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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채 방치된 하청 노동자…원청은 '묵묵부답'



사건/사고

    숨진 채 방치된 하청 노동자…원청은 '묵묵부답'

    지난 13일, 강원 삼척 삼표시멘트 공장서 비정규직 노동자 숨져
    기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김용균재단 "고 김용균의 죽음과 너무도 비슷…일터, 바뀌지 않고 있다"
    올해 산안법 개정안 시행됐지만…원청, 하루도 되지 않아 작업 재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 원청 책임 인정·유족에 사과해야"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지난 13일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특히 사고가 일어난 지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숨진 채 발견됐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가 숨진 고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여러 대책이 나오고 법 개정도 이뤄졌지만, 산업 현장에서 '안전'은 비용만을 강조하는 원청의 무관심 속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고 김용균의 죽음과 너무도 비슷하다. 우리의 일터가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고로)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60대 근로자인 김모씨는 지난 13일 오전 11시쯤 시멘트 재료를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사고를 당했다. 시멘트 업체 하청업체 소속인 김씨는 기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머리를 넣어 확인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사고 뒤 2시간여만에 발견됐다. 원청은 2인 1조 수칙을 지켰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근로자들은 "김씨(6호기)가 함께 일하던 근로자(7호기)와 100여m 떨어져 있었다. 서로 말을 하면 잘 들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김씨 혼자 점검 업무를 한 것이다.

    당시 고용노동부 보고서는 사고 시각을 오전 9시 25분으로 추정했지만 발견 시점은 오전 11시 10분이다.

    책임 주체인 원청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고 뒤 하루 만에 공장을 재개한 사실이 확인됐다.

    재단은 "사고 직후 6호기는 작업이 중지됐지만, 바로 옆 7호기는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가 작업이 재개됐고 이후 문제가 제기되자 중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지난 1월 16일부터 원청의 책임 강화,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안전수칙 준수 등의 원칙이 여전히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안법 개정안을 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해당 작업이나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재단은 "작업중지를 해제할 때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런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원청이 사고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재단은 "이번에 사고를 당한 김씨가 일하던 곳은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데다 설비가 30년 이상 돼 조명이 어둡고 계단, 통로 등 작업 환경이 열악했다"며 "정규직인 다른 노동자도 컨베이어벨트 점검 수리 업무를 하다가 소통이 되지 않아 벨트가 갑자기 가동돼 비슷한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노동자들과 유가족이 참여한 현장조사·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 △원청의 책임 인정과 유족을 향한 사과 등을 촉구했다. 유족 측은 "현장에 가고 싶다. 사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하청에 표명했지만, 원청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노동자의 목숨과 맞바꾼 기업의 이윤을 이유로 작업 중지를 풀어주고, 적당히 산안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실무 책임자를 처벌하는 수준의 관행대로 계속 사고 처리를 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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