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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위안부 피해자' 손배訴서 "인권침해엔 국가면제 적용 안돼"



법조

    민변, '위안부 피해자' 손배訴서 "인권침해엔 국가면제 적용 안돼"

    일본정부, 지난해 11월 첫 기일에 이어 2차 기일도 '불출석'
    해외 판례 들어 "반인륜적 범죄행위 대해 국가면제 부인해야"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일제 강점기 당시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자 등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법적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일본이 내세운 국제관습법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5일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 등 20여명이 일본 정부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소장이 접수된 지 약 3년만에 열린 첫 재판에 출석했던 이용수 할머니 등 원고 당사자들은 현재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우려로 이날 재판에 불출석했다. 가네다 가쓰토시 법무상 등 일본 정부 측 소송대리인 또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위안부 피해자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민변은 일본 측이 해당소송의 각하 근거로 삼은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이 절대적으로 통용가능한 불멸의 법리가 아니란 점을 집중적으로 소명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헤이그송달협약에 따라 일본 외무성에 소장 송달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수차례 이를 거부했고, 법원은 장고 끝에 지난해 3월 공시송달(법원 게시판 등의 공지를 통해 송달을 간주하는 것)을 거쳐 재판을 시작했다.

    일본 외무성은 국제관습법상 국가면제 원칙을 이유로 이번 소송이 무효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면제란 모든 주권국가가 평등하다는 전제 아래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뜻한다.

    민변 등 위안부 피해자 소송 대리인단은 일본이 '믿는 구석'인 국가면제의 대상 범위가 지속적으로 축소돼왔다고 지적했다.

    소송 대리인단은 "국가면제는 19세기 말부터 서서히 제한되면서 (그와 맞물려)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확대돼왔다"며 "유럽협약 제11조, 유엔국가면제협약 등과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보면 특히 고문이나 초법적 행위 등과 관련해 재판권 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해외 입법례 추세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이탈리아의 '페리니 강제노역 사건'을 들어 반인륜적 범죄와 기본적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대해서까지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페리니 사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던 이탈리아인 루이제 페리니(Luigi Ferini)가 지난 1998년 독일 정부를 상대로 자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탈리아 대법원이 2004년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사건이다.

    당시 이탈리아 대법원은 "독일군의 행위는 보편적 가치를 침해하는 국제범죄에 해당한다"며 "강행규범(노예제·제노사이드 금지와 같은 보편적 국제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선 모든 국가들이 보편적 민사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독일은 지난 2008년 이탈리아를 국제형사재판소(ICJ)에 제소했고 다수결(12 대 3)로 독일의 손을 들어주는 ICJ의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2014년 피렌체 지방법원이 독일의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심리를 막은 자국 법안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국가면제론은 헌법의 기본원칙과 충돌하는 이상 이탈리아의 법질서에 편입될 수 없다"며 해당법안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놨다.

    소송 대리인단은 같은 맥락에서 위안부 피해자 소송에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것이 한국의 헌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송 대리인단은 "인간의 존엄성을 명시한 헌법 제10조,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신체의 자유를 사후적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볼 때 이번 소송은 '사법에의 접근'을 통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 행사를 부인하고 피해자들의 소를 각하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제27조에서 보장하는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부인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권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페리니의 판례와 함께 많은 국제법 학자들의 의견, 세계적 경향을 참고할 때 국가면제론이 오늘날까지 유효한 관습법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국제면제의 법리가 인도에 반(反)하는 범죄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국가면제를 주장할 수 있는 한계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일본 측이 어떠한 반박논리가 있는지 밝히면 좋겠는데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어서 참 아쉽다"고 밝히면서 다음 재판을 오는 4월 1일 속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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