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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배구 안 해요?" 황동일은 도전을 멈출 수 없다



농구

    "아빠, 배구 안 해요?" 황동일은 도전을 멈출 수 없다

    현대캐피탈 유니폼 입고 새 시즌 준비
    2008년 V-리그 입성 후 다섯 번째 유니폼

    어느덧 프로 12년차, 서른 셋 베테랑이 된 세터 황동일은 배구 인생의 가장 큰 위기를 딛고 현대캐피탈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서른 셋 세터 황동일. 그는 어쩌면 한국 남자배구에 있어 ‘희망’인 동시에 ‘비운’의 아이콘이었다.

    대학시절 황동일은 문성민, 신영석과 함께 경기대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낸 그는 2008~2009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당시 우리캐피탈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무대에 데뷔하기도 전에 LIG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되며 ‘저니맨’의 시작을 알렸다.

    대학무대까지 황동일은 모든 프로 감독이 탐내는 자원이었다. 적어도 프로 1년차 때까지만 해도 황동일의 길은 ‘탄탄대로’처럼 느껴졌다. 입단 첫해부터 주전으로 나서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황동일은 2011~2012시즌 도중 대한항공으로 트레이드됐고, 2013~2014시즌 도중 다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그리고 2018~2019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황동일은 재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지만 곧장 방출됐다.

    지난 11년의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 무려 네 번이나 팀을 옮긴 비운의 선수가 바로 황동일이다. 하지만 그의 이적은 모든 감독의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학시절 황동일이 보여준 가능성을 프로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희망이었다.

    이적은 단순히 지도자의 희망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황동일에게도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받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연속이기도 했다. 프로 1, 2년차 만에 적은 출전 기회와 힘든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실업 무대로 옮기거나 코트를 떠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런 이들과 비교하면 황동일의 인내는 높이 살만하다.

    황동일은 대한항공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할 당시는 인정받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 때문에, 그리고 삼성화재를 떠나 현대캐피탈에 테스트를 거쳐 입단하면서는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아빠의 몫이 컸다고 말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 도전의 아이콘이 된 베테랑, 그 도전의 이유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2019~2020시즌을 준비하는 황동일은 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한항공에서 삼성화재로 갈 때는 내 자신이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이 있기에 도전을 멈출 수 없었다. 가족이 있어 더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동일은 삼성화재를 떠난 4월 중순부터 현대캐피탈의 연락을 받기 전인 6월 말까지 약 두 달의 시간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예전에는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애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었는데 애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아빠 노릇은 그 때 다 했다”고 농담스럽게 이야기한 황동일이지만 그는 그 당시를 ‘지옥’이라고 평가했다.

    황동일은 “이대로 끝을 내야 하나 고민이 컸다. 그저 (연락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면서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아내다.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아직 배구를 그만 둘 몸이 아니고 어디서든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갈 수 있는 팀이 없었다)”라며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매일 눈물을 흘리는 아내만큼 황동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이는 올해 6살이 된 큰 아이다. 황동일은 “예전에는 아이가 자고 일어나면 아빠가 없으니 배구하러 갔다고 알았는데 지난 두 달 동안은 아빠가 집에 있으니 ‘왜 아빠는 배구하러 가지 않냐’고 물었다. 그 때가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황동일은 현대캐피탈은 모든 배구 선수가 가고 싶어하는 팀, 최태웅 감독은 모든 선수가 지도받아 보고 싶은 감독이라고 평가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 0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 꿈의 직장 ‘현대캐피탈’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챔피언’ 현대캐피탈에서 연락이 온 것, 그것도 최태웅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테스트를 받지 않겠냐고 의사를 물었다. 그리고 시작된 테스트. 스스로 ‘밑바닥을 찍었다’고 표현한 만큼 절실하게 테스트에 나선 그는 정식 계약까지 성공했다.

    “서류에 사인하고 아내와 통화하며 서로 울었다”는 황동일은 “선수들은 누구나 현대캐피탈에 가고 싶어한다. 그리고 최태웅 감독님에게 배워보고 싶어 한다. 그런 기회를 주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감독님이 원하는 배구, 세터로서 자세 등을 다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황동일에게 지난 두 달의 ‘백수생활’은 큰 충격이었다. “배구를 영영 그만 둘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걸 경험하고 나니 지금 내가 배구를 그만두는 것보다 더 힘든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황동일은 “지금은 매일 하루하루 연습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최태웅 감독님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행복하다”는 그의 목소리는 근래 들어본 중 가장 밝았다.

    황동일에게 현대캐피탈 이적은 과거 경기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친구들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지난 11년 동안 코트 위에서 적으로만 만났던 동기 문성민, 신영석과 다시 만났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도전에 나서는 황동일에게는 든든한 도우미다.

    서른 셋 베테랑의 다섯 번째 도전. 그는 아직 코트에 나서야 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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