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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장' 감독 "한일 관객들, 극중 주목하는 부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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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전장' 감독 "한일 관객들, 극중 주목하는 부분 달라"

    [노컷 인터뷰] '주전장' 미키 데자키 감독 ②

    '주전장'을 연출한 미키 데자키 감독을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시네마달 촬영)

     

    올여름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다큐멘터리 '주전장'(감독 미키 데자키)은 지난 4월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드물게 6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해 한일이 아닌 일본계 미국인의 시각을 담아냈다는 것만으로 주목받았는데, 나빠진 한일 관계가 작품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더 높였다.

    '주전장' 개봉을 앞둔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미키 데자키 감독을 만났다. 그는 한일 관객과 언론이 '주전장'을 보며 주목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20만 명이라는 숫자, 성노예라는 표현 등에 매몰되면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하는 내용이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저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기반에서 논의를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강제동원, 성노예에 대해 각자가 가진 상상이 있지만, 국제법으로 정의된 의미가 있다. 그런 정의에 합의하고 동의한 상태에서만 앞으로 생산적인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의 우익 정치인 스기타 미오 의원이 본인의 말로 반박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사례가 더 많았을 것 같은데 이 장면을 넣은 이유가 있는지.

    다른 경우에도 많이 있었다. 우익 세력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모순되는 경험을 많이 느꼈는데 스기타 미오 의원 선택한 이유는… 그 의원이 자기가 한 말을 계속 강조했기 때문이다. (* 기자 주 : 스기타 미오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만 있을 뿐 일본군이나 일본 정부가 여성을 강제동원하거나 위안소를 운영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스기타 미오는 평화의 소녀상을 해외에 세우는 바람에 해당 지역에 사는 일본 교포들이 괴롭힘을 당한다고 일본 국회에서 말했다. 이때 스기타 미오는 '증언'만을 근거로 했다.)

    저는 모순되는 장면을 많이 드러내서 인터뷰이를 나쁘게 보이고 싶었던 건 아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때로 모순된다. 사소한 모든 모순을 잡아내려고 하진 않았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인터뷰이)에게도 좋은 일일 거라고 본다. (자기 말이) 앞뒤가 안 맞는지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판단을 한 것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점을 짚었다. 미국인으로서 미국을 비판하는 것에 염려는 없었는지.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으면서 망설이거나 걱정하는 부분은 없었다.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 제 책임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다. 저는 애국자가 아니다. 하지만 저를 만약 애국적인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면, 저는 미국을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걸 들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미국 시민으로서, 이 나라가 가는 방향에 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지적하는 거다. 시민이 선출한 정부를 감시하는 것도 시민들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주전장'의 스틸 (사진=시네마달 제공)

     

    ▶ 마지막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고백한 김학순 씨의 인터뷰를 배치한 이유가 궁금하다.

    저는 그 부분이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위안부' 문제를 두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구성이 된다고 생각했다. 정치인, 학자들의 목소리는 많이 나오지만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다는, '위안부' 문제의 지형을 보여주기도 하고.

    김학순 씨의 증언을 마지막에 둔 것은 이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우리가 무엇을 듣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제가 (김학순 씨) 증언을 들었을 때 정말 날 것이라는 걸 느꼈다. 자기가 경험한 걸 전혀 과장하지 않다는 것,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경험한 것을 순수하게 얘기한다는 걸 느꼈다. 정말 와닿았고 감동했다.

    ▶ '주전장'은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다. 일본 관객과 한국 관객이 영화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다를 것 같은데.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단 일본 관객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이슈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진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의견은 많이 들었겠지만, 반대편 주장을 듣는 게 그들에겐 새로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TV에서 많이 봐 온 우익들의 주장을 직접 듣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한국 관객들은 우익들의 주장을 듣고, (그들이) 왜 이런 주장을 펼치는지 보고 알아나가는 게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다. 일본 관객들은 이 영화에 나오는 주장의 세부 내용에 흥미를 느낀다면, 한국 관객들은 역사를 지우려는 일본 극우 세력이 어떤 의도를 갖는지에 주목하는 것 같다. 현재 아베 정부를 비롯해 극우 세력이 (한국에) 보복적인 행위를 하는 현재 시국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일본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 '주전장'은 미국 개봉도 염두에 두고 있나.

    아무래도 미국에서 극장 개봉하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다. 미국 몇몇 대학에서 상영할 것 같다. 미국 사람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많은 맥락을 알고 있지 않다. 전문가나 교수와 같이 영화를 본 다음에 논의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상영이 이뤄진다면 많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주전장'으로 처음 다큐멘터리 작업을 마쳤다. 본인의 만족도는 어떤가.

    일단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어려웠다. 영화가 잘 되고 있었을 땐 재미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힘들었다. 이걸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많은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가 다루려는 이슈가 너무 거대한 이슈이기 때문에, 영화를 10편 정도 찍고 이걸 도전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완성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끝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무척 기쁘고 만족하고, 많은 사람이 관심 가져주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다. 꿈이 이뤄진 것 같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주전장' 언론 시사회 당시 미키 데자키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 마지막 질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나.

    일단은 그분들이 제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영화가) 그분들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왜냐하면 영화에 그분들의 주장과 증언이 의심받는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이다. 너무 오랜 시간 겪어서 익숙해졌을 수도 있지만.

    엔딩 크레디트 후반부에 침묵을 강요당해 온 성적 착취당한 분들에게 (영화를) 바친다는 자막을 넣었다. 이 영화를 통해 제가 품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분들이 겪었던 경험을 존중하면서 만들고자 했다. 이런 제 의도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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