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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400억 모금한 16세 소년의 꿈, 왜 좌절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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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 400억 모금한 16세 소년의 꿈, 왜 좌절됐나

    • 2019-06-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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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 ⑫>
    오션클린업의 "5년 내 태평양 미세플라스틱 50% 회수", 가능할까?

    (사진=The Ocean Cleanup 홈페이지 캡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배치되면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5년마다 절반씩 제거될 것으로 추산한다'

    수년 전 네덜란드에 사는 한 학생이 바다에 퍼진 미세 플라스틱 문제에 획기적인 제안을 한다. 바다 위를 떠 다니는 장치를 만들어 미세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것. 바다를 생각하는 16살 소년인 보얀 슬랫(Boyan Slat)의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오션클린업(The Ocean Cleanup)이라는 단체의 시작이 됐다.


    오션클린업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환경단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후원금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자 겸 CEO는 아이디어를 냈던 보얀 슬랫. 16살이던 학생은 이제 24살 청년으로 성장했다.

    자신의 저금통에 있던 300유로로 시작한 프로젝트의 규모도 커졌다. 미국 NBC 뉴스는 지난 1월 9일 보도에서 오션클린업이 지금까지 약 4천만 달러(475억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9월. 오션클린업은 오랜 테스트 끝에 개발된 '시스템 001'(System 001)을 실전에 투입했다.

    그런데 그해 말 시스템 조기 철수가 결정됐다. 태평양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회수하던 시스템 001에 문제가 생겼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두고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오션클린업이 주장하는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 효율성 떨어지는 오션클린업의 프로젝트

    오션클린업의 시스템 0001(SYSTEM 001)의 작동 원리. U자형 튜브와 바닷속으로 내려온 여과망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이다. (사진=The Ocean Cleanup 제공)

    그린피스와 함께 전 세계 천일염 속에 담긴 미세플라스틱 측정 연구를 했던 인천대 김승규 교수는 오션클린업의 프로젝트에 대해 "(오션 클린업은 U자 튜브에) 여과막을 쓰면서 거르는 것인데 여과막이 막히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션클린업의 시스템 001은 U자 형식의 튜브를 만들고 그 아래에 여과막 같은 그물을 설치한 뒤 해류의 힘으로 이것을 육지로 끌고가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바닷물을 통과시키고 미세플라스틱은 거르기 위해 여과막은 촘촘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과막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이면 여과의 성능이 떨어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어느 정도 효율로 제거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 오션 클린업의 방식은)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시스템 001은 바다에서 이동 속도가 너무 느려 플라스틱 쓰레기가 여과망을 빠져 나오는 문제가 발생했다.

    해수면 근처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수거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플라스틱이 가볍긴 하지만 바다에 가라앉기도 한다. 지금 오션클린업의 수거 방식으로는 수거가 불가능하다. 최근 미국의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가 수심 1만 928미터의 해구에 도달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탐험가는 "실망스러웠다"고 표현했다. 그곳에서 탐험가가 발견한 것이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부표 아래 여과망의 모습과 작동 원리. (일러스트=The Ocean Cleanup 제공)

    국내에서 바다 쓰레기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 연구단체 '오션'의 대표로 있는 홍선욱 박사는 "오션클린업의 플라스틱 수거 방식은 안 하는 것보다 못 하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배를 타고 나가서 다시 수거해오는데 수거되는 양은 많지 않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수거로 얻어지는 효과보다 수거 장치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오션클린업은 원래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활동을 목표로 후원금을 받았지만 프로젝트가 현실성이 없어지자 지금은 수거보다는 연구에 더 목적을 두는 것 같다"며 "수거 활동에 들어갈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션에 한국해양쓰레기연구소장으로 있는 이종명 박사도 오션클린업의 프로젝트에 대해 "순수한 마음을 가진 16살 소년의 아이디어에 과학자들이 붙어 후원금을 키우고 지금은 효과 없는 프로젝트에 돈을 쓰는 것"이라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 해외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비슷

    지난해 12월 오션 클린업이 홈페이지에 구조적인 결함 때문에 실전에 투입된 시스템 001을 조기에 회수한다고 밝혔다. (사진=The Ocean Cleanup 홈페이지 캡처)

    CBS 노컷뉴스 취재진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국제환경 NGO '리싱크플라스틱'(Rethink Plastic)의 델핀 아베어스(Delphine Alvares) 활동가도 오션클린업의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녀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자주 언급되는 수도꼭지 예를 들었다.

