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의 뼈에 사무친 검찰 개혁의 닻이 올랐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3일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지지는 역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밝혔다.
검찰 개혁을 위해 법무장관에 기용됐으며 이를 위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과 기무사 등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검찰 개혁만은 미진하다는 일침을 날렸다.
"'개혁'과 '공정'은 문재인 정부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존립의 근거이며,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은 역사적인 일이라며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하라고 강조했다.
역대 법무장관 가운데 이처럼 직설적으로 검찰 개혁 의지를 다짐한 법무장관은 없었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한 검찰 간부는 "뭔가 큰 회오리바람이 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평했다.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추 장관이 거칠 것이 없이 검찰 개혁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그동안 조직보호주의와 검찰지상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많아 검찰 개혁의 당위성이 있다.
추 장관이 이날 언급했듯이 외부의 힘에 의한 개혁이 아닌 스스로 개혁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것"이라는 추 장관의 요구는 공감이 간다.
그는 "검찰의 안팎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공수처 출범에 따른 시행령 정비는 물론 조직문화와 기존 관행까지 뿌리부터 바꿔내야 한다.
피의자이든 참고인이든 인권을 먼저 고려하는 것 등은 검찰 개혁의 마중물이다.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너무 세게 추진하다 돌부리를 만나게 되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추 장관은 "성공적인 검찰개혁을 위해 소통하고 경청하겠다"는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개혁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돼 새겼으면 한다.
문제는 인사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인사에서 조국 일가 비리 수사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수사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믐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청 주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 간부들과 서울 중앙지검, 동부지검의 간부들이 이번 인사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사단을 쳐내야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돈다.
지난해 7월 검찰 인사가 윤석열 총장에 의한, 윤석열 총장을 위한 인사라는 비판이 컸던 만큼 형평과 균형적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윤석열 총장 주도의 인사 이후 사상 최대인 60~70명에 이르는 검사들이 옷을 벗었다.
그때 유능한 중간 간부급 검사들이 많이 퇴직했다.
그러나 윤 총장 세력을 너무 과도하게 칠 경우 역풍이 불러올 수도 있다.
검사들처럼 인사에 민감한 공직자들은 없다.
지난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를 우대했던 인사를 균형감 있게 돌려놓는 것도 검찰 개혁의 일환이다.
추 장관이 임명되기 전 "검찰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밝힌 점도 보기에 따라선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후배 검사들의 말과 움직임을 아주 중시한다는 윤석열 총장의 특성을 살펴야 한다고 본다.
개혁 인사 이후 자칫 동티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소는 전광석화처럼 찌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