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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앨리스 죽이기', 광기 어린 '종북 매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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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앨리스 죽이기', 광기 어린 '종북 매도'의 기록

    [노컷 리뷰] 불과 5년 전, 종북 마녀'로 낙인 찍힌 신은미 씨
    한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오는 8월 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앨리스 죽이기' (사진=지킬필름 제공)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탓에, 북한을 '북괴'로, 북한 사람들은 뿔 달린 사람으로 인식했던 재미교포 신은미 씨. 북한에 갈 때도 남편과 반응이 딴판이었다. 그냥 휴가(vacation)였던 남편과 달리, 신은미 씨에겐 '달나라보다 더 독특한 여행'이었다.

    무지는 공포와 적개심을 불러오기 쉽다. 신은미 씨가 북한을 낯설고 불편하게 여겼던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북한 사람들도 주변의 평범한 이웃과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신은미 씨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북한을 기록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책을 냈다.

    다큐멘터리 '앨리스 죽이기'(감독 김상규)는 북한에 다녀온 후 본인이 느낀 감상을 전했다는 이유로 '종북몰이'의 피해자가 된 신은미 씨의 이야기를 그린다. 했던 말을 곡해하거나 하지도 않은 주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한 사람을 '빨갱이'로 매도한 당시 한국 사회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TV조선은 신은미 씨와 황선 씨가 연 북 콘서트를 '종북 콘서트'라고 이름 붙인 후, 열띤 공격을 이어갔다. 세 쌍둥이를 낳으려고 하면 국가에서 헬기를 보내준다는 발언은 탈북자들이 종편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직접 말한 내용임에도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됐다. 대동강 맥주가 맛있었다는 말조차 문제를 삼으니 문제가 됐다.

    TV조선을 비롯한 이른바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언론의 집요한 악의적 보도로 신은미 씨의 북 콘서트, 토크 콘서트는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고엽제전우회 등 극우단체의 반대 시위는 기본이었고, 당시 한 고등학생은 "봉길 센세(윤봉길 선생)의 마음"이라며 행사장에서 황산 테러를 벌였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문학 도서로 선정된 책이 '종북몰이' 광풍이 몰아친 2014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우수 도서에서 취소됐다. 누군가를 오독하고 곡해할 수 있는 표현을 쓸 때 필요한 최소한의 주의도 없이,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종북 콘서트'라는 말을 꺼냄으로써 기름을 부었다.

    신은미 씨에게 대외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출발점은 언론이었다. TV조선뿐 아니라 수많은 언론이, 표현의 적절성을 스스로 판단하거나 정제하기를 포기한 듯 무비판적으로 '종북 콘서트'와 '종북 논란'이라는 말을 옮겼다. 그렇게 이 사건은 덩치를 키워갔다.

    재미교포 신은미 씨 (사진=지킬필름 제공)

     

    결국 신은미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자신의 책과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내년(2020년) 1월까지 입국 금지 조처를 당했다.

    '앨리스 죽이기'는 신은미 씨가 겪은 상황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관찰자이자 목격자로서 '기록'에 충실했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일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것만으로 관객들을 얼마든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레드 콤플렉스를 실감할 수 있다.

    예전만 못하다지만 언론의 '부정적인' 위력을 확인할 수도 있다. 프레임을 만들고 강화하면서 급기야 한 사람을 '사회적 죽음'에 이르게 하는 힘을, 놀랍게도 2014년의 한국 언론은 가지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주전장'(감독 미키 데자키)에 이어, 관객들의 황당함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다큐멘터리가 또 한 편 탄생했다.

    8일 개봉, 상영시간 81분 8초, 12세 이상 관람가, 한국,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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