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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삿포로·2019 지바' 韓, 재현된 '대만 참사'



야구

    '2003 삿포로·2019 지바' 韓, 재현된 '대만 참사'

    '대만만 만나면...' 12일 오후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4회초 김광현이 강판하고 있다.(지바=이한형 기자)

     

    야구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잘 나가던 한국이 복병 대만에 덜미를 잡혔다. 믿었던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흔들린 가운데 중심 타선이 1회 기선 제압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서 경기가 꼬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 일본 지바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대만과 2차전에서 0 대 7 완패를 안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포함, 4연승을 달리던 상승세가 주춤했다.

    전날 미국과 슈퍼라운드 1차전 승리의 기운을 잇지 못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 전적 2승1패를 기록하게 됐다. 반면 슈퍼라운드 2패에 몰렸던 대만은 첫 승을 따내며 기사회생했다. 대만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1차전에 이어 또 다시 한국을 잡았다.

    한국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로 정예들이 나선 메이저 대회에서 대만을 15승2패로 압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이어 2년 연속 대만에 충격패를 안게 됐다.

    특히 대만은 2003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과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까지 한국 야구사에 또 하나의 참사 기록을 남겼다. 2003년 당시 한국은 대만전 패배의 충격 속에 시드니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고,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대만에 당한 네 번의 참사 중 두 번이 일본에서 이뤄졌다.

    이번 대회는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과 대만, 호주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팀이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표 자격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다. 일단 한국이 유리하지만 남은 2경기에 따라 올림픽 본선행이 위험해질 수 있다. 호주는 슈퍼라운드 3패를 기록 중이다.

    선발 투수 김광현이 대만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이날 김광현은 3⅓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냈지만 안타 8개를 맞고 3점을 내줬다. 김광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도 대만에 5⅔이닝 3실점하며 뒤진 가운데 물러났다. 다만 대표팀이 역전승을 거둬 패전은 면한 바 있다.

    '한국 잡은 비밀 병기' 12일 오후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1회말 대만 선발 장이가 역투를 하고 있다.(지바=이한형 기자)

     

    반면 대만 우완 선발 장이는 한국 타선을 6⅔이닝 4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한국은 5안타 5볼넷을 얻어내고도 무득점 빈공에 시달렸다. 대만은 11안타 4볼넷으로 7점을 냈다.

    무엇보다 타선이 1회말 흔들린 장이를 상대로 선취점 기회를 놓친 게 컸다. 한국은 박민우의 볼넷, 김하성의 투수 강습 안타로 1, 2번이 밥상을 잘 차렸다. 그러나 3~5번 중심 타자들이 떠먹지를 못했다. 일단 타율 5할3푼8리의 호조를 보이던 이정후가 2루 뜬공에 그쳤다.

    상대 선발 장이가 보크를 범하면서 1사 2, 3루로 기회는 더 좋아졌다. 하지만 4번 타자 박병호가 짧은 중견수 뜬공을 치면서 3루 주자 박민우가 뛰지 못했다. 전날 미국전에서 1회 선제 결승 3점포를 때렸던 김재환도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이닝이 끝났다.

    위기 뒤 기회라는 야구 속설처럼 대만이 2회초 선취점을 냈다. 김광현은 2사 1루에서 9번 타자 가오위제에게 좌중월 2루타를 맞고 선실점했다. 좌익수 김현수가 사력을 다해 쫓아갔지만 타구가 글러브를 벗어났다. 김광현은 후진룽에게도 적시타를 맞고 2점째를 내줬다.

    김광현은 3회를 삼자 범퇴로 처리했지만 4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선두 린리에게 안타를 내줬고, 희생번트로 맞은 1사 2루에서 왕성웨이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가오위제에도 중전 안타를 맞은 김광현은 1사 1, 2루에서 마운드를 하재훈에게 넘겼다. 다행히 하재훈이 두 타자를 범타로 막아냈다.

    이날 김광현은 최고 구속이 147km였지만 전반적으로 속구가 140km 초중반에 머물렀다. 이러다 보니 슬라이더의 효과가 떨어져 상대 표적이 됐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리는 김광현으로서는 에이스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스카우트들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무산된 선취점' 12일 오후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1회말 1사 1, 2루에서 박병호가 뜬공으로 물러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만약 1회말 선취점이 났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다. 1회부터 2사 1, 2루에 몰리는 등 흔들렸던 김광현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1회 황금 기회가 무산되면서 오히려 부담이 가중됐다.

    이후에도 한국 타선은 좀처럼 점수를 뽑지 못했다. 5회말 1사에서 박민우가 볼넷을 얻고, 도루까지 성공해 2사 2루를 만들었으나 이정후의 잘 맞은 타구가 상대 유격수 호수비에 걸린 게 아쉬웠다.

    한국은 7회 결정타를 얻어맞았다. 고우석이 후진룽에게 볼넷을 내주고 린저쉬엔에게도 잇따라 볼 2개를 던지자 원종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희생번트와 볼넷으로 맞은 1사 1, 2루에서 원종현은 4번 린홍위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5번 천쥔시우에게 3구째 던진 슬라이더가 몰려 좌중간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장면이었다.

    대만은 9회초 린홍위가 문경찬을 상대로 쐐기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한국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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