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협상이 결렬된 직후 여야는 서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치열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 여야가 물밑 대화대신 정쟁만 더해 가는 모습이다.
◇ "외교 기밀누설, 국가 안보 위협"…"선거 개입 시도"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우선, 여당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외교 비밀 유출 논란을 두고 공세를 펴며 연일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열린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한미정상 간의 통화 내용을 빼돌린 한국당 강 의원과 그를 엄호하는 한국당을 강력 비판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국가안보 위협, 국기문란 행동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을 국회로 불러드려야하는 여당 입장이지만, 대화의 손을 내밀기 전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냉온 양면 전술'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지난번 적극적으로 먼저 손을 내밀었던 국회 정상화 합의가 무산된 뒤 당분간의 냉각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강한 압박을 먼저한 뒤 대화 테이블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당은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최근 만남을 두고 '선거 개입 시도'라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한국당은 강효상 의원의 기밀누설 사태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국정원 총선 개입 프레임으로 전환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강 의원 사태를 '알권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방어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도 '정상간의 대화 유출은 너무 나갔다'는 이견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이에 이슈를 전환해 공세를 펴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이은재 의원 등 한국당 정보위원들과 원내부대표단은 국정원을 항의 방문해 서 원장의 정치 중립 위반 여부를 따졌고, 29일에는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어 야당만이라도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서훈 원장을 정치 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9조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 與 '진짜 민생대장정' VS 한국당 '민생투쟁대장정'
(사진=강종민 기자)
여기에 더해 여당은 한국당에 '민생 경쟁'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생 행보 강화로 국회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29일에도 당내 을지로위원회를 주축으로 '진짜 민생대장정'을 연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은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로페이' 편의점 시연행사에 원내지도부가 직접 참석한다.
한국당도 이에 질세라 경제 파탄을 강조하며 '민생 투쟁'에 나섰다. 여당에 민생행보에 민생파탄 지적으로 맞대응해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한국당 정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에 강한 반발하고 있는 경기 고양 일산 신도시를 찾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또 한국당은 민생대장정을 통해 청취한 건의사항을 모아 각 상임위에 배분, 정책에 반영하는 작업을 할 방침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협상에 다시 들어가기 전 치열한 주도권 싸움 벌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냉각기를 선언한 뒤 물밑 협상 조차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고강도 공세가 국회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로에 대한 정쟁을 이어가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협상을 이어가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야의 냉각기를 넘은 전쟁상태는 이번주 내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6월 국회마저 식물 국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과 아직은 전혀 소통하고 있지 않다"며 "소강상태를 잠시 가지고 있다. 상대편도 연일 공세를 취하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