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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우가 이태오보다 싫어했던 '부부의 세계' 캐릭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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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우가 이태오보다 싫어했던 '부부의 세계' 캐릭터는

    [노컷 인터뷰] '부부의 세계' 민현서 역 심은우 ①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민현서 역을 연기한 배우 심은우를 만났다. (사진=앤유앤에이컴퍼니 제공)

     

    '저 하늘색 셔츠 입은 사람 누구야?' 짧은 순간에도 시청자들은 알았다. 장면에 집중하게 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를. 동거 중인 남자친구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지만 그를 '괜찮게'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떠나지 못하는 사람, 처음에는 지선우(김희애 분)의 환자 중 한 명이었으나 나중에는 서로 협력하는 사이가 되는 민현서. 심은우는 지금까지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아마도 가장 널리,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처음부터 민현서 역할로 '부부의 세계' 오디션을 봤다. 심은우가 본 민현서는 '할 게 되게 많은' 역할이었다.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 너무 하고 싶었다.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은 '왠지 내가 잘할 것 같아'라는 데까지 이어졌다. 심은우는 이 과정을 합리화와 최면이라고 표현했지만, 제작진의 선택 역시 심은우였다. 그래서 우리가 본 그 민현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부부의 세계' 민현서 역을 연기한 심은우를 인터뷰했다. 심은우는 본인이 생각한 민현서와, 김희애가 표현한 민현서가 일치해서 놀랐다고 밝혔다. 심은우는 민현서가 그리 약하지만은 않은 인물이라고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부부의 세계'는 오디션으로 들어가게 된 건가. 처음부터 민현서 배역으로 봤는지도 궁금하다.

    민현서 역할로 봤다. '아, 내가 현서가 되겠다!' (웃음) 그건 아니고… 오디션 대본을 받았는데 일단 전체 대본이 아니라 그것(민현서 부분)만 봤는데도 역할이 할 게 되게 많은 거다. 감정을 되게 다 쪼개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되게 매력 있겠다 싶더라. 캐릭터를 만나서 되게 다양한 걸 해볼 수 있다는 건 배우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일단 너무 하고 싶었고! (웃음) 너무 하고 싶으니까, 왠지 잘할 것 같아, 내가 잘할 것 같아, 그렇게 합리화했던 것 같다. 저 스스로. (웃음) '내 안에 현서가 있는 것 같아!'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김칫국을 마셨다. (웃음) 1차, 2차, 3차를 봤는데, 저는 3차까지 오디션인 줄 알고 되게 긴장하고 갔었는데 (제작진이) '뭘 또 봐~' 이러시는 거다. (웃음) 그땐 너무 좋아서 표현이 안 됐다.

    심은우가 맡은 민현서는 지선우(김희애 분)의 환자이자, 동거 중인 연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는 역할이었다. (사진=JTBC 제공)

     

    ▶ 민현서 역할을 처음 봤을 때와, 드라마를 마치고 난 지금의 느낌은 다를 것 같다. 민현서는 어떤 인물이라고 보았는지.

    상상해 봤는데 현서는 음… 엄청 추운 겨울에, 나뭇잎이 하나도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앉아 있는 한 마리의 새라고 생각했다. 그 새가 되게 위태로워 보이는데도 떨어지지 않는다. 나약하지만 생존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미지를 그리고 현서에 접근했다. 신기했던 게, '부부의 세계' 스페셜 인터뷰에서 희애 선배님이 저를 두고 '그 친구를 보면 비 오는 날 벌벌 떨고 있는 한 마리의 새 같았다'고 하신 거다. 되게 신기했다.

    ▶ 민현서는 동거 중인 연인 박인규(이학주 분)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는 캐릭터다. 극중 상황에 몰입하다가 두려움을 느꼈던 적이 있나.

    학주 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한다. 인규일 때랑 본인일 때랑 굉장히 다른 사람이라서 촬영 끝나고 나면 빨리 (저도) 그 상황에서 나왔던 것 같다. 한 번 그런 적은 있다. 선우가 현서 집에 찾아와서 구해주는 장면이 있었다. 저도 현서 집을 처음 보는 거였는데 '아, 여기가 현서 집이구나. 나는 이런 옷을 입고 있네, 이런 몰골이네, 이런 꼴로 질질 끌려가네'… 이런 것들이 되게… 그때 되게 감정이 차오르더라. 올라오더라.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했다, 이 데이트 폭력이란 게. 그때 현서의 삶에 대해 간접적으로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날 실제로 굉장히 많이 울어서 집에 갈 때 되게 멀미 났다. 토할 것 같고 머리 아프고, 그런 걸 감정 멀미라고 하는데 몇 번 느꼈다.

