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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블루] 정혜신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



사회 일반

    [코로나블루] 정혜신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

    코로나블루, 일상적 죽음각인으로 인한 우울·불안
    코로나 사태 속, 우리 모두 트라우마 준하는 내상
    사람간 거리두기로 인한 경계·불신 경험 스몰쇼크
    가정에선 역으로 영역침범으로 갈등 표면화
    경제적 타격 속 가장 경계할 것은 자책·자괴감
    심리적 오지에서 버티려면 자기를 축내선 안 돼
    서로서로가 "괜찮아, 네 탓 아니야" 손 내밀길
    속도·성장에 대한 자성, 코로나가 인류에 준 선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4월 28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 정관용> 코로나19 미증유의 사태 이후 우리의 삶을 조망해 보는 시사자키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 시대="">. 오늘 초대한 분은 바로 이분입니다. ‘당신이 옳다’의 저자이시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오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혜신>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정혜신 박사도 코로나블루 앓고 있어요, 혹시?

    ◆ 정혜신> 저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 정관용> 하도 온 국민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이런 얘기 들려서.

    ◆ 정혜신> 불안하고 무기력.

    ◇ 정관용> 일상은 많이 바뀌셨어요?

    ◆ 정혜신> 바뀌었죠.

    ◇ 정관용> 어떻게 바뀌었어요?

    ◆ 정혜신> 일단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니까 거의 사람들을 안 만나고 있죠.

    ◇ 정관용> 그렇죠.

    ◆ 정혜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집 주변에서 이렇게 많이 생활을 하고 거의 부부 둘이서만 지내는 그런 생활들이죠.

    ◇ 정관용> 오랫동안 안산에 계시다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셨죠?

    ◆ 정혜신> 네.

    ◇ 정관용> 또 그쪽에 무슨 집회 이런 데에서 계속 초대를 하기는 하나요. 아니면 거리두기 때문에 이제 아예 초대도 안 하나요?

    ◆ 정혜신> 그냥 꼭 초대를 한다기보다도 거리두기 때문에 이렇게 꼭 필요한 인원들이 중심.

    ◇ 정관용> 많이 모이고.

    ◆ 정혜신> 그걸 중심으로 모이고 그러죠. 그분들도 민폐가 될까봐, 혹시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줄까 봐 유가족들도 굉장히 조심하고 그러시죠.

    ◇ 정관용> 지금 실직자들도 막 생기고 경제에 큰 타격이 오고 이런 어떤 국가적 충격도 있고요. 동시에 심리적 충격. 오늘 그 문제를 좀 집중적으로 짚어볼까 하는데.

    ◆ 정혜신> 네, 그러죠.

    ◇ 정관용> 코로나블루라는 단어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단어죠, 그러니까?

    ◆ 정혜신> 그렇죠, 지금 새로 나온 신조어인데. 이제 블루라는 게 우울감, 우울증 이런 것들을 그렇게 통상 얘기를 하니까요. 지금 코로나블루라는 게 아주 핵심적으로 불안과 무기력, 경계와 불신 이런 키워드. 우리 모두가 지금 다 겪고 있는 어떤 그런 심리적인 상태라고 생각해요.

    ◇ 정관용> 그런데 아주 극심한 불안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예 밖에 못 나오시는 분. 하루에 손을 200번 씻으시는 분. 이런 분들은 그냥 그런 분들까지 다 뭉뚱그려서 코로나19라고 말할 수 없는 거 아니에요.

    ◆ 정혜신> 그건 아주 그런 분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그런 것들이 일상에서 있었을 거고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 증상들이 코로나19 이후에 조금 더 확장되고 증폭되고 강화되고 그럴 수는 있죠. 그것과 우리가 지금 코로나19 이후에 전반적으로 일상적으로 겪는 그런 불안이나 무기력과는 조금 다르죠.

    ◇ 정관용> 기존에 그런 약간의 강박증 같은 것들을 갖고 있던 분들이 더 심화된 분들은 치료를 받아야죠.

    ◆ 정혜신> 그렇기도 하고 이미 치료를 받고 계셨을 가능성도 있고 그러지 않겠어요.

    ◇ 정관용> 그런데 받고 있다가 좀 나아졌다가 그러면 치료를 받아야겠죠?

    ◆ 정혜신> 그렇죠, 그렇죠.

    ◇ 정관용> 그것과 좀 구별해서.

    ◆ 정혜신> 네, 그것 빼고.

