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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분노한 '청년촛불', 정치권 싸움 속 기로에 서다



사건/사고

    불공정 분노한 '청년촛불', 정치권 싸움 속 기로에 서다

    • 2019-10-03 05:00

    "정치적 대립으로 비칠까 우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것"…학생들 의견 분분
    3일 종로구 혜화동에서 1차 전국대학생 연합집회 열려

    지난 28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촉구 2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 및 졸업생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조국 장관 사태를 둘러싼 촛불 집회가 보수와 진보 진영간 세 대결로 번지자 '청년 촛불'이 갈림길에 섰다. 초창기부터 정치와 선을 긋고 불공정에 반발해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은 양 진영간의 촛불이 거세지자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특히, 조국 장관 자녀의 '입시·학사비리 의혹'을 계기로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내걸며 '조국 반대'를 외쳤던 대학생들은 장기화되고 혼탁한 국면 속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2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CBS 취재진과 만난 사회과학대 4학년 김모(24) 학생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건 정의"라며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 대학인데, 발판부터 공정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학생들이 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대 3학년 권모(22) 학생은 "진영을 떠나 공정성이라는 '원칙'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며 "사회 전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지다 보니 분노가 폭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이 조국 장관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이어 열고,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서는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사실상 조 장관을 지지하는 촛불집회가 여권의 가세 속에 열리면서 학생들이 집회 참여를 조심스러워하는 기류가 읽혔다.

    서강대학교 졸업생인 20대 김모씨는 "대학생들이 연 집회에도 소위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결국 '조국 장관의 편을 드느냐, 마느냐'의 진영 논리로 (대학생 집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의혹 규명은 뒷전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범대학 4학년 이모(27) 학생은 "집회 국면이 이미 진영 간의 대립으로 돼 버린 것 같다"며 "집회에 참여하면 무조건 여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참여하기가 주저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집회를 이끈 학생들도 나름의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다만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박탈감과 분노를 가진 많은 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공감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정치권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아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하지만, 진영 논리만 펼치고 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려대 사회과학대 4학년 김모(24) 학생은 "청년들이 낸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시키는 채널이 없다"며 "정치인들의 나이나 성별 등을 보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기에는 부족한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을 향한 실망과 함께 진영간 갈등만 증폭되는 현 세태에 허탈감을 느끼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일각에서는 대학생들의 '연합 촛불집회'가 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만큼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2학년 김모(21) 학생은 "확산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른 학교들도 참여하면서 규모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려대 정경대학 3학년 권모(22) 학생은 "진영 싸움에 집회를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학생들의 문제의식은 입시 비리 문제에 있기 때문에 진영 논리가 개입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본질에만 집중하면 참여 인원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문대학교 법경찰학과 이희훈 교수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한 뜻'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가 중요하다"며 "규모에 관계없이 학생들이 문제점, 제도 등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국대학생연합 촛불집회 집행부는 전날 기준으로 54개 대학교가 연합집회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집행부는 호소문에서 "정부는 우리의 촛불과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무조건 검찰개혁만이 국민의 목소리인 것처럼 여론몰이 중"이라며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청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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