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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어제 아침 전화를 받지 않았을까?…오늘이 가늠자



통일/북한

    북한은 왜 어제 아침 전화를 받지 않았을까?…오늘이 가늠자

    北 공동연락사무소 직통전화 수신 오락가락
    실수 아닌 과거 철수처럼 '상부의 지시' 따른 것으로 관측
    김여정 담화 지지하는 대규모 군중시위 '폐쇄의지' 반영
    전화 수신 번복에는 '수위 조절' 의도 관측
    9일 통화가 분수령 "전화 받으면 아직 폐쇄 아니야"
    "연락사무소·개성공단·군사합의 관련 김여정 화법 주목"
    김정은 대신 김여정이 나서는 이유…'정상 채널 여지' 남겨

    (이미지=연합뉴스)

     

    북한은 8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가동을 상징하는 직통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탈북민의 전단 살포를 집중 비난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경고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폐쇄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오후에는 전화를 받음으로써 이런 우려는 덜어졌다. 통일부는 북한이 오전 통화에서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와 상황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오전에 남북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인 직통전화를 받지 않았다가 오후에 받은 것이 실무자의 단순 실수이거나 해프닝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똑 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사례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3월 22일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 한다'는 입장을 통보하고 실제 철수를 했다가 사흘 만에 복귀한 적이 있다.

    북한은 이 때도 철수 및 복귀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당시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철회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에 오전에 한 차례 전화를 받지 않은 것, 그러고 나서 오후에 다시 전화를 받은 것은 모두 그 때처럼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일단 북한이 오후에 전화를 받았다고 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와 통일전선부 대변인의 담화가 경고한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한 북한의 철폐 의지가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를 낸 것과 관련, 북한 각계 반응을 6일 1면에 실었다. 사진은 평양종합병원건설장 노동자들이 "탈북자 쓰레기 죽탕쳐(짓이겨) 버려야" 등 선전물을 들고 비난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북한은 이를 지지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를 연달아 열어 북한 주민들의 결기를 돋우고 세를 과시하고 있다. 전담살포 금지법안 등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용할 카드라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남북연락채널 수신을 번복한 과정에는 '수위조절'의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현재 연락 채널을 제외하고 잠정적으로 가동이 중단 상태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를 우려한 북한의 요구로 우리 상주인력이 철수하면서 상징적으로 전화선 하나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남북관계의 경색 속에 평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전화가동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이 현재 남북연락사무소 역할의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유일 연결고리인 연락채널을 끊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선택지를 좁히고 실효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징성만 남은 남북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을 끊는 것이 북한으로서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북한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남북연락사무소의 연락채널을 현 시점에서 끊는 것이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락채널을 끊는 것은 북한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당분간 탈북민의 추가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 대응 조치, 전단 살포 금지법안 추진 현황 등을 봐가면서 대응하겠다는 것, 우리 정부가 더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9일(오늘) 상황이다. 북한이 이날 오전에 다시 전화를 받으면 일단 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을 유지한다는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통화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전화를 받으면 북한이 경고한 연락사무소 철폐는 아직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완전 철거와 9.19남북군사합의 파기 경고도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 제1 부부장의 담화가 날이 강하게 서 있지만, 유명무실해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공단, 9.19 남북군사합의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그것까지 날리지 말라, 기존 남북합의 사항을 지키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비난 담화를 계속 내는 등 '대남 총괄'로 나선 것도 정상간 탑다운 채널의 가동 여지를 남기는 측면도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김 제1부부장을 내세워 일종의 완충장치의 효과를 꾀한다는 것이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비난의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미국주도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로 과거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현 시점에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상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문제 해결의 한 방법으로 정상외교 채널을 유지한다고 해서 무력 도발 가능성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전략 무기'를 언급한 연말 전원회의, 핵 억제력 강화와 격동상태에서의 전력무력 운영방침을 언급한 지난달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경고한 김여정 담화 및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속에 있는 기본 기조는 '새로운 길' 모색에 따른 전략 수정에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대응을 우려하는 만큼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 등 판을 완전히 깨는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대남·대미 압박을 위해 적절한 시점을 골라 고강도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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