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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진실 규명, 다음 세대 위한 길"…세월호 가족들 멈출 수 없는 이유



사건/사고

    "마지막 진실 규명, 다음 세대 위한 길"…세월호 가족들 멈출 수 없는 이유

    • 2020-04-16 06:00

    세월호 6주기…"뭐라도 해야 견딜 수 있어"
    유가족들에게 잔인한 4월, 특수단 설치됐지만, '면죄부'될까 불안
    사참위는 올해 12월 조사활동 종료
    "우리만의 싸움 아니라 다음세대 위한 것"
    '진상규명, 생명안전, 한 걸음 더'

    지난 2018년 5월 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직립작업을 지켜보기 위해 유가족들이 모여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6년째 줄타기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희망적이다가도 동전의 양면처럼 불행이 또 시작되는 것 같고…"

    세월호가 침몰한 지 6년이 지났다. 진실을 향한 줄타기는 험난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듯 하다가도, 크고 작은 바람에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잊지 말아달라", "진상 규명을 원한다"며 진실을 바랐다.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특수단)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 종료가 꼬박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가족들은 이번 만큼은 책임자 처벌과 원인 규명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416합창단원들이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별창고' 컨테이너 앞에 모여있다. (사진=416합창단 제공)

     

    ◇6주기 맞은 가족들…"뭐라도 해야 견딜 수 있어"

    유가족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6년째 진상 규명을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뒤 이들의 삶은 바뀌었다. 하던 일을 뒤로 하고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등을 꾸려 관련 법 제정과 진상 규명에 힘을 모았다.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故장준형군 아버지)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4월에는 일을 더 만들어서 바쁘게 다닌다. 그렇게 해야 견딜 수 있다"며 "안 그러면 아이들 생각만 하게 되고 트라우마가 반응해 많이 아프다"고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진상 규명 투쟁을 한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함께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같은 아픔을 가졌기에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4·16합창단은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식에서 '잊지 않을게', '어느 별이 되었을까' 등 합창곡을 부른다.

    故이창현군의 어머니인 최순화 4·16합창단장은 "단원이 초창기에는 6명이었지만 현재 60명 가량으로 늘었다"며 "노래를 부를 때마다 아이와 함께 하는 느낌이다. 학교에서 공연할 때도 있는데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겠다고 학생들을 보며 다짐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들이 모인 세월호 극단 '노란리본'은 코로나19 여파로 연극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으로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을 선보였다. 故곽수인군 어머니 김명임씨는 "엄마들이 무대 위에서 아이들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잊지 않고 기억해 달라는 의미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는 쉬이 가시지 않는다. 4월이 되면 유독 씁쓸한 마음이 든다. 노란리본 극단 단원 2명은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활동을 멈추기도 했다. 안산온마음센터 정해선 부센터장은 "4월이 되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가족들이 늘어난다"며 "가족 다수가 공황장애나 신체 이상 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올해가 진상규명 마지막 시한…"어떻게든 결과 만들어내야죠"

    켜켜이 흐른 시간 동안, 진상규명도 더디지만 진행돼왔다. 故임경빈군의 구조 지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난해 11월 검찰이 세월호 참사 특수단을 설치한 게 대표적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사참위에 한계를 느낀 유가족들은 줄기차게 특수단 설치를 요구해왔다.

    특수단은 지난 2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현직 해경 지휘부 11명에게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유가족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장훈 위원장은 "유가족들이 고소·고발한 인원이 80여명인데, 11명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가 된 상황"라며 "과실치사상이라는 혐의도 납득이 어려운 데다가 나머지 사람들은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닌지 우려스렵다"고 밝혔다.

    올해가 사실상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점도 유가족들의 조급함을 더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 등 주요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내년이면 끝나는데, 조사 기관의 활동 종료 기간은 성큼 다가와 버렸다.

    검찰 특수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활동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사참위는 오는 12월 2년 간의 조사 활동을 마치게 된다. 이후 3개월의 백서 작성 기간을 거쳐 내년 2월 말 해체를 앞두고 있다.

    가족협의회 정부자 추모분과 팀장(故신호성군 어머니)은 "지금 보여지는 기구는 다 만들어져 있다"며 "사참위도 특수단도 제대로 된 결론이 없이 끝났는데, 시민들이 세월호는 다 해줬지 않느냐고 생각하실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특수단과 사참위 모두 대면·현장 조사를 3개월째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유가족들은 충분한 조사 기간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진상규명, 생명안전, 한 걸음 더'…"다음 세대 위한 바람이죠"

    유가족들의 바람은 한 가지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했던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오롯한 진실을 아는 것이다.

    장훈 위원장은 '진상규명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의도한 진실이나 보고 싶은 진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알자는 것"이라며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게 있다면 그게 뭔지, 처벌이 불가능한 죄가 있다면 낱낱이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규명이 됐을 때의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는 감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래도 이유를 알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혹자는 이들에게 '이제 좀 그만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가족들에게 진상 규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최순화 단장은 "진상 규명은 우리만을 위한 게 아니고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한다면, 같은 부조리나 범법 행위를 저지를 생각을 하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안전사회로 가는 길에 기여하겠다는 바람"이라며 "자식을 잃었는데 우리가 싸워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윤경희 부서장은 '대구지하철 참사'를 언급했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유가족이 앞장서 참사 원인을 밝힌 것이 전국 지하철의 내장재가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로 교체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다른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도 촉구하고 있다. 재난과 중대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 국가 책임을 명시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자를 지원하고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4·16생명안전공원 건설을 비롯한 추모·기억 공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런 바람을 6주기 슬로건에 담았다고 했다. 이번 슬로건은 '진상규명, 생명안전, 한 걸음 더'다.

    "올해는 아이들 앞에 답을 가져다 줄 수 있게 열심히 뛰려고요. 조금은 덜 미안하게 7주기를 맞이하고 싶어요"(윤경희 부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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