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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미관지구?"…눈살 찌푸리게 하는 유엔기념공원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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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미관지구?"…눈살 찌푸리게 하는 유엔기념공원 주변

    부산 유엔기념공원 일대, 미관지구로 지정돼 지난 50년 가까이 개발행위 제한
    지역 주민·기초자치단체, "2025년 세계평화공원 조성시기에 맞춰 주변 정비도 시급"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주변에 개발행위가 제한돼 슬레이트집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 (사진=강민정 기자)

     

    부산시가 최근 광복 80주년인 2025년까지 3천억 원을 넘게 투입해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두고 기초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지난 50년 동안 유엔공원으로 개발행위가 제한된 주변 사유지를 함께 정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공원 조성에 드는 사업비도 마련하지 못해 갈등의 불씨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3일, 자유 민주주의의 성지이자 세계 평화의 상징인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주변.

    낡은 슬레이트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벽 곳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메시지와 '새 주인을 찾는다'는 부동산 임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주변에 개발행위가 제한돼 고물상이 즐비해 있는 모습. (사진=강민정 기자)

     

    노후 주택 사이로 고물상 6~7곳과 대형 화물차가 오가는 차고지까지 들어서 있었다.

    빈터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어 맞은편 평화공원이나 유엔공원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 지역의 또 다른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관지구'.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71년부터 단계적으로 유엔기념공원 주변 27만4,140㎡ 부지를 '역사문화미관지구(현재 '특화경관지구'로 명칭 개정)'로, 11만 5,700㎡ 부지를 '자연경관지구'로 지정했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주변이 공원 보존을 위해 '역사문화미관지구(통합경관지구)'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각종 개발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부산 남구청 제공)

     

    유엔기념공원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공원 주변 39만㎡가량의 사유지를 미관지구 등으로 지정해 개발행위를 제한해 왔다.

    미관지구 등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 건축물의 건폐율과 높이, 업종 등이 제한된다.

    지난 50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연간 100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유엔기념공원의 위상은 올라갔지만, 주변은 반비례로 황폐해져 간 셈이다.

    주민들은 반백 년을 미관지구에 발목이 잡혀 자신의 땅에 마음 편히 건축물 하나 올리지 못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10년 넘게 유엔공원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한 A씨는 "한 토지주인이 자신의 방치된 땅에 최신 설비를 갖춘 깨끗한 세차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허가가 나지 않았다"라면서 "규제가 많아 사실상 이 지역의 토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민 B씨는 "주변에 고물상이 즐비해 있고, 층고 제한이 있는 이곳에 누가 들어와 새 건물을 지으려고 하겠냐"면서 "주변 주민들이 사실상 사유재산을 포기하는 희생으로 유엔공원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에 남구청은 5년마다 이뤄지는 부산시 도시관리계획재정비 시기에 맞춰, 시에 미관지구 해제와 함께 일대 지역 용도를 변경해줄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시는 올해 초, 2025년까지 진행하는 이번 도시재정비 사업에 유엔기념공원 주변 미관지구 등 해제를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어 몇 달 뒤인 지난 6월, 시는 광복 80주년인 2025년까지 3천억 원을 넘게 투입해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박재범 남구청장은 당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세계평화공원을 조성 하는 것에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공원 주변 지역은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있어 고물상과 화물차 주차장 등이 들어서 낙후된 상태로 주변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유엔공원 주변의 지구 해제나 지역 용도변경 요청이 있었던 것은 맞다"라며 "세계평화공원 조성 발표 이후 아직까지 시청 내 관련 부서에서 공원 주변 관련 용도변경 등을 논의하거나, 검토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들과 남구청은 주변 미관지구 등을 그대로 둔 채 진행하는 세계평화공원 조성은 평화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지역 차별을 낳는 것으로 보고, 특정 지구 해제나 주변 정비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원 조성에 드는 3천억 원가량의 예산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주민 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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