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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용의자' 허성태, 촬영장에 '영웅본색' OST 튼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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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 번째 용의자' 허성태, 촬영장에 '영웅본색' OST 튼 까닭

    [노컷 인터뷰]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노석현 역 허성태 ①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배우 허성태를 만났다. (사진=한아름컴퍼니 제공)

     

    ※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내용이 나옵니다.

    "저 주연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고요. 김상경 선배님께서 중심이시고… 다 같이 주연급으로 크레디트에 올려주셨는데, 상경 선배님만 믿고 갔죠. 동영이도 그럴 것이고요. 솔직히 서로 정말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하진 않았습니다. (중략) 제가 주연…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감독 고명성) 언론 시사회가 열렸던 지난달 26일, 허성태는 첫 주연작으로 인사하게 된 소감을 묻자 '주연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라며 머쓱해 했다. 사실 그는 이미 '짜장면의 유혹', '중독', '랑데부' 등 단편영화와 장편 '사내본색'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다. 좀 더 많은 극장에 걸려 더 널리 관객을 찾을 수 있는 영화의 주연으로 발돋움했단 뜻이겠다.

    언론 시사회 후 몇 시간 만에,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 시네 드 쉐프에서 만난 허성태는 이때도 마찬가지로 "진짜, 뭐 내 주연 영화가 첫 개봉한다, 이런 건 사실 없다"며 쑥스러워했다. 열과 성을 다한 작품이기에 애착이 많지만, 비밀을 안은 캐릭터를 맡은 만큼 함구해야 할 부분이 많아 답답하기도 하다고.

    ◇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매력 느껴

    '열두 번째 용의자'는 1953년 오리엔타르 다방에서 벌어지는 '시인 백두환 살인사건 진범 찾기'를 얼개로 하는 영화다. 수사관 김기채와 용의자 12명이 벌이는 심리전이 돋보이는 미스터리·스릴러다. 극중 배경이 되는 오리엔타르 다방은 사실상 밀실에 가깝다. 영화 '큐브', '쏘우', '헤이트풀8'처럼 '열두 번째 용의자'도 공간에 제약이 있다는 데에 허성태는 호기심을 느꼈다.

    허성태는 "'왓쳐'라는 드라마도 그렇지만, 각 캐릭터의 심리,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있어서 매력을 느꼈다. 거기에 '헤이트풀8',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등 그런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연기해 볼 기회가 나한테 왔구나 하는 생각에 잘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종영한 '왓쳐'에서도 소름 끼치는 악역을 연기한 그는 자타공인 '악역 전문 배우'다. 그래서 '열두 번째 용의자'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도 고 감독에게 잊지 않고 물었다. "제가 악역인가요?" 그랬더니 고 감독은 "일단 만나시죠"라고 대꾸했다.

    10일 개봉한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한 유명 시인의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밝히는 심리 추적극이다. (사진=㈜영화사 진 제공)

     

    허성태가 연기한 노석현은 오리엔타르 다방의 주인이다. 중반까지 대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조용한 캐릭터다. 뭔가 심상치 않은 걸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건 다방 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서 좀처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이다.

    허성태는 "제가 악역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이 작품에서도 많은 분이 초반에는 (진범이) 저일 거로 생각할지 모른다. 사실 '왓쳐' 때도 그랬다. 결국엔 제가 됐지만, 그건 너무 빤하다고 보시는 분도 계실 거고. 하여튼 그런 고민이 많았고, 그렇게(너무 예상되는 그림으로) 안 보이게 하려고 많이 신경 썼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인물에 대해 더 많이 설명할수록, 노석현 캐릭터가 지닌 비밀을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성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애착이 있다. 이 작품에 대해 정말 열과 성을 다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말하고 싶은 게 많은데 답답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촬영장에 '영웅본색' OST 틀어놓은 이유

    노석현은 극중 다리를 전다. 다방 마담인 아내(박선영 분)가 이이가 다리가 불편해서 잘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하는 대사도 나온다. 허성태는 '영웅본색'에서 주윤발도 다리를 전다는 걸 떠올리고 '영웅본색' OST를 대기시간에 틀어놓고 감정을 잡았다. 그는 "뭔가 억누르고 있다가 폭발하는 분위기가 '영웅본색'과도 비슷한 것 같아서 그 노래를 자주 틀어놨다"라며 "촬영장 분위기에는 되게 잘 어울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워낙 대사가 적어 표정이나 눈빛에 기댈 때가 많았는데 연기하기 까다롭지는 않았을까. 그러자 허성태는 "말 없다가 선영 배우님한테 찻잔 주고 들어가는 씬이 있지 않나. 그거 어떻게 보셨나?"라고 취재진에게 질문했다. 곧장 "나는 그게 웃길 줄 알았다. '뭐야?' 하면서. 일부러 호흡도 없이 그렇게 했다. 조미료 같은 웃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부연했다. 오히려 뭔가 숨기고 있는 듯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고 취재진이 입을 모으자, 허성태는 "우리는 모니터하면서 엄청 웃었는데…"라며 "제가 제일 기대하는 장면인데"라며 웃었다.

