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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 폭행·욕 논란, 안 하느니만 못한 제작진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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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니하니' 폭행·욕 논란, 안 하느니만 못한 제작진 해명

    [뒤끝작렬] '장난'이라는 해명, 무례하고 폭력적인 언행에 면죄부 주는 효과

    (사진=보니하니 인스타그램)

     

    "장난이다." "출연자들끼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떤 논란이 불거졌을 때 상당히 자주 보는 해명이다. 이 같은 대응은 일어난 일을 별것 아닌 일로 축소한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예민하거나 유난스럽다는 '태도'의 문제로 성격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게 어떤 점에서 부적절했고 비판과 지적을 받는지는 금세 뒷전이 된다.

    EBS의 간판 프로그램 '보니하니'에서 욕과 폭행 논란이 일어났다. 10일 '보니하니'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라이브 영상에는 '당당맨'으로 출연 중인 개그맨 최영수가 '하니' 역의 채연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먹니 역의 박동근이 채연을 대하는 영상도 논란이 됐다. 박동근이 "하니는 좋겠다~ 보니(이의웅 분)랑 방송해서. 보니는 잘생겼지 착하지~ 너는"이라고 하자, 채연이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요?"라고 물었고, 박동근은 "너는, 너는 리스테린 소'독한 년'"이라며 난데없이 욕을 했다. 다시 한번 묻는 채연에게 박동근은 "독한 년"이라고 재차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 게시된 영상에서도 박동근이 채연의 목덜미를 잡으며 위협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영상에는 경찰 마스코트 그림과 함께 '학교폭력 국번없이 117'이라는 자막이 나갔다. 이밖에도 박동근이 여성 출연자 얼굴에 생수를 뿌리는 장면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보니하니' 제작진은 10일 라이브 방송 영상 게시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출연자 간에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생방송 현장에서 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출연자, 현장 스태프에게 모두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덧붙였다.

    제작진은 또한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어제는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라며 "이 과정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이는 분명한 잘못이다.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방송 촬영 중 폭행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은 '특별히 잘한 일'이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다. 해당 장면에 문제를 제기한 시청자들은 실제 폭행이 일어났는지 아닌지보다, 폭행을 연상할 만한 위협적인 행동을 미성년자인 출연자에게 한 행위 자체가 무례하고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폭행으로 오해할 수 있을 법한 영상을 게시한 것은, 제작진이 그 장면의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성인 남성 출연자가 미성년자 출연자의 목덜미를 잡으려고 하는 장면에 '학교폭력 국번 없이 117'이라는 자막은 왜 달았을까. '독한 년'이라는 발언도 문제다. 본방송이 아니니 무례한 욕설이 나가도 된다고 믿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EBS '보니하니' 시청자 게시판에 최영수와 박동근 하차 및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보니하니' 시청자 게시판 캡처)

     

    나이 차이가 20살 가까이 나는 성인-미성년자 관계에서 욕설과 폭력을 시도하려는 듯한 행위가 나왔다. 지상파 방송사인 EBS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다. 방송법 제5조(방송의 공적 책임)는 방송이 "아동 및 청소년의 선도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음란·퇴폐 또는 폭력을 조장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본방송이 아니고, 실제 폭행이 없었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거나 밀치거나 때리는(시늉도 포함) 장면은 하나의 상황극처럼 자주 등장했다. 평소 친한 성인 출연자들 간의 '합의된 캐릭터 플레이'라면서. 폭력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가져올 순기능이 무엇인지는 의문이지만, '재미를 위해'라는 이유로 옹호 받은 시간이 길었다.

    덕분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많은 순간이 '가벼운' 혹은 '심한' 장난쯤으로 치부돼 왔다. 제작진과 방송사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출연자들은 전혀 불만이나 반발이 없었다'라며, 프로그램 안에서 벌어지는 무례한 언행을 '별일 아닌 일'로 만들어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데 일조했다. 꽤 오랫동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게 아니라, 그때도 지금도 틀렸다. '틀렸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더 두드러졌을 뿐이다. '장난'이었다는 경솔한 해명을, 2020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 교육방송 제작진 사과문에서까지 보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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