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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냐 친박잡기냐…황교안의 딜레마



국회/정당

    물갈이냐 친박잡기냐…황교안의 딜레마

    최근 공천룰 3대 기조 확정…인재영입 폭에 관심
    탄핵 입장 부정확 등 외연확장 걸림돌
    '통합' '개혁' 방향 못 정하면서 黃·한국당 '동반 정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안 및 안보 의원총회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통합과 개혁의 갈림길에서 주춤하고 있다. 당초 통합을 앞세웠으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다수다.

    황 대표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황 대표로선 당의 쇄신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은 공천을 통해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친박(親朴·친박근혜)계가 지지 기반이자 측근인 점이 난점이다.

    구태를 청산하라는 중도-보수의 요구와 전통적 지지 기반인 '태극기' 및 TK(대구·경북)의 민심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 대폭 물갈이 가능할까?…'친박신당' 등장에 긴장감

    황교안 대표가 최근 밝힌 공천의 원칙은 '공정', '경쟁력', 그리고 '경제'라는 3대 키워드로 집약된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선거 직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이기는 선거'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개별 지역구에서는 결국 개혁과 통합 가운데 어느 방향을 선택하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천 시점이 가까워져 올수록 현역 의원 상당수를 쳐내고 쇄신을 추진할지, 아니면 이들을 껴안아 당의 구심력을 강화할지 결단에 따라 파급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청년·여성·수도권 등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보여야 하지만, 영남권·친박에 당의 정체성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상황.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는 정치적 빚을 지지 않고 대표가 됐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카드를 쥐고 있다"며 "문제는 그걸 진심으로 도와줄 만한 사람이 주변에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지도부가 만약 현역 의원 물갈이에 속도를 낼 경우 당장 '친박신당'으로 불리는 우리공화당이 위협이 된다. 한국당에서 설자리를 잃은 이들이 신당에 합류한다면 지역구 선거에서 지지층 몫으로 기대됐던 표가 대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강성 친박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한국당이 만약 범보수 진영에서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친박신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 끼이면 지역구에서는 '표 나눠먹기'로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범(凡)진보진영과 함께 최대 4자구도 등장 가능성까지 있는 셈이다.

    ◇ '갈지(之)자' 행보 이면에도 같은 고민?

    황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세모"라며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이러한 딜레마에 비롯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최근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이면에도 같은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비박계 인사인 김무성 전 대표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하면서도, 동시에 친박계 좌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나 태극기 집회에 자주 참석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의 만남도 이어가고 있다.

    원조 친박계로 꼽히는 한선교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또 친박계 재선 박맹우 의원을 인선한 것도, 자신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복당파 출신인 3선 이진복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박 의원이 임명되면서 당내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 지지율 정체에 '보수 분열' 심화…쌓이는 악재

    그러는 동안 당 지지율은 20% 초반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 개인의 대선주자 선호도(20%) 역시 이낙연 국무총리(21.2%)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이같은 평가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전국 성인 2504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다.

    그러는 동안 홍준표 전 대표(5.8%)가 지지율 격차를 좁혔고 나경원 원내대표(3.2%)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3.1%) 등이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이들 외에도 영남권, 충청권 등을 대표하는 잠룡으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도 황 대표의 대체가 가능한 중량급 인재들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당장 개혁과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어렵다면 당분간 보수권을 통합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는 게 사실이다.

    TK 지역 한 의원은 "친박 잘라낸다, 비박 잘라낸다 그런 식으로 나가면 '반문연대'는 금방 분열할 것"이라며 인적 청산의 위험성을 역설했다. 이어 "개혁 이미지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쪽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며 "오세훈, 이완구, 김태호 등 지역별 잠룡 내지 맹주를 계속 만나고 홍정욱·정태근 전 의원 등 젊은 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한국당이 하루빨리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중도층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보수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추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그치지 않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당이 개혁과 통합 어느 하나에 집중하다 균형이 무너지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쇄신 등 여러 과제를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대에 오른 황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이런 복잡한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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