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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정신장애인 사망, 탈시설이 근본대책"



인권/복지

    "코로나19 정신장애인 사망, 탈시설이 근본대책"

    열악한 정신병원 시설, 마루방에 7~8명 거주도
    저수가와 의료급여 체계, 장기입원 만드는 구조
    점점 수동적으로, 무기력해지는 환자들 많아
    정신장애 뿐만 아니라 내과치료 병행 필요해
    장애인 탈시설, 지역사회 치료 시스템 부족
    정부 의지도 부족, 이제는 개혁 시작할 시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20년 2월 26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정관용>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집중된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환경, 환자들의 건강 상태 문제제기가 나오죠. 정부는 전국 4200여 개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에 대한 본격 실태조사를 하고 있답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 연결해서 어떤 실태인지 말씀 듣겠습니다. 기 교수님, 안녕하세요.

    ◆ 기선완>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이게 저희가 보통 머릿속에 그리는 침대 있고 이런 입원실이 아니라면서요?

    ◆ 기선완> 지방에 특히 그런 열악한 시설의 정신병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환자를 좀 많이 입원시키고 또 수가가 저수가이다 보니까 매트리스를 깔고 한 방에 한 7~8명씩 살고 있는 그러한 정신병원들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 정관용> 한 방에 7~8명, 온돌방에 매트리스만 깔고.

    ◆ 기선완> 그런 수준의 병원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다음에 어떤 환자, 사망한 환자는 20년 이상 입원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입니까?

    ◆ 기선완> 장기입원되는 것이 가장 큰 폐해가 되겠는데요. 일단 환자분들이 자꾸 재발하고 이러다 보면 가족들이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많이 지치게 되고 또 치료보다는 오래 모시고 있을 곳을 찾게 되죠. 그리고 건강보험이었던 환자분들이 이제 의료급여로 수준이 떨어지게 되고 생활보호대상자가 되고 저희 의료급여가 본인부담금이 없으면서 오랫동안 입원을 시킬 수 있는 그러한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점점 열악한 환경으로 가게 되면서 오랫동안 입원하게 되는 것이 좀 제도상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저소득층으로 그래서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면 본인은 돈 한 푼 안 내더라도 전액 건강보험에서 이 환자들이 20년씩 장기입원해도 계속 비용이 나오는 겁니까?

    ◆ 기선완> 그렇습니다. 건강보험이 아니고 의료급여에서 나오는 겁니다.

    ◇ 정관용> 의료급여에서.

    ◆ 기선완> 나라에서 책임을 지면서 나가게 되는데 본인부담금이 없다 보니까 보호자들이 모시고 나갈 이유가 없고 오랫동안 계시면 보호자들은 부담을 덜게 되죠.

    ◇ 정관용> 그래서 그 안에서 무슨 치료를 하는 거예요?

    ◆ 기선완> 그래도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는 하겠지만 이분들을 위한 재활치료나 또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은 하기 어렵고요. 그런 장기간 입원하게 되면 건강한 분들이라도 굉장히 수동적이 되고 자율성이 없어지고 무기력하게 되는 수용화증후군이라는 그런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만성정신장애인들이니까 더하시죠. 장기 입원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다 지치고 시들고 굉장히 형편없는 그런 건강상태로 놓이게 되십니다.

    ◇ 정관용> 어떤 의미에선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다기보다는 그냥 집단수용 돼있는 상태에서 약물만 투여 받는 그런 상황이라고 이해해도 됩니까?

    ◆ 기선완> 증상 조절은 약으로 되겠죠. 그리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가 의학적 치료에는 수가가 되어 있습니다마는, 지역사회에서 재활을 하고 또 지역사회에서 사례관리를 받고 지역사회에서 직업 재활을 하는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에는 그렇게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선진국의 경우에는 장기입원을 막고 탈수용화시켜서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관리하고 더불어 같이 살고 치료받는 것이 좋은 치료로 그렇게 돼 있어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이따가 다시 한 번 여쭤보겠고요. 그러다 보니까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환자가 103명이 있었다는데 확진자가 101명이에요.

    ◆ 기선완> 좁은 공간에 환자분들 여러 명이 계시고 또 더욱이 이분들이 격리되어서 사시다 보니까 감염에 대해서 별로 걱정이 없었겠죠. 또 워낙 떨어져 있는 지방의 도시이고 해서요. 한 번 들어오게 되니까 걷잡을 수 없이 퍼져서 거의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감염되신 걸로 보여집니다.

    ◇ 정관용> 그런데 첫 확진자 나오기 며칠 전부터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들한테도 집단적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고 후에 지금 알려지고 있지 않습니까?

    ◆ 기선완> 현재 그런데 코로나19가 초기증상이 경미하고 또 지금 겨울이다 보니까 겨울철 감기 정도로 생각했을 수 있었을 것 같고 또 그런 폐쇄된 공간까지 이 바이러스가 침투하리라고 별로 예상을 못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겨울철 감기가 한 번 퍼지면 이런 폐쇄된 집단생활에서는 감기도 잘 옮았을 테니까 그동안 여러 차례.

    ◆ 기선완>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런 코로나19가 퍼지고 나니 중증환자로 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거군요. 워낙 몸이 약해져 있으니까.

