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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민간 비정규직, 정부 해법은 오리무중



경제 일반

    급증한 민간 비정규직, 정부 해법은 오리무중

    국정과제로 약속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경사노위로 논의 넘겨
    경사노위도 노사 이견 크다는 이유로 공식기구서 논의 못해…결론내기 어려울 듯
    "어려운 이슈 번번이 경사노위行…탄력근로제·ILO 협약 실수 되풀이해선 안돼"

    정부가 2017년 6월 발표했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 중 언급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계획(자료=일자리위원회 제공)

     

    최근 비정규직이 급증한 통계 결과에 정부 고용 정책에 비상불이 켜졌지만, 정작 핵심 대책으로 꼽히는 '사용사유 제한' 법제화 논의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비정규직이 86만 7천명이나 늘어났다.

    단순히 설문 문항의 차이로 기간제 노동자가 최대 50만명 재분류됐다는 정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그동안 이들이 정부 통계에서 정규직으로 여겨진 채 방치됐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36만명 증가폭조차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2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특히 정부는 고용 시장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20여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민간 부문 비정규직은 정부 정책과 반대로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정부 목표와 실제 비정규직 증감 추이가 따로 움직인 데 대해 전문가들은 민간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노력이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규모 및 비중(자료=통계청 제공)

     

    대표적 사례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다.

    정부는 2017년 10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지난해인 2018년 상반기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기간제법은 사용기간만 2년으로 제한할 뿐, 별다른 이유 없이 정규직 대신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견법 역시 파견 대상업무가 너무 넓고, 특정 업무만 파견을 금지하도록 제한해 사실상 어떤 업무든 파견직 노동자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애초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기준으로 활용된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고, 계절적 사유나 임신·출산·육아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상황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제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외에도 간접고용에 대해서도 원청기업에 공동사용자 책임을 포괄적으로 부여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 비정규직 규모를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2017년 6월 발표했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 중 세부 추진과제별 이행 계획.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법 개정을 지난해 상반기부터 공식 추진하기로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자료=일자리위원회 제공)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작업은 자회사·무기계약직으로 '무늬만 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민간 부문의 정규직 확대 노력은 아예 추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역시 약속했던 관련 법 개정은커녕, 고용노동부 총괄로 꾸려졌던 '비정규직 대책 TF'가 지난 2년 동안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최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관련 논의를 떠넘겼을 뿐이다.

    공을 넘겨받은 경사노위는 오는 7일 '고용형태 다양화에 따른 법·제도 개선과제 연구회' 첫 회의를 열고 이를 다룰 예정이다.

    노사간 이견이 첨예하다는 이유로 본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한 의제별위원회 등 공식기구 대신 단순 연구모임 차원에서 다루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 경사노위 관계자는 "만약 정부 TF 논의에서 대안이 나왔다면 노사정 공감대를 형성해 의제별위원회를 세웠겠지만, 현재는 윤곽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화 테이블을 옮기고 싶다고 요청해 수용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경사노위에서 전문가들이 공부해보자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사유 제한 논란은 정부나 노동정책 수장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됐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양하다"며 "6개월 정도 연구한 뒤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의제별위원회를 세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은 "정부가 사용사유 제한을 입법하기로 약속해 2년이나 시간을 끌더니 이제는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며 ""정권 초기 문 대통령이 직접 약속하고 언급하니 하는 시늉은 했지만, 사실상 입법 의지가 없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도 정부가 비준을 추진하면 될 일을 경사노위로 넘겼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도 당정차원에서 여야가 모여 합의하고도 경사노위에 넘겼다가 결국 경사노위 자체가 엉망이 됐다"며 "책임지기 부담스러운 이슈를 경사노위로 떠넘기지 말고, 정부는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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