    노석현은 "땅에 묻힌 애국자들이 통곡한다" 등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설적인 대사로 전하는 캐릭터다. 허성태는 박인성 역의 김동영, 김기채 역의 김상경과 붙어서 연기할 때 자꾸만 본인 대사에 이입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고 감독은 "그걸(감정을) 성태 씨가 느끼면 안 된다"라고 제동을 걸었다.

    허성태는 '열두 번째 용의자'에서 미스터리한 인물 노석현 역을 연기했다. (사진=㈜영화사 진 제공)

     

    허성태는 고 감독이 "그냥 감정과 텐션과 열정과 에너지를 잃지 말되, 선을 너무 넘지 말아라. 그건 관객들이 느껴야 한다. 메시지를 느끼되, (배우가) 거기에 심취해서 젖어 들면 관객 몫을 뺏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 부분에 되게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석현이란 인물 통해서 감독님은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데, 메시지 던지는 사람이 취해버리면 관객들은 감동을 못 느낀다고 계속 짚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후반부 등장하는 무자비한 폭행 씬에서는 흠씬 두들겨 맞는 상황을 감수했다. 허성태는 "재밌었다, 진짜로 하는 건 아니니까. 사실 연기할 때 너무 심각하다가도 막히는 게 없으면 되게 서로 다 즐거웠다. 되게 금방 풀어지고 별 문제없었고. 오늘 (언론 시사회에) 오지 않은 배우분들도 액션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합이 잘 맞았다"라며 "하늘이 있다면 정말 많이 도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즐거웠던 현장

    허성태는 '열두 번째 용의자'에서 김상경, 박선영, 김동영 등과 연기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김상경은 베테랑답게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았다. 평소엔 "새벽부터 저녁까지 입을 계속 안 쉬고 말하는", "매번 웃기고 재미있어서 어쩔 수 없는" 동료지만, 연기할 때는 그 에너지에 놀랄 정도였다고.

    허성태는 "지칠 만한데 안 지치셨다. 특히 대사가 많은데 NG가 거의 없고 바로바로 가셨다. 저한테 '성태 어제 왜 그랬어~' 하다가도 '레디, 액션!' 하면 바로 돌변한다. 저는 '어~ 잠시만요!' 하고. 이런 법이 어딨느냐. 나를 무장해제 시켜 놓고 자기는 확 해 버리면… 어우, 깜짝 놀랐다"라며 웃었다.

    이어, "한정된 공간이고, 어떻게 보면 각 파트는 자기가 보고자 하는 부분밖에 안 보지 않나. 감독님은 너무 많은 걸 봐야 하는데, 배우 중에서는 경험이 제일 많고 베테랑이니까 많은 부분에서 '이렇게 하는 게 제일 효율적이야' 하면서 정리 되게 많이 해 주셨다. 그 환경과 예산으로 (완성) 할 수 있도록 한 데에 큰 힘이 되어주셨다"라고 말했다.

    부부 연기를 한 박선영은 사실 동갑이었는데 처음에는 허성태가 연장자인 줄 알고 박선영이 오빠라고 불렀다고. 허성태는 "저는 여자 배우들을 특히 되게 어려워한다. 일주일 동안 오빠라고 하셔서 얘기해야 하나, 아니 이 작품 끝나면 별로 볼 일 없을 텐데 넘어가자 했는데 죄송한 마음도 있어서 77년생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네?' 하시더라"라고 설명했다.

    허성태는 '열두 번째 용의자'에서 김상경, 박선영, 김동영(위쪽부터)과 함께 연기했다. (사진=㈜영화사 진 제공)

     

    허성태는 "외모로는 제가 더 나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도 이왕 했으니 오빠라고 부르겠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부부로서 부딪혀야 하고 기대야 하는데 전혀 거리낌 없이 해 주셔서 저도 편했다. 진짜 착하시고 잘해주셨다"라고 전했다.

    김동영과는 앞서 영화 '밀정'에서 만났다.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김동영과는 상하이에서 두 달 동안 거의 붙어 있다시피 지내면서 가까워졌다고. 이번 작품 시나리오를 먼저 받은 김동영이 허성태에게 여기 출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고 감독과 만나기도 전에.

    오리엔타르 다방에 들어가면 일순간 분위기가 진지해졌지만, 세트장 밖에선 분위기가 더없이 편했다고 한다. 허성태는 "다들 상경 선배님이랑 재미있는 이야기 했다. 동영이랑 저희 매니저가 두산 팬이라서 그 얘기도 하고, 스타크래프트도 하고, 저녁에는 술 한잔하고 얘기도 많이 나눴다"라고 밝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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