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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韓 야구' 외화내빈의 확인, 그리고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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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韓 야구' 외화내빈의 확인, 그리고 희망

    지난달 17일 오후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패배 준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시상식을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도쿄=이한형 기자)

     

    2019년이 저물어가고 2020년 경자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한국 야구는 여느 해처럼 다사다난했다. KBO 리그는 타고투저와 몸값 거품이 차츰 걷히며 관중 감소라는 과도기를 겪었고, 류현진(토론토)과 추신수(텍사스), 최지만(탬파베이) 등 해외파 선수들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런 점에서 올해 한국 야구의 키워드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수년 동안 KBO 리그는 화려한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 800만 관중 시대를 자찬하고 선수들의 몸값도 치솟았으나 정작 경기력에서는 국제대회 경쟁력을 적잖게 상실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한국 야구의 위상이 커졌다. 류현진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평균자책점(ERA) 타이틀을 따내며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렸고, 추신수는 한국인 빅리거 맏형의 중심을 잡아줬으며 최지만은 마침내 잠재력이 폭발했다. 이런 가운데 김광현(세인트루이스)도 미국 무대를 밟게 됐고, 김재환(두산)도 그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야구가 내실을 다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외화내빈의 확인 속에 희망의 단초를 발견한 2019년 한국 야구를 돌아본다.

    ▲기록-몸값 거품, 팬들 외면 발단

    사실 한국 야구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른바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기승을 타고투저 속에 타자들은 엄청난 기록을 뽐냈다. 특히 지난해는 KBO 리그 전체 홈런이 무려 1756개나 터져 역대 최고를 찍었다. 경기당 2.5개 가까이 터진 것이다.

    2016년에는 리그에 3할 타자만 무려 40명에 이르렀다. 단순한 수치로 보면 9명이 들어서는 타선에 절반 가까이가 3할 타자라는 것이다. 이대호(현 롯데), 오승환(현 삼성)에 이어 류현진까지 톱스타들의 해외 진출로 위기감을 느낀 KBO 리그가 화끈한 타격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2014년 이후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높이면서 나타난 이상 현상이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몸값도 치솟았다. KIA 최형우가 2016시즌 뒤 4년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혔고, 이후 이대호가 국내 복귀해 4년 150억 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이밖에 115억 원의 LG 김현수, 125억 원의 NC 양의지, 98억 원의 롯데 손아섭 등 100억 원 안팎의 대형 계약이 흔해졌다.

    투수들도 덩달아 몸값이 뛰었다. 타고투저의 시대에 정상급 투수가 그만큼 귀했기 때문이다. KIA 양현종은 해외 진출 무산 뒤 단년 계약을 해오고 있지만 올해 연봉 23억 원 등 거의 4년 100억 원 수준이며, LG 차우찬도 4년 95억 원을 받는다. 선발 투수가 아닌 한화 정우람도 4년 전 84억 원을 찍었다.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타율상, 장타율상, 출루율상 3관왕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물론 이들 중 많은 선수들이 몸값이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양현종은 올해 쟁쟁한 외인들을 제치고 평균자책점(ERA) 1위(2.29)의 성적을 냈다. 양의지도 올해 타격(3할5푼4리), 장타율(5할7푼4리), 출루율(4할3푼8리) 등 3관왕으로 지난해 꼴찌였던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하지만 몸값 거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들도 적잖았다. KBO 리그보다 다소 높게 평가를 받는 일본과 견줘 뒤지지 않는 고액에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인 경우다. 특히 리그 최고 몸값의 이대호가 비판을 많이 받았다. 지난해 37홈런 125타점을 올린 이대호는 올해 16홈런 88타점에 머물렀다.

    이런 논란은 국제대회를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 한국 야구는 2000년대 올림픽 금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준우승의 성과를 냈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실망스러웠다. 2013년에 이어 2017년 WBC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을 안았고, 2015년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프리미어12의 올해 대회에서는 대만, 일본에 덜미를 잡혔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병역 특혜 논란까지 불거졌다. 2014년에 이어 지난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칭찬보다는 비난이 앞섰다. 오지환(LG), 박해민(삼성)의 병역 면탈 논란 속에 대만에도 지면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져 결국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공인구 조정-FA 상한제 등 내실 위한 움직임

    이런 가운데 KBO 리그는 바야흐로 거품을 걷어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리그에 불신을 안긴 기록에 대한 거품은 물론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는 몸값에 대한 버블을 빼려는 움직임이다.

