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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주민 때리고 물에 빠뜨리고…警·軍 공동체 파괴시켜"



사건/사고

    "제주 강정마을 주민 때리고 물에 빠뜨리고…警·軍 공동체 파괴시켜"

    경찰청 조사위, 7개월 조사 거쳐 오늘 발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결정에 '절차적 정당성' 결여…軍 부당개입도
    경찰·해군·국정원까지 총동원…반대 측 주민 고의 폭행 등 '무차별 인권침해'
    '지시 윗선' 밝히는 데 한계…국가 차원의 진상규명 권고

    제주 서귀포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강정마을회 등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사회단체회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주민들의 의사를 사실상 배제한 채 부당하게 강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해군 등이 반대 측 주민들을 고의적으로 폭행하는 등 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는 지난 7개월 동안 조사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결과를 28일 내놨다.

    조사위는 '기지 건설과정에서 국가와 제주도는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에게 부당행위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사실상 경찰로 한정된 조사 범위 한계에 부딪쳐 부당 지시 라인까지 구체적으로 밝혀내진 못했다. 이번 사안을 '국가에 의한 마을공동체 파괴 사건'이라고 본 진상조사위는 경찰을 넘어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경찰은 시민 때리고, 해군·국정원은 보수단체 집회 지원"

    이번 조사에 따르면 경찰과 해군, 국정원 등의 인권침해 사례는 기지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1년 이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예컨대 2011년 4월 당시 제주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 A 씨는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B 씨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해당 경찰서 소속 또 다른 경찰도 해군기지 반대 측 주민의 얼굴을 고의적으로 가격하기도 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반대 측 주민에 대한 부당한 강제연행·집회 물품 압수 사례도 다수 파악됐으며 2012년 8월에는 경찰이 강정마을에서 진행된 천주교 종교행사까지 방해하고, 현장에서 항의하는 여성을 미란다원칙 고지 없이 체포하기도 했다.

    특히 해양경찰은 2012년 3월 서귀포시 강정해안에서 반대 측 주민들이 항의시위 중 타고 있던 카약을 고의적으로 전복시킨 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구하지 않고 카약부터 압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해군은 2011년 8월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가 강정마을에서 진행한 '기지 건설 촉구' 집회에 음향장비와 식수 등 편의를 제공했다. 경찰은 충돌 우려 때문에 해당 집회의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국정원이 이에 항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국제관함식 반대 기자회견 하는 강정주민들.(사진=고상현 기자)

     

    ◇ "주민 의사 배제된 유치 결정…투표함 탈취 때도 경찰은 수수방관"

    조사위는 애초 2007~2008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유치·결정 과정 자체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으며, 국가기관이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 편이 아닌 강행하려는 정부의 편에 서서 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봤다. 조사위 관계자가 "(국가기관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우선 해군기지 유치 결정이 내려진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 주민 임시총회에는 마을 주민 1천900여 명 가운데 87명만 참석했다. 총회 전 소집공고와 안내 방송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자치규약도 지켜지지 않았다.

    총회를 주도한 마을회장과 사전에 접촉했던 해군은 이 회장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매월 돈을 지급하고, 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는 이후 주민 5%만을 상대로 하는 비민주적 방식의 여론조사를 통해 강정마을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고, 국방부는 해당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에 반발해 그해 6월19일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찬반 투표를 진행하려 했지만,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의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하는 사태가 벌여져 무산됐다.

    당시 현장에는 불법행위 예방 차원에서 경찰 340여 명이 배치돼 있었는데, 투표함 탈취행위를 사실상 수수방관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당시 경찰이 옆에 있는데도 주민들이 112 신고를 하는 비상식적 상황도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 누가 지시했나 '물음표'…조사위 "국가차원의 진상규명 있어야"

    이 같은 국가 차원의 부당행위를 누가 주도·지시했는지는 물음표로 남았다. 조사위가 정부를 향해 “경찰 외에 해군, 해경, 국정원 등 여러 국가기관의 역할 및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사위는 2008년 9월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제주 해군기지를 민군 복합항으로 건설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직후 국정원과 해군, 제주도청과 경찰 등 유관기관이 회의를 열어 기지 반대활동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확인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회의 논의 내용은 반대활동 측에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반대 측을 인신구속해야 한다는 것,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011년에서 2013년 사이 경찰청 뿐 아니라 청와대와 국군사이버사령부도 제주 해군기지 관련 인터넷 댓글 활동 등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조사위는 결론 내렸다.

    한편 반대 주민 인권침혜 사례가 집중됐던 2011년 8월부터 약 1년 동안 강정마을에 동원된 육지 경찰은 1만9000여 명에 달했다. 지난해 발표된 ‘제주 강정마을주민 건강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713명 가운데 30%에 달하는 이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다.

    조사위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대한 극심한 찬반양론으로 인해 마을공동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양분됐다"며 정부에 공공사업 추진 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채증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개정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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