    ◇ 정관용> 그것 빼고 모두가 느끼고 있는 이 코로나블루라고 하는 것. 뭐라고 개념 규정하세요?

    ◆ 정혜신> 저는 지금 코로나블루로 인한 불안이나 우울이나 무기력은 트라우마 상황이라고 보는데요. 그게 왜 그러냐 하면 그 트라우마라는 게 죽음 각인이거든요. 죽음이 내 안으로 훅 들어오는 어떤 그런 치명적인 경험을 했을 때 그러니까 전쟁터에 나갔다가 사람이 죽고 죽이는 현장에서 나만 살아 돌아왔다거나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옆에 늘 두고 있던 아이를 잃었거나 이런 경우들이 이제 트라우마죠. 그런데 그 트라우마의 핵심이 죽음 각인이에요. 그런데 이게 코로나19라는 게 전선으로 치면 저쪽 전장에서 벌어지는 거기서 있었던 사람만 죽음 각인이 돼서 이쪽 후방으로 돌아온, 그런 어떤 부분적인 트라우마라기보다도 이게 우리 일상이 전선인 거죠.

    자료사진 (사진=이한형기자)

     


    ◇ 정관용> 그렇죠.

    ◆ 정혜신> 그냥 주변, 내 주변 일상에서 사망자들이 속출하고 죽음의 위협을 겪고. 그것이 내 옆으로, 우리 동네 확진자가 있다, 그런 긴급알림문자를 받으면 이게 굉장히 내 안으로 훅 들어오는 죽음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이죠. 그로 인한 불안이나 무기력이니까 이것은 사실은 트라우마에 준하는 상황인 거죠. 그러니까 시가전 같은. 저쪽 먼 나라의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죽음 각인이 아니라 시가전같이 내 일상, 옆에서 일어나는 죽음 각인. 나도 무관치 않은, 내 가족도 무관치 않은. 그러니까 트라우마 상황에 준하는 우리가 내상을 입고 있는 중이죠.

    ◇ 정관용> 하루에 몇 번씩 오늘 확진자 몇 명, 사망자 몇 명. 이런 공식발표를 계속 들어야만 되는 게 지금 며칠이에요? 거의 100일 아닙니까?

    ◆ 정혜신> 그렇죠, 그렇죠. 그러니까 기저질환 이렇게 나오고 그 이전에 건강했었다, 어디 살았었던 사람이다, 그 사람들이 이렇게 그냥 요양원에 있던 어떤 노인이었다. 우리 부모가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 이모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런 내 일상과 죽음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이 돼서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는 그런 토대에서 일어나는 불안이나 두려움이나 이런 경계심이나 이런 것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우울이나 불안감은 조금 차원이 다른 것이죠.

    ◇ 정관용> 그러네요. 증상은 어떤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봐야 됩니까?

    ◆ 정혜신> 그런 얘기를 우리가 이제 거리두기라는 말이 그 이후에 가장 많이 들은 얘기잖아요. 나 예전에 사람 잘 믿었다, 사람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 왠지 모르게 사람에 대해서 자꾸 꺼려지고 심지어는 이렇게 가까이 오는 사람 보면 좀 무례한 것 아닌가, 이런 느낌도 들고. 그런 내 자신에 대해서 좀 놀라고. 내가 이런 게 조금 달라졌나, 병들었나, 내가 이렇게 망가지나, 이런 생각까지.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사람에 대한 어떤 경계, 불신 그런 자기에 대한 어떤 약간의 스몰쇼크 이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타인에 대해 경계를 갖게 되고.

    ◆ 정혜신> 그런 나에 대해서 자꾸 어떤 안 좋은 감정을 갖게 되는 거죠.

    ◇ 정관용> 내가 왜 이러지.

    ◆ 정혜신> 내가 병들었나, 내가 잘못된 거 아닌가. 계속 이렇게 되다 보면 내가 어떻게 변하는 걸까 이런 막연한 자기에 대한 두려움 이런 것들도 있고요. 여러 어려움들이 있는데요. 요즘에 또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니까 집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거의 24시간같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러면서 겪는 갈등. 재택근무를 하면서 겪는 부부 간의 갈등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은 거죠. 그러니까 아이들하고도 내가 이렇게 아이들한테 이런 정도의 엄마밖에 안 되나 이런 자괴감. 그런 것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고요.

    ◇ 정관용> 맞아요.

    ◆ 정혜신> 막 폭발해 놓고 굉장히 씁쓸하고 그런.

