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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이 만들면 다른가? 단편영화에서 찾은 힌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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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감독이 만들면 다른가? 단편영화에서 찾은 힌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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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비평기획 '영화를 말하다-여성 감독 단편선: 여성 감독이 만들면 다른가?'
    윤가은 '콩나물', 전고운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차성덕 '사라진 밤', 이경미 '잘돼가? 무엇이든'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비평기획 '영화를 말하다' 5번째 강의 '여성 감독 단편선: 여성 감독이 만들면 다른가?'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 이 기사에는 영화 '콩나물',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사라진 밤', '잘돼가? 무엇이든'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성 감독의 작품은 다르다는 걸 밝혀내고 싶었어요. 어떤 카메라워크로 여성의 신체를 잡는지 등 서사 이외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싶었죠. 여성적 글쓰기라는 것은 과연 존재할까? 과연 있을까?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는 과연 다를까? 이것을 15년 동안 고민했어요. (오늘 상영한) 네 편을 보니 서사 이외에도 편집, 사운드, 미장센 등 영화적인 언어로도 남녀 감독의 차이를 변별하는 건 굉장히 어려웠어요. 서사의 진행 안에서 여성 캐릭터와 여성 신체가 어떻게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시간을 축적할 수 있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비평기획 '영화를 말하다' 다섯 번째 시간이 진행됐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여성 감독이 만들면 다를까?"라는 질문에 사실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히며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 전 상영된 영화는 총 4편이었다. 상영 순서대로 윤가은 감독의 '콩나물', 전고운 감독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차성덕 감독의 '사라진 밤',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이었다.

    손 평론가는 "장편 데뷔한 감독 중 필모그래피 안에서 명백하게 이건 누구의 영화처럼 보인다는 '인장'을 발견할 수 있는 여성 감독 4편의 단편을 소개하려고 했다. 만약 한국 단편영화사를 쓴다면 절대 빼고 쓸 수 없는 작품을 꼽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평론가는 "단편과 장편 안에서 이 감독의 시그니처를 명백하게 볼 수 있는 감독들을 꼽았다. 그건 감독의 '작가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작가론은 전 세계적으로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사조로 평가받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작가라는 이름을 얻으려면 영화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여성 감독은 그러기 힘들고 만들어봤자 매우 사소화되어 평가되기 때문에 이름을 얻기 힘들었다. 이들(4명)의 필모그래피가 쌓이면 여성 작가론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관측했다.

    강연은 각 영화에 관한 관객들의 감상을 먼저 듣고 손 평론가가 자기 생각과 비평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콩나물', 여자아이도 '모험'을 떠날 수 있다

    윤가은 감독의 단편 '콩나물'
    윤가은 감독의 '콩나물'은 할아버지의 제삿날, 바쁜 엄마를 대신해 콩나물을 사 오려는 일곱 살 소녀 보리(김수안 분)의 하루 동안의 모험을 그린다. 2014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았다.

    '콩나물'을 본 관객들은 여자 어른이 나왔을 때 안심이 됐다는 점, 카메라의 시선이 보리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었는데도 성애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손 평론가는 "여자 엑스트라가 많이 나오는 영화는 생활공간이 많이 나온다. 일상과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을 누가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 꽤 있다"며 "제사라고 하는 매우 가부장적인 행사를 위해 여자들이 모여있고, 기묘하게도 여성이 나올 때마다 안심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부장제를 재현하는 관습 안에서 '소녀에게 이런 모험이 가능할까? 반드시 사고를 당할 것'이라는 그 상상력을 뒤집어내는 게 '콩나물'의 가장 좋은 점"이라며 "(극중에서) 여자가 여행하면 누구를 만나서 큰일을 당할까 봐 (관객은) 불안해진다. 그게 정말 현실일까? 어쩌면 그건 현실이 아닐지도 몰라, 라고 하는 게 '콩나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손 평론가는 "많은 상업영화, 남성 주인공 영화의 주제는 남아가 어떻게 거세 공포를 극복하면서 아버지로 성공하느냐가 보통"이라며 "남자들은 시간을 살고 거기서 자기 이야기를 축적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모험하면서 드디어 성장하거나 혹은 성장하지 못한다. 이때 여성은 남성과 함께 시간을 살지 못하는 존재다. 여성은 공간에 한정돼 그 '공간'을 산다"고 전했다.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과연 대중문화 상상력에서 '여자아이에게 자신만의 모험이 허락되는가?' 생각했어요. 자기 모험이 가능한 아이가 잘 없죠. 계속 실패하지만 또 도전하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떻게 재기(才氣, 재주가 있는 기질)를 발휘하는가. 이것도 여성의 것으로 이해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보리는 (무서운) 강아지를 만나면 롤 케이크를 주고 택배기사 앞에서는 (엄마랑 같이 온 척) '엄마!' 하고 부르잖아요. 근데 시장 가서는 뭐 사러 온 지 까먹잖아요. 그 모험에 성공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모험해냈다는 것에서 (여자아이의) 그 시간은 쌓인 거니까요."

