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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도 헬멧없이…위험천만 무면허 킥보드 횡행, 규제는 깜깜



사건/사고

    중학생도 헬멧없이…위험천만 무면허 킥보드 횡행, 규제는 깜깜

    전동킥보드, 현행법상 '원동기'로 분류돼 면허 필수지만…확인 안하는 업체도
    정부 "면허 면제하는 개정안 국회 계류 중…업체에 확인 의무 강제는 정책 엇박자"
    이용자 늘며 각종 사고 높아져…전문가 "단순 놀이기구 아닌 교통수단 인식 필요"

    (네이버 이미지 캡쳐)

     

    개인용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를 대여해 주는 업체 역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곳곳의 규제는 허술한 상황이어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업체에서는 면허 확인 과정조차 없이 대여해 주는 등 '무면허 이용'을 부추기는 상황인데도 당국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

    ◇면허 필수인데도 인증 없이 대여 가능…국토부 "정책 엇박자 우려"

    서울 시내에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이용해 전동킥보드를 대여해 주는 업체의 숫자는 최소 10곳 이상이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면허가 필수인 만큼 대부분 앱은 이용 전 운전면허를 인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직접 앱으로 이용해본 결과, 면허인증 절차 없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글로벌 업체 A사는 '이용자 본인은 만 18세 이상입니다', '이용자 본인은 유효한 운전면허증이 있습니다'는 항목에 '동의합니다'라고 체크만 하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다. 실제 면허증이 없어도 전동킥보드 대여가 가능한 것이다.

    운전면허가 없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A사는 인기가 높다. 블로그 등에서 이용 후기를 남기는 네티즌들은 해당 업체의 장점으로 '면허 인증 없음'을 꼽고 있을 정도다.

    서울 강남역에서 만난 중학교 1학년 최모(13)군은 "형들과 친구들이 전동킥보드를 많이 타길래 재밌을 것 같아서 타봤다"면서 "인증은 없었고, 그냥 카드만 되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들 중에서도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에는 A사를 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송모(13)양 역시 "선배들이나 친구들, 심지어 동생들도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더라"라고 덧붙였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동차 대여 사업자는 이용자의 면허 소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때 '자동차'의 범위에 전동 킥보드는 포함되지 않아 당국에서 이를 사업자에게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국회에서는 오히려 안전 규제가 풀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시속 25km 이하인 전동 킥보드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면제를 허용하는 방향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의 면허 면제를 하려는 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대여 업자에게 이용자 면허를 확인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은 정책 엇박자가 될 수 있다"며 대여업체 규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헬멧 미착용·인도 주행 빈번…경찰 "무면허·음주 운전 등 강력 단속 중"

    무면허 운전 뿐 아니라 헬멧 미착용 등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과 대치동 일대를 지켜본 결과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 중 대부분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는 두 명이 한 킥보드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강남역 인근에서 건물을 관리하는 김모(74)씨는 "헬멧 쓴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없이 탄다고 보면 된다. 지나가다가 여기 있으면 핸드폰 대고 타고 가고 그러는데 헬멧을 갖고 다니겠나"라며 "둘이 타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이모(23)씨는 "헬멧 안 쓰고 타는 것도 좀 위험해 보이고, 쓰러져 있는 거 보면 통행에 방해되는 등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인도에서의 주행 역시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은 차도와 인도를 오가며 운행하고 있었다. 강남역에서 마주한 한 이용자는 인도를 달리다가 인파로 인해 앞이 막히자 차도로 불쑥 나가서 이를 추월한 뒤 다시 인도로 돌아와 주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를 불쑥불쑥 도로로 튀어나온다는 의미의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운전자 백모(30)씨는 "강북보다는 강남 쪽 지날 때 특히 킥라니를 자주 만난다. 빌려 탈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다"라며 "킥라니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적이 수도 없이 많다. 헬멧도 안 쓰고 차도든 골목이든 막 튀어나와서 어린이 보호구역의 아이들보다 더 피해가기 어려운 존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전동킥보드의 음주 운전이나 신호 위반, 무면허, 역주행, 횡단보도 승차 통행 등에 대해 간헐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이 주로 골목 사이로 다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사고는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16년 49건에서 2017년 181건, 지난해 258건으로 늘었다. 2년 사이에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산업적 접근으로 규제를 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해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전제호 책임연구원은 "전동킥보드 관련 법 위반 사항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면서 "시민 안전을 고려한다면 일부 규제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업체에서 이용자의 운전 면허를 확인하지 않는 등 사각지대도 존재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 등을 강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 연구원은 "이용자들이 전동킥보드를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도로교통법상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고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는 등 안전 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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