    ◇ 정관용> 원래 일상으로부터의 변화라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면서요. 그런데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갔었는데 학교에 안 가고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그 변화도 일종의 스트레스잖아요.

    ◆ 정혜신> 그렇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가 가까워지면 이게 경계가 침범이 될 수 있잖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정혜신> 적당하게 학교도 가주고 그동안 나도 좀 충전하고 쉬고 그러고 조금 힘들어도 조금 견뎌주고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내 경계나 내 존엄이나 이런 것들이 이렇게 뭐랄까 무시로 그냥 침범을 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들에서 사람이 견디기는 쉽지 않죠.

    ◇ 정관용> 굉장히 복합적이네요, 이게. 그러니까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그냥 낯선 타인에 대해서는 내가 너무 경계심을 갖는 것 아닌가, 이런 또 문제를 갖게 되고. 가까운 가족하고도 너무 붙어 있어서 문제가 되고.

    ◆ 정혜신> 그렇죠. 그런데 참 아이들 입장에서도 24시간 집 안에서 이렇게 있어야 되는 것이 이게 본능에 반하는 거잖아요.

    ◇ 정관용> 당연하죠.

    ◆ 정혜신> 그러니까 아이도 이걸 통제하는 것은 어렵고.

    ◇ 정관용> 어렵죠.

    ◆ 정혜신> 그렇다고 그것을 부모도 다 이렇게 품고 여유 있고 허용적이고 이렇게 젠틀하게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것도 어려운 것이고. 그런 상황 아주 모순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일들, 갈등들이 있는 거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내친 김에 또 나쁜 얘기 좀 더 합시다. 경제적으로 다 어려워지고 있어요. 특히 피부에 느껴지게 수입이 줄었다, 일거리가 없어졌다. 아예 가게 문 열었던 분이 문을 닫아버렸다, 막막하다, 이런 분들. 이중, 삼중고 아닙니까?

    ◆ 정혜신> 그렇죠.

    ◇ 정관용> 그분들도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큰 타격이 오죠.

    ◆ 정혜신> 경제적인 타격이 있는데 거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예를 들어서 내가 여행업을 한다든지 아니면 식당을 얼마 전에 오픈을 했다든지 예를 들어서 그런, 그런 상황이 되면 이게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으면 어디까지 사람 마음이 가게 되는 것 같으냐면 내가 왜 이런 일을 선택했을까. 내가 다른 길도 있었는데. 자책, 자괴감. 이런 것들 때문에 결국은 사람이 이렇게 많이 무너지는 것은 결국은 그 자책에서 무너지는 것이죠. 이 문제를 지금 어려움을 그냥 객관적인 어려움, 모두가 겪는 어려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국한돼서 구획지어서 생각할 수 있으면 되는데.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정혜신> 거기서 멈춰지지 않고 이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내가 왜 이런 지금 와서 아니면 얼마 전에 이런 투자를 했을까 기타 등등 이런 일을 했을까, 이러면서 자기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쪽으로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연결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이 굉장히 지금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무너지게 만드는 거죠.

    ◇ 정관용> 게다가 이게 다음 달이면 끝날 거야 이런 희망이라도 공유하면 좋은데 그게 아니라는 것 아니에요.

    ◆ 정혜신> 아니죠.

    ◇ 정관용> 가을 되면 또 2차 대유행 한대 이래 버리면 특히 장사하시는 이런 분들은 언제 내가 이걸 기약할 수 있을까. 재기를, 회생을. 막막할 거예요, 그렇죠?

    ◆ 정혜신> 막막하죠.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런 생각. 물어보시려고 그러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정혜신> 트라우마적인 상처라는 것은 본질이 뭐냐 하면, 내가 이전에 살던 곳에서 말하자면 갑자기 시공간을 초월해서 갑자기 심리적 오지로 갑자기 확 떨어져 있는 듯한 이동을 한 거죠. 갑자기 내가 어느 상황에 처해 있는데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주변이 다 낯설고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런 심리적 오지로 우리가 갑자기 이렇게 처해졌단 말이죠. 이동을 했다는 말이죠. 이전에 살던 우리가 어떤 상식이나 표준이나 기준이나 이런 것들이 다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하고 금지가 되기도 하고 위험한 것이라고도 하고, 옛날에는 좋았던 것들이. 이런 데서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되나. 한 달 후일지 1년 후 버텨야 될지 모르는 심리적 오지에 떨어져 있을 때, 여기서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시야가 확보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아야 돼요. 지금 기존에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지금 예를 들어서 이렇게 강의를 하던 분이 지금 대규모 청중을 모을 수가 없으니까 수입이 제로다, 이런 분들이 주변에 굉장히 많아요.