    ◇ '내게 사랑은 너무 써', 강간 폭력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전고운 감독의 단편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전고운 감독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는 고3 커플인 목련(강진아 분)과 병희(임영우 분)의 첫 경험을 그린다. 좁은 고시원 방에서 사랑을 나눈 후, 잠시 혼자 있게 되는 목련은 옆방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한다.

    한 관객은 '내게 사랑은 너무 써'를 보고 첫 성관계에서 여자 주인공은 감정 교류를 중시했다는 점, '연인이 강간당하는데 지켜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픈 남자' 이야기로 가지 않은 점을 이야기했다. 또, 강간당하고 나서 목련이 '내 인생이 틀렸다'가 아니라 오답을 고치고 반 동그라미를 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남자 주인공의 '그 후'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손 평론가는 그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가사노동 영역에 카메라를 댄 고전 영화 '잔느 딜망'을 본 남성 관객의 소감을 언급했다. 3시간 넘는 영화에 아들은 15분 정도, 죽은 남편은 30초 정도 나오는데 남성 관객은 그 남편이 안 됐다는 감상을 나눠줬다는 것이다.

    손 평론가는 "남성 관객들은 여자 주인공과 동일시가 잘 안 되는 걸 발견했다. 여성 관객들은 (자기와) 동일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영화에) 많지 않기 때문에 아주 유연하게 자기 성별 감수성을 바꿀 수 있는데, 남성 관객들은 예를 들어 헤르미온느에는 이입할 수 없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손 평론가는 "('내게 사랑은 너무 써'는) 10년 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관객 항의를 받았지만 단편 부문 상을 받았다. 폭력 그리는 것에 대해 굉장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 폭력을 그려서는 안 될까?"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강간이라는 폭력 자체뿐 아니라 그 폭력이 어떻게 여성의 운신 폭을 줄이는지 그 강간 메커니즘을 그리는 작품"이라며 "'강간당할 만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여성이 강간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감독이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이솜 분)를 통해 담배 피우는 여성의 의미를 새롭게 한 것을 예로 들어, '내게 사랑은 너무 써'에서는 점의 의미를 바꿨다고 말했다. 보통 여성의 섹시함을 부각하기 위해 찍는 점을 '그냥 점'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설명이다.

    손 평론가는 "사회가 어떤 행위에 성별화된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그 의미를 비워내거나 해체하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걸음이 나아간 여성영화가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 '사라진 밤',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을 포착하다

    차성덕 감독의 단편 '사라진 밤'
    차성덕 감독의 '사라진 밤'은 식당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주방 아줌마 일순(김자영 분)이 주인공이다. 일순과 함께 잠들었던 남편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는 일순은, 남편이 죽던 날 밤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는 일순이 남편을 진짜 죽였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 평론가는 "'남성 감독이 찍은 줄 알았다'는 많이 나오는데, 이 영화야말로 여성 감독이 아니라면 못 찍었을 거다. (일순의 표정을 보고) 우리는 알 수 있다. '아, 일순이 아주머니께서 하신 일이구나"라고 전했다.

    관객들은 '사라진 밤'을 보고 일순이 남편을 죽이기까지 어떤 과정과 계기가 있었을지 궁금했다고 했고, 또 여성의 노동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성별화된 노동'을 보여준 것 같다는 감상을 나눴다.

    손 평론가는 "이 작품은 정말 '카메라는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을 포착할 수 있는가?' 혹은 '포착해 왔는가?'를 묻는다"라며 "몸이 좋지 않은 남편을 먹이는 노동을 한다. 사람을 먹이고 돌보고 먹은 걸 치운다. 아주 극한의 조건이 아니더라도 일순이 놓은 빈곤 자체가 기억을 사라지게 만들 정도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 평론가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노동, 생존을 위한 노동은 우리의 기억을 지울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극한이다. 빈곤의 역사는 그래서 쌓일 수 없고 투쟁도 힘들어지는 것"이라며 "남성 감독 작품에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 노동을 많은 경우 지운다"고 지적했다.

    ◇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월드의 이상한 여자들

    이경미 감독의 단편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은 중소기업에 입사한 지 넉 달 된 지영(최희진 분)과 동료 직원 희진(서영주 분)의 오피스물이다. 사장으로부터 믿음직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돌아온 건 탈세 조작 업무. 부당함과 불합리함을 느끼는 지영과, 익숙한 듯 해내는 희진이 투닥대는 데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강연이 길어져 시간 관계상 '잘돼가? 무엇이든'이라는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다만 이 감독이 탄생시킨 '이경미 월드'의 여자들이라는 조금 더 넓은 주제로 뻗어 나갔다. 이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아랫집', '페르소나' 등은 모두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 작품들이다.

    손 평론가는 "이경미 월드에는 이상한 여자들이 자꾸 나온다. 여성 캐릭터가 계속 나오기에, 어떤 여자는 설명이 되고 어떤 여자는 설명이 안 된다. 설명이 안 되어도 배제되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손 평론가는 처음 강연을 시작하는 물음 '여성 감독이 만들면 다른가?'를 다시 꺼내며 "어떤 감독이 만든 어떤 영화는 확연하게 여성이 아니라면 만들지 못했을 것처럼 다르게 다가온다. 비평이 할 일은 그렇게 확연히 다른 작품이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작품을 여성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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