지 못했다면, 모든 상황을 열어 놓고 전화 연결을 해서라도 아이 상태를 확인했어야 했다.

    지자체와 학교 모두 적극적인 행정을 하지 못해 A양의 학대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보호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우리 경남에서 벌어진 것에 대해 정말 송구한 마음"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아동 보호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A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창녕의 한 빌라 4층 테라스 지붕을 넘어 탈출한 뒤 인근 거리에서 시민에게 구조됐다.

    계부와 친모는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난간에 자물쇠로 고정해 움직이지 못 하도록 했고, 욕조 물에 머리를 담가 숨을 못 쉬게 하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발을 지지는 등의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당한 탓인지 A양은 지난 11일 건강을 회복하고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집에는 돌아가기 싫고 학교는 가고 싶다"는 뜻을 보호기관에 전달했다.

    경찰은 자녀들의 임시 보호 명령에 대해 항의하며 자해·투신 소동을 벌여 응급 입원이 된 계부·친모가 13일 퇴원하는 대로 추가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만약 소환 조사에 불응하면 체포 영장 발부 등 강제 수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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