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침몰한 세월호의 진실, 뭍으로 끌어올리기를



영화

    침몰한 세월호의 진실, 뭍으로 끌어올리기를

    [노컷 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유령선'(감독 김지영)

    (사진=㈜왝더독, ㈜엣나인필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2014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포함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원의 말에 수많은 사람이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6년이 흘렀지만 참사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영화 '유령선'은 정부와 언론에 진실을 밝히라 외친다. 국민들에게 '20140416', 그날을 잊지 말라고 호소한다.

    '유령선'(감독 김지영)은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누가, 어떻게, 왜 조작했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과 과학적 가설로 증명하는 추적 다큐멘터리로, 지난 2018년 개봉한 '그날, 바다'의 스핀오프(오리지널 작품에서 파생된 새로운 작품)다.

    영화는 눈물을 자아내거나, 세월호 희생자나 유가족들을 조명하지 않는다. 2014년 4월 16일의 상황이나 가해자를 추적하지도 않는다. '유령선'이 집중하는 것은 '데이터'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이후, 진상 규명을 막는 '거짓 데이터'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1천 개의 거짓을 추적한다.

    연출을 맡은 김지영 감독은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전달할 AIS 데이터 안에 조작의 기획자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한다. 바다가 아니라 중국 선전시 한복판을 운항했다는 스웨덴 선박 정보가 포함돼 있는 이 데이터들은 AIS 기술자에 의해 유령선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한다.

    제작진은 정부 관제센터가 보관하고 있던 AIS 데이터에서 존재할 수 없는 데이터 16만 개의 가짜 기록을 토대로 스웨덴 정부부터 불가리아 기업 베슬 파인더까지 직접 연락해 어떻게 데이터가 생성되고 조작되었는지 파헤쳐간다. 그리고 세월호뿐만 아니라 참사 당일 운항한 1천 척이 넘는 선박들의 AIS 데이터까지 조작됐음을 확인한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미국의 에픽 게임즈에서 개발한 3차원 게임 엔진)을 이용한 3D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AIS 전문가의 설명 등을 통해 풀어낸다. 덕분에 AIS, 수신 원문항적(AIVDM), 송신 원문항적(AIDVO),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 등 세월호 조사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도 알기 어려웠던 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왝더독,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는 크게 세 가지의 의혹에 관해 묻는다. 누가 세월호 AIS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는가. 기획자는 당시 한국 정부와 관련돼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데이터 조작을 통해 무엇을 감추려고 했는가.

    그리고 이러한 물음을 제기하며 정부와 언론을 향해 말한다. 왜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왔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2014년 이후 6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세월호의 진실이 수면 아래 잠긴 채 떠오르지 못하고 있는지 말이다.

    영화는 세월호 침몰에 얽힌 의혹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언론과 여론의 행태를 꼬집는다.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그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에 관해 그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과 진실을 덮으려는 거짓이 눈에 보이는데도 왜 그걸 파헤치지 않는지, 그러한 태도가 옳은지 묻는다.

    그날, 수많은 생명을 안타깝게 보내야 했던 그날의 진실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건 세월호 선원들뿐만이 아니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에 관해 책임져야 할 모든 사람, 그리고 정부가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렇게 진실을 진도 앞바다에 묻어둔 채로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 '유령선'이 나온 이유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그날 이후 6년이 흐르며 누군가에게는 잊힌, 누군가는 지겹다고 말하는 '세월호 참사'를 잊어선 안 된다고, 진실을 향한 투쟁의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관객들에게 말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든 세월호를 잊지 말고, 반드시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자고 말한다.

    세월호 6주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앞으로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할지 모르는 지난한 여정에서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말이다.

    4월 15일 개봉, 49분 상영, 12세 관람가.
    (사진=㈜왝더독, ㈜엣나인필름 제공)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