    ◇ 정관용> 많죠.

    ◆ 정혜신> 그러니까 다시 이게 재개가 되면 그때 내가 강의를 하기 위해서 뭐 좀 강의안도 다시 만들고. 예를 들어서 지금 쉬고 있으니까, 일이 없으니까 너무 불안하니까 뭐라도 하는 거죠. 저는 그런 노력들을 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거.

    ◇ 정관용> 그러면, 그러니까 다음 강의를 위한 준비 같은 것도 의미가 없어요? 그걸로 회복이 안 된다.

    ◆ 정혜신> 불안을 통제하기 위한 어떤 방편이지 그것이 실제적인 효력이 있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죠.

    ◇ 정관용> 그러면요.

    ◆ 정혜신> 왜냐하면 지금 앞으로 벌어지는 사회룰이나 가치나 이런 것들이 예전과는 다른데, 우리는 예전에 준해서 무언가를 자꾸 하고 있으면서 그러다가 또 뭐가 이렇게 되다 보면, 안 되다 보면 자책하게 되고 진이 빠지고 더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고 그렇게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면 가만히 움직이지 마라는 얘기는 뭘 하라는 얘기예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 정혜신> 그런 뜻은 아닌 거죠.

    ◇ 정관용> 그럼요?

    ◆ 정혜신> 그러니까 시야가 확보될 때까지는 노느니 장독 깬다고, 말하자면 주변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낯설고 한 발 딛으면 여기가 낭떠러지일지도 모르고 늪으로 빠질지도 모르는데 움직이다 보면 거기서 나오기 위한 에너지 소모를 더 해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가만히 일단 상황이 주변이 어떻게 될지, 어떤 세상이 올지. 예를 들면 어떤 상황이 나한테 견뎌야 될지, 펼쳐질지 기다리는, 그렇게 버텨야 되는데 불안하니까 버티기가 어렵거든요. 그때 버티는 힘의 근원, 그러니까 버티려면 자기를 축내지 않아야 돼요. 자책하지 않아야 되고 이것의 원인을 자꾸 나한테서 찾는 것을 멈출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왜 그럴 때 있어요. 아이들이 엄마가 아파요. 그러면 내가 하루에 책을 10페이지씩 읽어야지 엄마가 나을 거야. 엄마가 옛날에도 책 읽으라고 그랬는데 그래서 막 읽어요. 그런데 엄마가.

    ◇ 정관용> 안 낫죠?

    ◆ 정혜신> 안 낫죠. 그러면 그러고 나면 굉장히 죄책감을 갖죠. 우리 아이 때 갖는 굉장히 그런 일반적인 심리가 있어요. 그때 아이 입장에서 아이 마음에 책을 하루에 10페이지씩 읽는 것은 자기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이지 실제로 엄마 병이 낫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죠.

    ◇ 정관용> 관계가 없죠.

    ◆ 정혜신> 관계가 없죠. 그런데 너무나 무기력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사람은 그렇게 내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서.

    ◇ 정관용> 뭐라도 한다.

    ◆ 정혜신> 그렇게 하게 되죠. 그런데 이제 우리가 지금 트라우마 앞에서 너무나 무기력하고 세상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그런데 뭘 해도 뭘 해야 될지 모를 때 그런 아이, 어린아이 같은 그런 마음 때문에 내 에너지를.

    ◇ 정관용> 너무 혹사하지 마라.

    ◆ 정혜신> 혹사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상황이 그럴 때까지 조금 관망하는 게 저는 내 에너지를 잘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그래서 저는 지금 국가에서, 지자체에서 재난지원금 같은 것이 관망하는 동안에 그런 어떤 사회적인 최소한의.

    ◇ 정관용> 비용이다.

    ◆ 정혜신> 안전망, 버틸 수 있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개개인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자기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거나 혹사하거나 이럴 필요 없다. 일정시간, 일정기간 동안은 좀 가만히 자기를 두는 것도 소중하다 이런 말씀이고. 옆의 사람이 지금 매우 불안해하고 코로나블루로 여기고 있는 것 같고 그럴 때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해 줘야 됩니까?

