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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주전장', 日 우익 주장 촘촘히 담아낸 비결



영화

    다큐 '주전장', 日 우익 주장 촘촘히 담아낸 비결

    [노컷 인터뷰] '주전장' 미키 데자키 감독 ①

    '주전장'을 연출한 미키 데자키 감독을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김수정 기자) 확대이미지

     

    지난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주전장'을 연출한 미키 데자키 감독은 솔직하다. 일본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그는 일본 내 인종 차별을 경험하고 이를 유튜브에 올렸다가 우익들로부터 공격받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는 이유로 자기처럼 공격당한 기자를 보고 나서야, 일본군 '위안부'란 사안이 궁금해졌다고 인정하고 시작한다.

    평소 잘 몰랐던 분야에 다가가는 '쉽고 간단한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그저 성실하게 조사하고 공부했다. 학술 저널, 논문, 언론사 기사를 보면서 가닥을 잡아 나갔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가장 활발하기 '말하는' 사람들을 추려 인터뷰에 나섰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약 3년이 걸린 이유다.

    '주전장'에서는 말 그대로 '말의 전쟁'이 일어난다.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군과 정부는 책임이 없다며 선 긋고 싶어 하는 우익들과, 책임 있는 사과와 법적 배상, 전범 국가로서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것을 요구하는 다른 한쪽의 이야기가 핑퐁 게임을 하듯 이어진다.

    '주전장' 언론 시사회 이틀 후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미키 데자키 감독을 만나 직접 물었다. 흥미를 갖게 된 주제를 왜 '다큐멘터리'로 풀어냈는지, 자국에서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우익 인사를 직접 만나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지.

    다음은 일문일답.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제 이름은 미키 데자키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전장'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감독이다. 대학원생이었고 승려이기도 했고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 15일에 언론 시사회를 통해 '주전장'을 한국에 소개했는데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아주 기분이 좋다. 이렇게 많은 언론이 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좋다.

    ▶ 왜 한국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로 생각했나.

    한국인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받아들일지 확신이 없었다. 제가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이들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지난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주전장' (사진=시네마달 제공) 확대이미지

     

    ▶ '주전장'(Shusenjo: The Main Battleground Of The Comfort Women Issue)이라는 이름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다. 제목을 어떻게 짓게 됐는지.

    일본 우익들이 먼저 '주전장'(主戰場)이라는 용어를 썼다. 역사 수정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미국을 '위안부' 문제의 주전장으로 생각한다. 거기에 착안해 저도 영화 제목을 짓게 되었다. 미국을 주전장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미국인들의 역사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면 세계의 시각을 바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저는 이 제목을 비유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싶었다. 인터뷰이들은 인터뷰하면서 (저를) 자기주장 쪽으로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럴 때 제 머리와 마음은 왔다 갔다 하면서 흔들려, 마치 전쟁터 같았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 때, 양쪽의 입장을 말들의 전쟁이 펼쳐지는 걸 직접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영화 만드는 동안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을 느끼길 바라서 이런 제목을 지었다.

    ▶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 가장 활발하게 발언하는 학자·정치인·유튜버·피해자 지원단체 소속인 등 30여 명을 만났다. 취재한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쓴 이유는.

    저는 일단,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게 중요했다. 현실을 담아내는 미덕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형식을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봤다.

    ▶ 다큐멘터리 분량이 121분이다. 어떻게 자료를 조사하고 인터뷰이를 추려 나갔는지 궁금하다.

    자료 조사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했다. 온라인으로 많이 찾았고 학술 저널, 논문을 많이 봤고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책도 많이 봤고 뉴스 기사도 많이 탐독했다. 일단 양쪽 진영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리스트를 꾸렸고, 그들에게 접촉했다.

    ▶ 아마 본인이 한국인이거나 일본인이었다면 이들이 인터뷰를 안 해줬을 거다,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일단은 좋은 질문을 준비해가려고 노력했다. 인터뷰하려는 각각의 대상에 대해서 사전에 많은 조사를 했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인터뷰이들은 자기에 대해서 많이 알고 미리 공부해 온 사람들과의 대화에 더 참여해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각자가 흥미 있어 하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저는 인터뷰이에게 많이 공감하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들의 생각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이해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봤다.

    ▶ '주전장'은 '성노예', '강제동원' 등 주요 키워드를 두고 그것에 대해 양쪽 입장을 듣는 방식을 썼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어느 정도는 그런 식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고 다양한 주제와 이슈가 매우 많다. 관객들이 따라가기 쉽게 하려면, 키워드로 내용을 조직해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게 하는 게 중요했다.

    다큐멘터리 '주전장'에 출연한 일본 우익 인사들. 왼쪽부터 후지오카 노부카츠, 스기타 미오, 켄트 길버트, 후지키 슌이치, 토니 머라노 (사진=시네마달 제공) 확대이미지

     

    ▶ 언론 시사회 이후, 정보가 많은데도 지루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단 그렇게 평가해주시는 건 정말 행복한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정말 듣고 싶었다. 관객들이 졸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교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의 시간은 매분 매초 소중하니까. 현재 무엇이 이야기되는지 계속해서 잘 따라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정보가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소화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 직접 언급했다시피, 많은 정보가 있어도 관객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일단 음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음악은 영화에 몰두하고 집중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관객들에게 신호를 보내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감정을 조작하거나 강요하는 음악을 만들지 않겠다는 부분을 작곡가와 합의했다.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부자연스럽게' 느끼지 않게 하고 싶었다. 음악을 들으며 계속 깨어있게 되고, 집중하고 몰두하며, 이 문제(일본군 '위안부')에 자기도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저는 그 목적을 잘 달성한 것 같다.

    또 저는 영화가 시각적으로 굉장히 잘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사람들의 얼굴, 상반신 샷이 많이 들어갔다. 계속해서 영화에 관객들이 참여하는 느낌이 들길 바랐다. (인터뷰이에 대해선) 가능한 한 좋은 이미지만을 스크린에 담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이 표정에서 상당히 많이 드러났다고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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