    "집에 들어갔을 때 바닥에 물이 막 넘쳐 있으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해야 되나? 수도꼭지가 그대로 열려 있는데 바닥부터 치우면 안 되기 때문에 수도꼭지를 먼저 잠가야 한다"

    이어 아베어스는 "에너지는 가장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가장 먼저 문제가 시작된 곳에 투자해야 한다"며 "오션클린업이 하는 일은 문제에 대한 투자를 끌어오는 것이지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오션클린업에 투자나 기부를 하는 특정 단체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언급했다. 아베어스는 "오션클린업에는 플라스틱 생산자들(석유회사 포함)의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며 "생산자들이 오션클린업에 투자함으로서 '우리가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 환경에 이바지 하고 있다'라는 이미지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녀는 바로 그 지점이 오션클린업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지 않음에도 계속 단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이유라고 보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화학정책 자문위원인 그린피스의 케빈 스테어즈(Kevin Staris)도 비슷한 견해였다. 스테어즈는 플라스틱 생산자들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보았다.

    첫 번째는 잘못된 해결책임에도 계속 '재활용'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은 제품의 특성상 재활용을 하면 품질이 낮아진다. 또한 새 제품을 만드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 비싼 편이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을 사용한 소비자를 비난하는 방식이다. 생산자가 자신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제품에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플라스틱 문제는 비난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았다.

    스테어즈는 "해양쓰레기를 수거한다는 오션클린업의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궁극적으로 수거보다는 생산자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9월 시스템 001을 실전에 투입할 당시 보얀 슬랫이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사진=The Ocean Cleanup 제공)

    CBS 노컷뉴스 취재진이 오션클린업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네덜란드 재단 사무실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험실에 취재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오션클린업 측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오션클린업이 2018년 실전에 투입한 시스템 001은 부표 역할을 한 U자형 튜브가 분리되고 여과망에 걸러져야 할 프라스틱이 빠져나오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 오션클린업측은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장치를 회수해 관련 문제를 개선하는 중이다.

    오션클린업 측은 실전에 투입된 시스템 001을 베타시스템으로 간주하고 2020년 초에 시스템 002를 시작할 것이라고 알린 상태다. 오션클린업 측은 시스템이 완전히 개발되면 5년마다 태평양에 있는 GPGP의 쓰레기가 50%씩 감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⑬ 마지막편에 계속)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
    ① [르포]CNN도 놀란 그 쓰레기산, 3개월만에 다시 가보니
    ② [팩트체크] 초대형 쓰레기섬보다 더 위험한 미세플라스틱
    ③ [팩트체크] 굴값이 쌀 수록 바다는 썩어간다?
    ④ [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⑤ [팩트체크] 플라스틱, 담배·홍차·섬유유연제에도 들어있다?
    ⑥ [팩트체크] 종이컵, 플라스틱컵 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⑦ [팩트체크] 대한민국 재활용률 세계2위, 숨겨진 비밀
    ⑧ [팩트체크] 우리나라 재활용 신화 속 불편한 진실
    ⑨ [팩트체크] 쓰레기대란 1년, 더이상 대란은 없다?
    ⑩ [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피해, 화장품 규제만 하면 된다?
    ⑪ [팩트체크] 플라스틱 쓰레기문제 풀 새해법, 효과있나
    ⑫ [팩트체크] 400억 모금한 16세 소년의 꿈, 왜 좌절됐나
    ⑬ [노컷스토리] 요람에서 무덤까지, '플라스틱은 지옥이다'




    플라스틱은 인간의 '일상'과 '일생'을 점령중이다. 플라스틱으로 지구는 멍들고 환경은 곪고있다. 최근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 건강의 위험요인이 되고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CNN도 주목한 플라스틱 오염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플라스틱에 대해 무지하고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다. CBS노컷뉴스는 이를 바로잡아 플라스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팩트체크 형식의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를 연재한다.[편집자]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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