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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봉준호? 쥐꼬리 지원, 시스템도 없다"



경남

    "제2의 봉준호? 쥐꼬리 지원, 시스템도 없다"

    [인터뷰] 김재한 영화감독
    -지원 턱없이 부족...교육은 20년 전 수준
    -'선댄스 시나리오 랩' 벤치마킹 해야
    -기획부터 배급까지 체계적인 과정 필요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이윤상 아나운서
    ■ 대담 : 김재한 감독 (상남영화제작소)

    아카데미상 수상에 환호하는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 (사진=연합뉴스)

     



    ◇이윤상>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제2의 봉준호는 나올 수 있을까? 지원대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봉준호 감독도 독립영화부터 시작을 했죠. 독립영화 감독 한 분 만나봅니다. ‘안녕, 투이’라는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감독이시죠. 영화 ‘오장군의 발톱’도 만든 김재한 감독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재한> 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김재한입니다.

    ◇이윤상> 요즘 바쁘시죠?

    상남영화제작소 김재한 감독 (사진=경남CBS)

     



    ◆김재한> 네. 지금 작년 12월에 찍은 뮤지컬 영화 편집중이고, 부족한 컷들을 촬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윤상>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어느 정도 예상을 하셨나요?

    ◆김재한> 저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그렇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본상에 진출한 것, 그리고 봉준호 라는 이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전세계적인 파워, 이런 것 정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저는 굉장히 흐뭇했었는데 이렇게 본상까지 받게 되고 작품상, 거기다가 각본상, 감독상, 국제영화상까지 다 휩쓸게 되면서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은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작품적 완성도도 잘 만들어졌지만 시대적으로도 시기적으로도 굉장히 시의적절할 때 나타났기 때문에 봉준호를 선택했다. 그렇게 봅니다.

    ◇이윤상> 영화 기생충의 성공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김재한> 봉준호이기 때문이죠. 봉준호 감독이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 같은 경우에는 될 성 싶은 떡잎이었거든요. 플란다스의 개부터 저는 이제 봉준호 감독을 좋아했습니다. 그 다음에 괴물 나오고 마더 나오고. 봉준호 감독이 가지고 있던 그런 천재성. 그리고 CJ. 보통 영화들은 투자자의 입김이 굉장히 많은 좌우를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그러나 투자자의 입김이 봉준호 감독한테는 먹히지 않는 거죠. 봉준호 감독한테 '아, 이거 좀 재미없을 것 같아.','이렇게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라고 얘기를 아무도 못하는 거죠. 봉준호 감독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요. 거의 99%의 우리나라 감독들은 전부 다, 거의 다 대부분이 투자자의 입김이 좌우를 하고 있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에도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면 투자자가 요구하는 만큼 일정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 어쨌든 상업영화, 자본을 토대로 해서 이익을 낳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는 불가피한 선택일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런 것들이 봉준호 감독한테는 먹히지가 않는 것이죠.

    ◇이윤상> 상업영화는 투자자의 주문을 외면할 수 없다는 말씀. 독립영화는 어떻습니까?

    ◆김재한> 전세계 모든 영화감독들은 독립영화 내지는 인디영화 계열로 가게 되면 공적지원, 이런 부분부터 시작해서 개인이 희생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윤상> 자비를 들여서?

    (사진=상남영화제작소 제공)

     


    ◆김재한> 네네. 그렇죠. 가족의 주머니를 턴다든가 지인의 주머니를 턴다든가. 하하. 뭐 이런 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공적지원 보다는 작가들에게, 창작자들에게 좀 희생을 강요하는, 그러니까 만들고는 싶은데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공적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은 몇 개가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에서 하는 독립영화, 예술영화 제작지원. 그 다음에 기획개발지원, 그 다음에 각 지자체에서 하는, 경상남도 같은 경우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하고 있는 독립영화 제작지원, 그리고 창원시에서 하고 있는 지역영상물 제작지원, 이정도가 우리 경남에서 지원되고 있는 시스템이고요.

    ◇이윤상> 넉넉한가요?

    ◆김재한> 아뇨. 절대로 그렇지는 않죠. 그게 아주 미미한 수준이고요. 현실성이 전혀 없는 수준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작년에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편집하고 있는 영화가 뮤지컬영화고 아무래도 조금 더 대중적인 접근법을 하다 보니 좀 많은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1/10정도?

    ◇이윤상> 1/10정도만 지원받고.

    ◆김재한> 나머지는 이제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운이 좋게도 경남뿐만 아니고 영화진흥위원회라든지 다른 시도에서 너무나 운이 좋게 지원을 받아서 그래서 한 50~60%정도의 제작비를 지원받아서 했지만 대부분 힘들죠.

    ◇이윤상> 상업영화로 가고 싶다는 유혹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재한> 저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구분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상업영화 판에 가게 된다면은 돈 때문이겠죠. 작품 창작에 대한 열망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감독의 재량권이, 또는 편집의 재량권, 영화 제작을 하는데 있어서 제약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영화를 만들고 싶으면은 저는 여기에 있는 거죠. 돈 아니면 상업영화판에 갈 이유는 없는 것이죠.

