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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풍이 집어 삼킨 보금자리…복구작업도 '막막' 분통



영동

    [르포] 태풍이 집어 삼킨 보금자리…복구작업도 '막막' 분통

    태풍 할퀴고 간 신남마을 '아수라장'
    주민들 복구작업 엄두 못내 '망연자실'
    공무원들 현장 찾지도 않는다며 '울분'
    복구작업 인력으로 불가 중장비 시급
    이낙연 총리 4일 태풍 피해지역 방문

    쑥대밭으로 변한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주민 이재우(65)씨.(사진=전영래 기자)

     

    "집이 통째로 묻히는 이런 물난리는 처음입니다. 복구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그저 막막하기만 해서 울분이 터집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할퀴고 간 강원도 삼척의 한 마을은 '500㎜ 물폭탄'에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변했다. 일부 주민들은 복구작업을 시작할 엄두도 못낸 채 신음하고 있다.

    4일 오전 찾아간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 마을 입구에서부터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토사와 떠내려 온 나무들을 보는 순간 태풍 피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주택 7채가 토사에 묻혀 지붕만 알아볼수 있었고, 1채는 지붕까지 날아가 아예 모습이 사라졌다. 마을에 흐르던 하천과 길도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도록 파묻혀 있었다.

    토사에 파묻혀 지붕만 남아 있는 집을 살피고 있는 주민들. (사진=전영래 기자)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본 한 주민은 버럭 고함을 지르며 울분을 성토했다. 입구에서 만난 이재우(65)씨는 "피해가 난 이후 주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누구하나 얼마나 피해가 났는지, 어떻게 복구를 하겠다고 설명하는 사람이 하나 없다"며 "정말 화도 나고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시(2일) 밤 11시가 넘으면서 물이 차오르고 토사가 밀려와 잠옷 바람에 맨발로 나오느라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며 "여기서 태어나고 살아오면서 태풍 매미와 루사도 겪었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주민 엄길수(65)씨는 "집 전체가 토사에 묻혀 도저히 인력으로 할 수 없어 더욱 막막하다"며 "중장비가 투입돼야 복구가 시작될 수 있는 만큼 지자체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조속히 움직여 줄 것"을 호소했다.

    지붕만 덩그러니 남은 삶의 보금자리를 바라보던 윤강옥(여·62)씨는 "물이 차오르면서 이웃주민들과 함께 지붕에 사다리를 놓고 산으로 돌아서 나왔다. 1분만 늦었어도 다 죽었을 것"이라며 "이제 날씨도 점점 추워지는데 올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 지 잠도 오지 않는다"고 흐느꼈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복개천 대신 시뻘건 흙탕물이 무섭게 흐르고 있다. (사진=전영래 기자)

     

    길 건너 위치한 이웃 주민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을 한가운데에 흐르고 있었다는 복개천 대신 시뻘건 흙탕물이 마을을 가르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도 토사가 들이차 마치 폐허를 방불케 했다.

    마을주민 모두가 이른 아침부터 토사를 퍼내고, 가재도구를 정리하는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워낙 큰 피해를 입은 터라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주민 대다수가 노인들이었던 마을이지만, 태풍 피해 소식에 멀리서 온 자식들이 힘을 보태며 그나마 복구를 시작하고 있었다.

    폭우에 침수돼 흙범벅인 된 가재도구들을 정리하고 있는 주민들. (사진=전영래 기자)

     

    마을 노인회장 김병호(82)씨는 "지금 방에 있는 토사를 퍼내고 가재도구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정말 너무 힘들고 정신이 없다"며 "그런데 시에서는 현재 어떻게 됐는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중장비를 동원해서 토사를 퍼내야 우리도 빨리 준비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피해 소식을 접하고 일산에서 온 주상희(50)씨는 "뉴스를 보고 부모님 걱정에 내려왔는데 현장을 보니 너무 심각해서 말이 안나올 정도"라며 "고향인 여기는 정말 아름다운 동네였다. 하루속히 예전의 모습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자체 등에서 신경을 많이 써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흙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정리하던 김선란(여.77)씨는 "정말 기가차고 너무 억울하다"며 "멀리서 자식들이 달려와 도우니 망정이지,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노인들인데 정말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척시에 따르면 앞서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내린 삼척 원덕지역의 강수량은 500㎜에 달한다. 특히 시간당 최대 80㎜ 안팎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강원도 삼척지역 태풍 '미탁' 피해현장을 찾아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삼척 원덕읍 신남마을을 찾은 이낙연 총리.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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