    일단 KBO는 올해부터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조정했다.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조정했는데 계산 상으로 타구의 비거리가 4~5m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됐다.

    이는 타고투저에서 투고타저로 바뀌는 결과를 낳았다. 리그 전체 ERA는 4.17로 지난해보다 무려 1점이나 낮아졌고, 전체 타율도 2할6푼7리로 지난해 2할8푼6리보다 2푼 가까이 하락했다. 전체 홈런도 1014개로 40% 이상 감소했다.

    이상 과열 현상이 빚어진 FA 시장도 이성을 찾았다. 100억 원 안팎이 기본이던 특급 선수들의 몸값을 4년 80억 원 수준으로 잡으려는 방안이 나오는 등 구단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졌다. 물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의가 필요하나 이전처럼 대박 계약은 어려워졌다.

    올해 FA 시장 최대 규모 계약은 오지환이 LG와 맺은 4년 40억 원이다. 4년 전 84억 원을 받은 정우람은 한화와 4년 39억 원에 재계약했다. 유한준(kt)도 2년 20억 원, 이지영(키움)도 3년 18억 원에 사인했다. 이런 분위기에 안치홍, 전준우, 김선빈 등 대어들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정운찬 KBO 총재는 시즌을 마친 뒤 "그동안 KBO 리그는 일부 잘 하는 선수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리그 전체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FA 상한제와 등급제 등을 통해 상생의 길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올해 KBO 리그 관중은 지난해보다 무려 80만 명 가까이 빠진 728만여 명에 그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도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여 결과적으로 리그 인기를 되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일단 한국 야구는 내년 명예회복의 기회는 마련했다. 지난달 제 2회 프리미어12에서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2연패는 이루지 못했지만 일본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표팀 사령탑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의 주인공 김경문 감독. 김 감독은 프리미어12을 마치고 "준비를 잘 해서 8월(올림픽에서)에 싸울 수 있는 대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류현진 새 역사, 여전한 추신수, 최지만 잠재력 폭발

    국내 야구가 외화내빈을 확인하고 깨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면 해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2019년은 화려했다. 그야말로 외화의 극치였다.

    먼저 류현진은 아시아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올해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14승5패 ERA 2.32의 눈부신 성적을 냈다. 2.32는 MLB 전체 1위의 기록. 아시아 선수 최초로 MLB에서 ERA 타이틀을 따냈다.

    여기에 류현진은 최고 투수를 뽑는 사이영 투표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1위표를 얻었다. 비록 8월 슬럼프로 수상의 영예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내셔널리그 사이영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930억 원) 대박 계약을 터뜨렸다. 박찬호(은퇴)가 2001시즌 뒤 텍사스와 맺은 5년 6500만 달러 한국인 투수 최고액을 넘었고, 추신수가 2013시즌 뒤 텍사스와 맺은 7년 1억3000만 달러보다 많은 연평균 몸값을 기록하고 금의환향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한 류현진이 3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아내 배지현과 함께 귀국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추신수 역시 존재감을 뽐냈다. 올해 추신수는 151경기 타율 2할6푼1리에 커리어 하이인 24홈런을 때렸다. 주로 1번 타순에 나서 93득점에 61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MLB 홈페이지가 발표한 2010년대 텍사스 최고 선수 7위에 올랐다.

    최지만도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127경기 타율 2할6푼1리에 107안타 19홈런 63타점 54득점을 올렸는데 안타와 홈런, 타점, 득점 모두 커리어 하이였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도 나서 6경기 7볼넷으로 출루율 4할3푼5리를 기록했고, 1홈런 1타점 2득점을 보탰다.

    내년 류현진은 다저스를 떠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활약할 전망이다.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 라이벌 보스턴 등 강적들과 상대해야 한다. 인천 동산고 후배인 최지만의 탬파베이와도 같은 지구다. 추신수도 7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인 만큼 견고한 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여기에 김광현도 꿈에 그리던 빅리그 등판을 앞두고, 김재환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화내빈의 실상을 다시금 확인했던 2019년 한국 야구. 과연 2020년 경자년에는 내실을 다져 겉과 안이 모두 화려한 결실을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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