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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올해 만기 38조 '회사채'가 지금 왜 핵폭탄?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올해 만기 38조 '회사채'가 지금 왜 핵폭탄?

    인천공항서 하루에 아시아나 5대 출발…코로나19로 한계 맞은 기업 '위험' 수위
    기업 돈 줄 '회사채' 4월 만기 6.5조, '돈맥경화'로 상환 위기
    회사채 만기 상환 못하면 '흑자 부도'도 가능
    정부 경색된 자금시장 뚫기 위해 '48조 실탄' 투입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입국 제한 또는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3일 인천국제공항 전광판에 운항 취소 비행편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4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2400억원 규모 맞습니다. 인천공항에서 23일 하루 뜬 아시아나 비행기가 5대, 대한항공이 15대입니다. 평소 인천공항에서 뜨는 비행기가 손에 꼽을 수 없을만큼 많았는데, 5대 10대 비행기가 뜬다니... 항공업계 상황이 어느 정돈지 느낌이 오시나요? 굉장히 극단에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괜히 앓는 소리가 아니고 항공업계의 심각한 SOS에요..."

    우리나라의 대표 항공사 대한항공마저 당장 '돈줄'이 막힐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영업은 되지 않고 돈은 돌지 않고, 돈줄이 될 회사채 발행은 되지 않는데 갚아야 할 회사채 만기는 다가오고. 그래서 4월은 어려운 기업들에게 '잔인한 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업들에게 잔인한 달을 넘어 회사채발 금융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음까지 나오고요. 정부는 수십조를 투입해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합니다. 회사채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건 미국도 마찬가지라, 무제한 '달러 찍어내기'에 이어 위기에 직면한 회사채 시장도 투자 등급에 한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회사채가 문제냐고요?

    1. 회사채가 뭐길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말 그대로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기업이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창구죠. 기업은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사채업자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이자를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약속된 만기에는 원금을 상환해야 하고요.

    이외에도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는 국내·국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게 있을 수 있고, 주식 시장으로 가서 기업을 상장해 돈을 모으거나 증자를 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은행 대출 보다 조달 비용이 저렴하고, 주식보다는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기업들은 회사채를 이용합니다.

    2. 그런데 왜 지금 회사채가 문제?

    (그래픽=고경민 기자)

     

    우선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회사채 발행액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첫째주와 둘째주 각각 1조 7558억원, 1조 4245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발행됐는데요. 2월 마지막주 회사채 발행액이 4조 2442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 들어 회사채 발행액은 절반도 넘게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런데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 규모는 역대급입니다. 4월은 원래도 1년 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은 달로,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 자체도 큽니다. 4월 만기 도래하는 국내 회사채 규모는 6조 5495억원에 달합니다. 올해 만기인 국내 회사채는 38조 3720억원입니다.

    더 큰 문제는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한항공이 대표적이죠. 대한항공은 당장의 자금난 해소를 하기 위해 ABS(자산유동화증권)을 6천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ABS는 미래에 발생될 매출을 미리 담보로 잡아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담보로 잡힌 자산의 부실률이 높아지면 상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기업 입장에선 발행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데요. 고육지책을 선택한 겁니다.

    이말은 다르게 말하면 또 그만큼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회사채는 아무나 마음껏 찍어낼 수 없습니다. 발행 규모와 금리는 신용등급이 결정 짓습니다. 그런데 이 신용등급이 국내외,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줄줄이 하향세인 겁니다.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기업들도 잇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있는 건데요. 항공, 운수 등의 기업들부터 금리 인하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보험업권까지 신용등급 하향세가 확산될 전망이고요.

    3. 회사채 만기를 못 막아내면? '흑자 부도'도 가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보통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은 이른바 '차환 방식'을 씁니다. 그런데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차환 방식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회사채(크레딧) 시장에 자금 경색이 심각하다. 미국도 그렇고 전세계가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현금이 한 번 안돌아가기 시작하면 기업에서 부도가 날 수 있고 그럼 또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자금이 경색되는 게 무서운 건 투자자들 모두 "소나기를 피하고 가자"는 생각들 때문에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거나 재무 구조가 취약한 한계 기업은 자금 조달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회사채 만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흑자 도산'도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은 흑자가 나고 있는데도 회사채를 못 막아서 부도가 나는 상황인 거죠.

    4. 나랑 회사채가 무슨 상관?

    회사채를 막아내지 못해 기업이 부도가 나게 되면 기업들 중에서도 중견기업들이 먼저 망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기업이 망가지기 전 협력업체들인 중견기업들이 자동으로 먼저 부실 가능성이 높은 건데요.

    김상봉 교수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서 위험해질 수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코로나19로 한계를 맞은 기업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면서 "항공 여행 해운 등일텐데, 기업들이 무너지게 되면 일자리 감소는 불 보듯 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5. 48조 실탄은 경색된 자금시장 뚫을까?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20조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기업의 회사채, 단기사채 등이 정상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우선 10조원 규모를 가동하고 또 빠르게 10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원활한 회사채 발행을 위해 4조 1천억원을 지원하고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과 대기업까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시행하는데도 2조 2천억원을 투입합니다. 산업은행이 직접 매입하는데도 1조 9천억원, 기업어음 등 단기자금 시장에도 7조원을 붓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두 배 수준으로 금액 규모를 확대한 데 대해 1997년 IMF 당시 자신의 실제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그는 "당시 A기업이 3월에 위험해서 A기업을 위한 지원 대책을 내고 좀 안정되는가 싶더나 5월에 또 B기업이 나오고 또 안정되는가 싶더니 7월에 C기업이 나왔다"면서 "하나하나 기업을 대응하다 보니 계속 뒤따라가게 됐고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회사채나 CP 등도 다음달 6조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금년 내 돌아오는 걸 다 살펴보고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해놔야 뒤따라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정책을 펴고 규모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과감한 실탄 투입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이 도입되면 상환을 연기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2008년도 사례에서도 봤듯이 바로 10조를 쏘진 않겠지만 심리적으로라도 안정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경색된 시장으로 인해 정부의 실탄 등이 투입될 때까지의 '시기'등은 버텨내야 한다고 봤고요.
    .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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