    ◇이윤상> 그렇게 돈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이유. 힘들지만 만드는 이유는 뭡니까?

    ◆김재한> 송강호 배우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영화 한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며칠 가지 않겠지만 영화 한편을 보고 그 사명감들이 며칠 가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쌓이다보면 영화한편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라고 했듯이 저 같은 경우에도 아주 미약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 이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냥 꾸준히 하는 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런 부조리도 있다고 알려내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사명감 정도일 수 있습니다.

    ◇이윤상> 감독님 같은 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영화를 계속 만들기 위해 어떤 지원이 되길 바랍니까?

    ◆김재한> 제가 며칠 전에도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을 만났는데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될지 모르겠다. 그 분도 촬영이라든지 여러 가지 것들을 꾸준히 하고 계시고 장비도 굉장히 많이 갖고 계세요. 근데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한걸음을 못 내딛는 거죠. 저한테 한탄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왜냐하면 이건 저의 문제가 아니고 이 사회, 우리 경남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한계거든요. 누구에게도 조언을 받을 수 없고 어떠한 장비를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에 대한 그런 기초적인 교육 자체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주먹구구식의 교육, 또는 20년 전에 하던 교육. 예를 든다면은 영화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활용 교육 같은, 이정도 수준으로 그치고 있는, 그러니까 미디어 활용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카메라를 켜고 카메라를 끌 수가 있고요. 녹화를 하고 녹화를 끌 수가 있습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이런 시스템이 아직까지도 이 지역에서는 교육이랍시고 돌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시나리오 랩이라고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 랩이 뭐냐면 그냥 시나리오를 만드는 수준을 벗어나서 제작과 배급까지 나아가는 이런 시나리오 랩이 있는데 '선댄스 시나리오 랩' 같은 경우에는 전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시나리오 랩인데요. 창작자들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이 시스템을 아주 확고하게 잘 만들어놨습니다. 중동에 계신 분이 선댄스 시나리오 랩을 배워서 중동에 가지고 가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거든요.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에도 시나리오 랩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이 영화산업으로서는 굉장히 유망하고 굉장히 잘 만드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봉준호 감독 같은 천재적인 감독. 또는 그 외에 나머지 분들 같은 경우에도 개인의 창작적인 이런 욕구에 의해서 작품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지 시스템에 의해서 영화가 잘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윤상>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김재한> 아직까지는 그런 상황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 경남지역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좀 더 기반을 닦고, 그래서 뭐 하나도 없는 경남지역에 있는 영화 관련 교육기관, 뭐 대학교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시스템을 좀 더 정비를 해나간다. 정비라고 하기도 그렇죠. 없으니까. 교육만이라도 조금 더 영화에 특화되어있는 교육을 한다든지. 그런 부분들이 우리 지역에서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이윤상> 제대로 된 시나리오 랩이 필요하다는 말씀. 그리고 교육.

    ◆김재한> 네네. 그렇죠. 기획부터 시작해서 촬영, 후반작업, 그 다음에 배급. 그 다음에 더 나아가서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 평론까지 더해지는 것이죠.

    ◇이윤상> 총체적인 과정.

    ◆김재한> 네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이 아카데미에서 기생충만 자꾸 언급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이 기생충 외에 '부재의 기억'이라고 하는.

    ◇이윤상> 이승준 감독.

    ◆김재한> 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이 저는 더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이윤상> 처음으로 다큐 부문에서 노미네이트가 되었죠.

    (사진=노컷뉴스)

     



    ◆김재한> 그렇죠. 너무 기생충에 들떠서 부재의 기억이 가지고 있는 이 영화적 성취. 본상에서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본상에 오른 것 자체만이라고 하더라도 영화는 엄청난 영화적 성취를 이룬 것이거든요. 영화는 영화제 초청되는 것 자체가 성취를 이룬 것이거든요. 어떠한 영화제에 초청이 되어서 그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 진다는 것 자체는 굉장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명예일 수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부재의 기억이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쏙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윤상> 그러게요. 시간이 다 됐습니다. 편집하고 계신 작품은 뭐죠?

    영화 '쏴!쏴!쏴!쏴!탕'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로,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맞춰 개봉될 예정이다. (사진=상남영화제작소 제공)

     



    ◆김재한> 지금 제목은 ‘쏴!쏴!쏴!쏴!탕’인데 제목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관객들에게 조금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뮤지컬영화를 만들었는데 재미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윤상> 새 작품도 기대가 되고요, 앞으로 하시는 작품들로 언젠가 더 큰 영화제에서 뵐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김재한> 네, 고맙습니다.

    ◇이윤상> 하실 수 있으시죠?

    ◆김재한> 아, 당연합니다.

    ◇이윤상>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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