    ◆ 기선완> 그렇습니다. 약 먹고 졸다가 깨다가 하고 나가서 활동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까 심신이 다 쇠약해진 상태죠. 그리고 20년 이상 입원하다 보니까 어느덧 나이도 많이 들게 되고요. 이분들의 유일한 낙이 담배 피우는 겁니다. 그래서 담배들은 꽤 피우셨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호흡기가 약해 있었을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나이 드신 분들, 심신이 쇠약하신 분들 이런 분들 중심으로 중증환자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지난 24일 오전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다른 곳으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리고 그렇게 중증으로 진행이 되면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하기는 합니다마는 그러다가 지금 몇 분이 벌써 사망을 했고요. 나머지 분들은 여전히 그 상황에 계속 코호트 격리로 격리돼 있지 않습니까?

    ◆ 기선완> 그것을 갖고 걱정들을 많이 하시는 것을 저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음압병실 같은 것은 바이러스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그 환자를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고요. 게다가 이분들이 정신장애와 내과적인 문제, 감염증이 같이 있기 때문에 두 가지를 다 치료할 수 있는 병원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고 또 대규모의 환자를 옮기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서 일단 중증의 환자는 시설이 좋은 다른 병원들로 옮기고 경증의 환자들은 그 자리에서 치료를 하기로 결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 자체는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

    ◆ 기선완> 그런데 다만 이분들을 좀 그렇게 많이, 한 방에 8명씩 이렇게 있는 곳이 아니라 개인병실로 이렇게 독립적인 공간으로, 내과적 처치가 잘 될 수 있는 곳으로 잘 옮겨졌는지는 좀 의문이고요. 아마 2층을 비워서 거기 일반병실이니까 거기를 비워서 옮겼다고는 하는데 대남병원 자체의 어떤 내과적 처치를 위한 여러 가지 장비나 시설이나 인력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과 의사들, 간호사들이 내려가고 또 내과 선생님들도 내려가셔서 치료를 하시는 것으로 그렇게 전해 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제 워낙 쇠약한 상태라서 중증으로 진행되는 환자들은 앞으로도 더 나올 수 있겠죠.

    ◆ 기선완> 글쎄요, 이제 그래도 지금 초기는 지났기 때문에 아마도 더 나오지 않으시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리고 의료진들이 집중적으로 가 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폐쇄병동이 전국에 4200여 개나 있어요?

    ◆ 기선완> 우리나라가 아직도 이런 만성정신장애인들을 탈수용화시켜서 지역사회에서 치료하고 관리하고 재활시켜서 더불어 같이 사는 시스템이 아직 국가적으로 정착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만성정신장애인들이 장기간 입원하는 것이 아직까지도 현실입니다.

    ◇ 정관용> 지금 전문가나 장애인 인권단체 이런 쪽에서는 결국 탈수용화해서 지역사회로 복귀시켜 치료하는 것이 정답이다. 우리 국가인권위원회에도 긴급구제 신청하셨더라고요.

    ◆ 기선완> 그렇습니다. 저희 전문가라면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자기 주장을 하기도 어렵고요.

    ◇ 정관용> 그렇죠. 목소리를 못 내죠.

    ◆ 기선완> 가족들도 우리 집안에 정신장애인 있소 할 수는 없고요. 그러다 보니까 당사자나 가족들의 목소리가 약할 수밖에 없고 또 국가에서도 이분들에 대한 어떤 대우나 배려나 처치나 이런 것들은 좀 항상 뒷전으로 밀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역사회로 복귀시킨다고 하는 건 결국은 가족의 품에 다시 돌려보내서 그다음 재활치료 같은 걸 해야 한다는 거 아닌가요.

    ◆ 기선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마는 최근에 핵가족에서 그렇게 하기도 어려워서.

    ◇ 정관용> 그럼 어떻게 하는 겁니까?

    ◆ 기선완> 적당한 거주시설도 있고요. 그런 거주시설에서 저녁에는 자고 아침에는 나와서 정신보건센터 같은 데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고 재활치료도 받고 또 거기서 직업재활이 되신 분들은 직업재활도 하고 그러면서 사례관리를 받으면서 약도 잘 먹고 또 증상조절도 하고 그렇게 하는 거죠. 그래서 이분들이 그렇게 장기간 입원해 있는 거보다는 지역사회에 나와서 마트에서 음식도 사먹고 일도 하고 돈도 벌고 건강보험료도 내고 하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이득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런 지역사회에 이분들만을 위한 거주시설 같은 걸 지역 다른 주민들이 허용할까요?

    ◆ 기선완> 그것도 반대가 심하고요. 또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고 또 이런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저희들은 이런 병상들이 거의 다 민간병상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이런 나라들은 거의 다 공공기관에서 병상들을 갖고 있었어요. 탈수용화하기가 쉬웠는데 저희들은 민간병상이니까 탈수용화하기도 그렇고 정부의 의지도 약하고 또 거주시설이나 그런 재활서비스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에 많은 것도 아니고 또 가족들이나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 항상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 아주 비극이죠.

    ◇ 정관용> 그럼 이 비극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돼요?

    ◆ 기선완> 일단 정부에서 이런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 또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서 한 번쯤은 마스터플랜을 새롭게 만드시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되지 않나. 좀 이러한 개혁을 이끌어주셔야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번 일 계기로 좀 시작이 됐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 기선완> 감사합니다.

    ◇ 정관용>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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