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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목격한 美선교사…일제 만행을 고발하다



문화 일반

    3·1운동 목격한 美선교사…일제 만행을 고발하다

    CBS TV 성탄 특집 '길 위의 전도자, 아서 웰본 선교사' 편
    일제강점기 30여년간 오지 돌며 교회 설립·전도 사역 헌신
    다시 찾은 조선, 아내 부고에도 복음의 길…이 땅서 생 마감
    사역 현장·미국 취재…생생한 사료·증언으로 되살아난 삶

    CBS TV 성탄 특집 '길 위의 전도자, 아서 웰본 선교사' 제작 현장 스틸컷(이하 사진=CBS 제공)

     

    미국인으로서 조선인들이 일제 강점기에 저항한 3·1운동을 목격하고, 일본 제국주의가 벌인 만행을 고발하는 데 힘쓴 한 선교사의 삶이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019년 성탄절에 되살아난다.

    지난 1919년 3월 1일, 평양에서 사역하던 미국인 아서 웰본(1866~1928) 선교사는 만세운동 현장에 있었다. 당시 평양에서 발행한 '독립신문 1호'를 고국으로 가져가서 보관했던 그였다. 해당 신문 원본은 그의 자녀 손을 거쳐 한국에 기증돼 그 가치를 더한다.

    웰본 선교사는 자신이 봤던 일제의 만행을 신문 인터뷰 등으로 미국 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에 여러 차례 고발했다. 일제 강점기 군인·경찰에 의해 무너진 교회, 한국인을 향한 무자비한 폭력 등을 상세하게 전했던 그의 용기 있는 증언은 당대 미국 신문과 여러 보고서 등에 오롯이 남아 있다.

    CBS TV는 오는 25일과 26일 밤 11시 10분(재방 26, 27일 오전 11시)에 아서 웰본 선교사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2부작 '길 위의 전도자, 아서 웰본 선교사'(연출 홍재표 PD) 편을 방송한다. 앞서 사무엘 무어 선교사, 제임스 게일 선교사, 로제타 홀 선교사, 호머 헐버트 선교사를 다룬, 기독교가 구한말 사회 변화에 끼친 영향과 역사를 재조명하는 '예수의 흔적' 시리즈 연장이다.

    "제가 맡은 배천과 강원, 두 지역에는 60여 개 도시·마을에 신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각 지구를 두 번씩 순회하며 여행했고, 배천에서는 겨울철 수련회도 한 차례 가졌습니다. 이 다섯 번의 여행은 각각 평균 1000리 길이었으며, 총 124일이 걸렸습니다."

    아서 웰본 선교사가 1903년 6월 작성한 보고서 기록 일부다. 그는 1900년 10월 조선에 들어온 미국 북장로교 파송 선교사로서, 30여 년 동안 경기 북부와 황해도, 강원도는 물론 태백산 소백산 등 백두대간의 험한 산골을 다니며 교회 설립과 오지 순회 전도 사역을 펼쳤다.

    웰본 선교사는 안동을 비롯해 영주·문경·상주·봉화 등 경북 북서부 시골 지역 곳곳을 돌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개척자의 길을 걸었다. 당시 유교 사상과 양반 중심 계급 구조가 뿌리깊던 안동 지역에서 주로 사역했던 그는, 국가의 몰락으로 유교에 대한 실망감을 갖기 시작했던 양반 가문은 물론 평민 등 모든 계층에게 기독교 복음을 전했다.

     

    웰본 선교사가 이끌었던, 7명의 성도로 시작된 안동교회는 1주년 기념예배 때 성도가 70명으로 늘어났다. 2주년 기념예배에는 200명이 참석할 만큼 커다란 성장을 이뤘다.

    웰본 선교사의 부인으로 새디 웰본 선교사 역시 미국 북장로교 간호선교사로 조선에 들어와 아서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여전히 남녀가 내외했던 당대 조선에서는 남자 선교사가 여성들을 상대로 전도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새디 선교사는 여성 성경공부반을 열어 복음을 전했다. 가부장제 위계질서 안에 갇혀 있던 안동 여성들은 새디 선교사 덕에 새로운 변화의 길을 함께 걸었다.

    이후 아픈 아내를 미국에 두고 다시 한국을 찾았던 아서 웰본 선교사는 아내의 부고를 받고도 묵묵히 복음의 길을 걸었고, 대구에서 선교 활동을 이어가던 중 이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국내 최초 부흥운동으로 알려진, 1903년 여름 미국 남감리회 로버트 하디 선교사로부터 시작된 원산부흥운동보다 먼저 일어난 부흥운동이 있음을 발견했다"며 "미국 UCLA 옥성득 교수는 황해도 배천 지역에서 일어난 웰본의 부흥운동을 국내 최초의 부흥운동이라 정의했다"고 전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옥 교수가 제시한 메리 바렛 선교사의 1903년 4월 6일자 서울지부 리포트에는, 아서 웰본 선교사가 배천 지역에서 인도한 사경회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가 남긴 선교보고서 등 자료를 중심으로 안동교회, 하회교회, 내매교회 등 당대 안동 지역 여러 교회들을 취재하며 남아 있는 웰본의 흔적을 발굴하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를 방문한 제작진은 웰본 선교사의 손녀인 에비 프리실라 여사를 직접 만나 웰본 선교사가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던 당시 상황과 기고한 글의 내용을 확인하고 유품을 취재했다. 한국인 편에 서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며 독립운동을 응원했던 웰본 선교사의 행적은 그 안에 오롯이 숨쉬고 있었다.

     

    제작진은 아서 웰본 선교사가 졸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과 새디 웰본 선교사의 모교회인 산타아나제일장로교회를 찾아 그곳에 남겨진 두 선교사의 흔적을 찾았다. 그곳 후배 신학생·신앙인들 증언을 통해서도 부부의 삶은 기억되고 있었다.

    제작진은 "이번 다큐멘터리는 국내외 기독교 사학자들의 철저한 검증과 고증을 거쳐 완성됐다"며 "부산장신대 교회사 탁지일 교수를 비롯해 고신대 이상규 교수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김승태 소장, 미국 UCLA 한국기독교사 옥성득 교수, 웰본 선교사 부부 관련 기록과 유품을 수집하고 있는 에스더재단 대표 김현수 박사 등 전문가의 인터뷰가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배우들의 재연 드라마를 통해 풍성함을 더했다. 화제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 유진(이병헌)의 후견인 선교사 요셉 스텐스 역을 맡았던 미국인 제이슨 넬슨이 아서 웰본 선교사로 분했다.

    웰본 선교사 부부의 사역 여정은 충남 부여, 양평 두물머리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함께 담아냈다. 이들 부부의 기록은 배우 임지규·김정화의 목소리로 각각 전달된다.

    이 다큐멘터리 1부는 아서 웰본 선교사가 참여했던 배천성령운동·순회전도사로서의 사역, 안동 사역의 부흥, 아내 새디 선교사의 여성 사역 등이 집중 조명된다. 2부는 구체적인 복음 전도 전략, 양반과 평민이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는 사회적 변화, 3·1운동 증언자로서 웰본 등 선교사들이 직접 쓴 사료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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