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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몰이' 당하고 추방된 신은미, 언론에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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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북몰이' 당하고 추방된 신은미, 언론에 하고 싶은 말

    [현장] 다큐멘터리 '앨리스 죽이기' 언론 시사회

    신은미 씨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재미교포 신은미 씨는 2011년부터 북한을 '여행'했고,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기사(오마이뉴스)로 발행했다. 글이 쌓여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책도 나왔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요청이 왔기에 북 토크 콘서트도 열었다.

    그 자리에서 신은미 씨는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 새로운 젊은 지도자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기대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의 강물이 깨끗하더라 등의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TV조선을 비롯한 일부 매체에서는 이 토크 콘서트에 '종북 콘서트'라는 딱지를 붙였다.

    신은미 씨는 본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근거로 북한을 고무·찬양한다는 비난과 다양한 협박을 들어야 했다. 극우 성향 단체와 언론은 한목소리로 신은미 씨와 그가 쓴 책을 '종북'이라고 규정했고, 일베 사이트 회원 오모 씨는 콘서트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을 폭발시키는 테러까지 저질렀다.

    다음달 8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앨리스 죽이기'(감독 김상규)는 불과 5년 전인 2014년 신은미 씨의 북한 여행 토크 콘서트가 종북 콘서트'로 매도되는 등 당시 대한민국을 덮친 기상천외한 '레드 알레르기' 반응을 조명한 작품이다.

    '앨리스 죽이기'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강제 출국당한 신은미 씨가 겪은 '종북 마녀 몰이'를 생생히 담았다.

    22일 낮,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앨리스 죽이기'의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자인 김상규 감독이 참석했고, 신은미 씨는 미국 현지에서 생방송 채팅으로 참여했다. 신 씨는 법무부로부터 강제 퇴거 명령을 받아 2015년 1월 미국으로 강제 출국됐고, 5년간 입국이 금지된 상태다.

    '앨리스 죽이기'는 북미에서 먼저 개봉했다. 현지 반응을 묻자 신 씨는 "우리 재미동포 분들께서는 참 엄중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다면, 외국 친구분들은 중간중간 웃기도 하면서 마치 코미디를 감상하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 들었다"고 답했다.

    신 씨는 "미국은 그야말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분명히 있는 곳인데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는 개인의 취향, 북한 핸드폰 수가 그 당시 250만 대가 넘었다는 팩트를 얘기하는 통일 콘서트 자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자체에 대해 너무나 의아해하더라. 통일 콘서트를 그만두라고 하고, 빨갱이·종북이라고 하는 모습이 미국 땅에선 상상이 안 가는 것"이라며 "(그래서) 아마 블랙코미디를 감상하는 것처럼 웃기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8월 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앨리스 죽이기' (사진=지킬필름 제공)

     

    김상규 감독은 원래 북한에서 살다 오거나, 남한 국적이 아니어서 북한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 북한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유통되는 북한 정보가 극단화돼 있다. 악마화하거나 약간의 환상을 갖고 있거나 해서, 북한을 직접 경험한 분을 통해서 담고 싶었다. 그 와중에 신은미 씨의 책과 인터넷 기사를 접했고, 2013년 토크 콘서트를 들어보니 굉장히 신선했다. 2014년 4월 다큐 제작을 제안했고 흔쾌히 동의해주셔서 그해 11월에 촬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공교롭게도 촬영 시작하자마자 논란이 거세지는 걸 보면서, 북한이라는 사회를 입체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신은미 씨의 종북 논란을 통해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는 작품으로 마무리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은미 씨를 향한 종북몰이는 TV조선 등 특정 언론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 기자 주 : 신은미 씨, 황선 희망정치연구소 포럼 대표는 모욕과 허위사실 적시 등을 이유로 TV조선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017년 11월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실 적시를 전제하지 않은 단순한 의견이나 논평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아니다'라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다큐멘터리 안에서는 해당 언론사가 비중 있게 나온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종북 토크쇼라는 표현의 시발점이 해당 언론사에서부터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 언론사가 통일 토크 콘서트에 대해 '종북 토크쇼'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고 본다. 그 이후에도 많은 언론이 그 표현을 가져다 쓰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종북 토크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언론과 정치권이 종북 논란을 만들고 확대 재생산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해당 언론사 기자들의 모습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특정 보도가 있다고 했을 때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보도와 현실을 비교하면서 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언론사·기자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고 부연했다.

    신은미 씨는 "무엇이든, 어떤 보도든 다 괜찮다. 단지 사실에 입각해서, 사실에 관한 것만을 보도해주시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라며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은 정말 올바른 언론이 아니고,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앨리스 죽이기'는 다음달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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