    ▶ 민현서는 처음엔 박인규를 두고 "그렇게 나쁜 애 아니에요. 내가 꼭 괜찮은 남자로 만들 거예요"라고 하지만, 나중에는 박인규를 거절한다. 그렇게 달라지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선우가 현서를 통해서 본인의 모습을 보듯, 현서도 선우를 통해서 본인의 모습을 봤던 것 같다. 그래서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했을 거다. 알면서도 못 끊는 게, 내가 (인규를) 괜찮은 남자로 만들 거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미련한 착각인지를, 선우를 통해서 많이 느낀 것 같다. 이건 아니라고. 선우가 마지막까지 (저를) 도와주지 않나. 새 삶을 찾으려고 떠나는데 인규가 또 쫓아왔고, 그때 완벽하게 정신을 차린 것 같다. 현서가 어떤 결단을 내리는 데 선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다.

    심은우가 맡은 민현서는 극중 동거 중인 연인 박인규(이학주 분)로부터 계속 폭행당하지만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고, '괜찮은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 믿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둘 사이에 희망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박인규를 거절한다. (사진='부부의 세계' 캡처)

     

    ▶ 민현서는 극중에서 중도 하차하는데, 이후 어떻게 살았을 것 같은지 상상해 보았나.

    (제작진은) 현서가 어디론가 떠나도 더 행복하게는 못 지낼 거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웃음) 저는 아닐 것 같다. 저의 바람이기도 하고. 현서는 절대로 자기주장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동안 인규를 못 벗어난 건 현서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공포스러운 감정이 지배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현서도 과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지 않나.

    인규가 상처 입은 거, 트라우마 있다는 걸 분명히 알았을 테고 거기에서 연민을 느꼈을 거다. (자기처럼) 똑같이 상처 입은 사람이 뭔가 변하기를 바랐을 거고. 지금 이렇지만은 평소에 다정했던 모습이 분명히 있었을 거고. 내가 (인규를) 괜찮은 남자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 않았을까. 착각이었지만. 그래서 인규를 못 놓고 있던 거다. 인규 죽음으로 인해 완전히 그 끈을 놓게 돼서 진짜 흰 도화지가 된 것 같다. 현서는 분명히 어느 곳에 가서도 잘살 것 같다.

    ▶ '부부의 세계'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 가장 공감이 간 캐릭터와 가장 공감할 수 없었던 캐릭터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공감이 안 갔던 캐릭터는 설명숙. 진짜 싫었다. (웃음) 이태오보다 더 싫었다. (일동 폭소) 진짜 얄미운 거예요. 얄미운 연기를 너무 잘하시니까, 연기란 걸 알면서도 너무 (그 캐릭터가) 싫었다. 설명숙은 진짜 아니었다. 나중엔 괜찮아졌는데 갑자기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공감 갔던 건 그나마 제일 유일하게 정상적인 인물인 예림이(박선영 분). 되게 공감 갔다. '결혼이란 게 이렇게 쉬운 거였나'라고 아등바등하면서 우는 장면에서 연기를 정말 잘하셔서 몰입이 됐다.

    심은우는 '부부의 세계'에서 가장 공감할 수 없었던 캐릭터로 채국희가 연기한 설명숙을 들었다.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지탄받은 이태오(박해준 분) 캐릭터보다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반면,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캐릭터는 박선영이 연기한 고예림이라고 밝혔다. (사진='부부의 세계' 캡처)

     

    ▶ '부부의 세계'는 매회 강렬한 엔딩으로도 화제를 모았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엔딩을 꼽자면.

    첫 회부터… (웃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시작과 동시에 마지막회야?' 이런 말을 진짜 많이 들었다. 다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런 드라마였던 것 같다. 1화도 그렇고, 준영이(전진서 분)가 (지선우-이태오 재회를) 알았고, 영상 찍은 것도 준영이었다는 회차도 그렇고 딱 꼽을 수가 없다. (방송 끝나면) 전화가 엄청 왔다. (웃음) 이제 끝이냐고 물어보면 저는 "아직 아니야, 더 있어. 더 기대해도 좋아"라고 말하곤 했다. (웃음)

    ▶ '부부의 세계'를 찍고 나서 부부나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는지.

    저희 드라마가 결코 비혼 장려 드라마나 불륜녀 고발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건강한 가정의 중요성을 말하는 드라마다. 잘못된 선택으로 가정이 파괴될 수 있고 관계가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잘 설명해 준 드라마 같았다. 이 사회에 결혼과 가정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할까. 저는 '건강한 가정이 되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다. 사실 사람 마음이 흔들릴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들릴 순 있지만 여러 번 생각해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이런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저, 굉장히 좋은 시청자 아닌가. (일동 웃음)

    ▶ '부부의 세계'라는 작품이 본인에게 어떻게 남을 것 같나.

    이 드라마를 통해서 '아, 내가 배우로서 뭔가를 하고 있구나!' 하고 배우로서 존재를 증명한 작품이 된 것 같다. 그래서 고맙다. 앞으로 더할 수 있겠구나, 더 나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어떤 희망도 보여준 것 같다. 진짜 '부부의 세계' 스페셜 인터뷰 때도 "20대 마지막 선물 같다"라고 했는데 내년에 30대가 되는데 그땐 더 많은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배우 심은우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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