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지난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였던 이른바 ‘우산 혁명’을 강제 진압했던 당시 경찰 2인자를 다시 기용키로 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11월 정년을 맞아 퇴직 휴가를 떠났던 전직 경무부처장 앨런 로(劉業成)를 6개월 시한의 임시 직책인 '특별직무 부처장'으로 임명한다고 9일 밝혔다.
앨런 로 홍콩 경무처 특별직무 부처장 (캡처=명보/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 홍콩 매체들은 앨런 로를 대표적인 홍콩 경찰 내 강경파로 분류하고 있다. 앨런 로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2개월 넘게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대규모 시위, '우산 혁명'을 강제로 해산하고 그 과정에서 무려 1천여 명에 달하는 시위 참여자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무사장(정무장관)이었던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이 시위대 강제 해산을 주도했는데 오른팔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당시 경무처 행동처장을 맡았던 앨런 로였다.
지난 2016년 춘제(春節·중국의 설)인 2월 8일 밤 몽콕에서 노점상 단속을 반대하며 발생한 이른바 '몽콕 폭동'을 진압하고 54명을 체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6일 경찰이 폭동진압 훈련을 위해 정렬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화려한 시위 진압 전력을 지닌 앨런 로를 홍콩 정부가 다시 일선으로 전진 배치시킨 것은 다분히 현재 홍콩을 뒤흔들고 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콩 정부의 시위 진압 방식이 좀더 거칠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 정부는 복귀한 앨런 로가 스테판 로 경무처장을 도와 '대규모 공공질서 사건'에 대응하고,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 등 주요 행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10월 1일 이전까지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와 관영 매체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중국 국가 휘장을 훼손하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바다에 버린 사건에 분노하며 연일 홍콩 정부와 경찰에 '무관용' 강경 대응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