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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모호·우파는 반발…김종인發 기본소득, 말로만?



국회/정당

    재원은 모호·우파는 반발…김종인發 기본소득, 말로만?

    김종인 "기본소득 검토"…파격 행보로 정치권 들썩
    취약계층 겨냥 사회보장 확대 논의도…'보수 가치' 환기 움직임
    김종인표 기본소득, 명확한 정의‧구체적 재원 대책 모호 지적도
    당내 일각선 보수 이념 근간 균열 우려…보편복지 경계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진 기본소득 이슈가 정치권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논쟁적인 이슈인 기본소득을 보수정당 수장이 본격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자체가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총선 참패 후 통합당 재건을 위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시사한 김 위원장과 함께 당내 초선들 사이에서도 사회보장제도 확대 등 '보수 가치' 재정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보수정당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면서 당론 채택 등 현실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종인이 던진 기본소득…판 파레이스의 '실질적 자유' 화두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은 재산‧소득‧고용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를 대비한 제도로 핀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선 기본소득을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을 언급하는 등 일찍부터 관심을 보여 왔다. 사실상 지난 1일부터 비대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김 위원장은 취임 1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기본소득 카드를 던지며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초선모임 연사로 참석해 "보수가 지향하는 자유는 어떻게든 사수해야 하는 가치"라면서도 "말로만 형식적 자유라는 것은 인간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가치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실질적 자유'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먹을 수 없으면, 그 사람한테 무슨 자유가 있겠냐. 그 가능성을 높여야 자유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비유를 통해 '실질적 자유' 개념을 꺼내 들었다.

    '자유'의 철학적 의미를 두고 자칫 진부한 이론 논쟁에 빠질 우려도 있었지만, 해당 개념을 대중적 언어로 쉽게 풀어낸 점에서 김 위원장의 정치적 내공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김 위원장의 '실질적 자유' 언급은 벨기에 정치철학자 필립 판 파레이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21세기 기본소득'의 저자인 판 파레이스(Parijs)는 1996년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이라는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여기서 '실질적 자유'란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는데, 기회 보장을 위해 교육과 의료 서비스는 물론 적절한 기본소득까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본소득 전문가인 이원재 LAB2050 대표는 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자유'에 대한 해석을 두고 북유럽 사회적 자유주의 진영에서 사용하는 의미를 선택한 것 같다"며 "단순히 '빵'을 선택할 수 있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획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야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뜻"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줄 잇는 '보수가치' 재정립 움직임…당내 반발에 험로 예고

    기본소득 이슈를 필두로 한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와 함께 당내에서도 '보수 가치' 재정립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당내에선 2016년 총선에 이어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이번 총선까지 보수진영이 4연패를 당한 근본적인 원인이 보수 가치에 대한 철학적 빈곤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과거 독재정권 잔재와 지역주의에서 탈피해 진정한 보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인물이 근대적인 사회보험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비스마르크(Bismarck)다. 1871년부터 1890년까지 프로이센 재상을 역임한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 탄압법을 제정할 정도로 보수주의자였다. 그러나 질병 보험법과 사고 보험법, 노령‧장애 보험법 등을 적극 도입하며 현행 사회보장 제도의 초석을 다졌다.

    당내 초선모임을 이끌고 있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보수주의자인 비스마르크가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 오히려 좌파정책이라 불리는 사회보장제도를 적극 도입했던 역사를 되돌아 봐야 한다"며 "보수진영이 '규제 완화'만 외치며 빈부 격차가 커지는 상황을 지켜볼 게 아니라, 사회 안전망 구축을 선도하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8년 김병준 비대위원장 또한 보수 가치 재정립에 공을 들였지만, 계파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하향식 논의'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금은 당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가치 논쟁에 뛰어드는 등 '상향식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 당시와 다르다는 분석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기본소득 정의 불명확·재원 대책 언급없어…통합당 내 '선별복지론'과 충돌

    이처럼 김 위원장과 당내 일부 세력들의 개혁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통합당의 정책 전환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총선 참패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종인 비대위'라는 극약 처방을 선택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합당이 극우 '태극기 세력'에 휘둘렸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노선 전환은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 또한 '기본소득'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취업 전선에서 밀려난 취약계층과 청년층 등을 타깃으로 삼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재명 경기지사나 총선 때부터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온 시대전환 등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진보 이슈를 선점해 이목을 끌기 위한 전략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12년에도 진보적 이슈로 꼽히는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새누리당의 승리와 박근혜 정권 창출에 일조했지만, 결국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하지 못한 바 있다.

    당내에선 유승민 전 의원과 정진석‧장제원 의원 등이 직간접적으로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 행보에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김종인 비대위'를 찬성했던 의원들 사이에서도 기존 선별복지의 틀을 깨는 기본소득 도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한 영남권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소득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에서 끊어서 지원해야 한다"며 "진보진영이 선점해오던 '기본소득'이란 용어도 보수가치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용어로 차별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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