    ◆ 정혜신> 네 탓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관념적으로는 많이 알고 있지만 그런데 실제로 예를 들어서 길을 가다가 그냥 거리에 가다가 벼락을 맞으면 그걸 누구 탓을 할 수가 없는 거대한 힘에 이렇게 내가 압도되면요. 사람이 내가 재수가 없는 사람이야. 내가 전생에 죄를 지었나 봐. 이렇게 나를 잡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그럴 수 있다. 나를 잡게 된다. 그런데 이게 너무 압도적인 상황이어서 그렇다. 압도적인 힘에 우리가 어떤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바이러스잖아요. 그러니까 바이러스 멱살을 잡을 수도 없고 어디다 하소연할 수 없고 어디 원인을 특정할 수 없을 때는 사람이 가장 쉽게 잡는 것이 자기죠. 그것을 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하는 많은 것들이 지금 내가 나를 잡고 있는 것 아닌가, 내 탓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런 류의 자각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나를 보호해 주고 지켜준다고 저는 느껴요. 자책을 안 할 수는 없죠. 사람이 생각이 자꾸 그렇게 돌아가게 마련이니까 그리고 내가 또 이러고 있네, 이걸 자각하는 것.

    ◇ 정관용> 그러면 옆사람한테는 뭐라고 말해줘야 돼요?

    ◆ 정혜신> 그런 얘기를 같이 우리가 공유하는 게 중요하죠.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같이 나누는 거예요? 이 바이러스 네 탓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그렇죠?

    ◆ 정혜신> 네. 저는 그런 생각도 들고요. 국가에서 재난지원금이나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는 것 말고 우리가 개인적으로 서로서로한테 그 불안한 시기, 그러니까 움직이지 않고 관망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군자금 같은. 이게 전쟁터 같은 일상이 전선인 그런 보이지 않는 그런 전쟁터인데, 심리적 전쟁터인데. 내 손이 닿는 사람한테는 서로서로 그런.

    ◇ 정관용> 손 좀 잡아주고.

    ◆ 정혜신> 손 잡아주고 그 불안을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 이런 것들을 서로서로 나누는 것. 이러면서 우리가 이게 조금 동이 틀 때까지 상황이 어디가 늪인지 어디가 절벽인지 보일 때까지. 그래서 발을 이렇게 한 발을 내딛기 전까지 어둠 속에서 서로 손도 잡고 빵도 건네고 물도 건네고 이런 시간을 우리가 확보하고 같이 견디는 것. 이게 저는 굉장히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 정관용> 혹시 박사님은 아직 지금 앞날이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코로나를 통해서 배운 게 있으세요, 혹시? 우리가 이런 걸 잘못했구나, 앞으로 이걸 이렇게 해야 되겠구나 정의되는 게 혹시 있으세요?

    ◆ 정혜신> 코로나가 우리가 살아왔던 삶을 통째로 성찰하게 만들잖아요. 인간이 하지 못했던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동물과의 관계를 어떻게 자연과 동물과의 관계를 어떻게 갖고 있었는지 이런 것들도 성찰하게 하고요. 속도, 성장, 그런 것들에 우리가 굉장히 익숙해져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어떤 경우보다 강력하게 실제적으로, 구체적으로 느껴지죠. 이건 우리가 이걸 어떤 소수가 갖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전 인류가 이런 것에 대한 지금 공감대를 갖는 것은 저는 어마어마한 자산일 수 있다. 그 과정 중에 죽지 않아야 하니까 그것을 위해서 우리가 조금 더 같이 연대하는 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 정관용> 그러니까 인류 전체가 그동안 살아온 거에 대한 집단 반성의 시간이네요.

    ◆ 정혜신>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서로 그 집단 반성하다 죽으면 안 되니까 손 잡아주고 버티게 해 주자?

    ◆ 정혜신> 네.

    ◇ 정관용> 꼭 내 탓인 것만은 아니다.

    ◆ 정혜신> 꼭 내 탓인 것만은 아니다가 아니라 이것은 내 탓이 아닌 거죠, 우리가. 그런데 지금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내가 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이런 것이 아닌데 그런 것은 그런 어떤 현실적인 면에서의 내 탓은 아닌 거죠.

    ◇ 정관용> 그러나.

    ◆ 정혜신> 그러나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깊은 성찰은 우리 모두가 해야 되는 몫인 거죠. 그것이 치유의 핵심이겠죠.

    ◇ 정관용> 그 깊은 성찰을 전 지구인이 공감한다면 그거는 코로나가 우리한테 큰 선물을 준 거예요.

    ◆ 정혜신> 그렇게 살아간다면 치유의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겠죠.

    ◇ 정관용> 빨리 갔으면 좋겠네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혜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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