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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카피 항의하니 '억울하면 더 유명해져라'"



사회 일반

    패션 디자이너 "카피 항의하니 '억울하면 더 유명해져라'"

    임블리측 모티브다? "카피 확실해"
    패션쇼에 오른 내 옷 일주일만에 시장에 쫙
    모델·로고까지 도용해놓고 적반하장
    '자체 제작' 했다며 소비자 신뢰 얻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성동 (패션브랜드 '얼킨' 대표)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해서 소위 대박 신화를 이뤄낸 임블리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해외 진출까지 하면서 지난해 연 매출이 1700억 원대에 이르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이 잘나가던 업체에 적신호가 켜진 건 호박즙 사건 때문입니다. 자체 생산해서 판매하던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생겼는데 안일하게 대응한 거죠. 그러면서 소비자들에 의해 이 회사의 문제점이 봇물 터지듯 드러나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디자인 카피, 즉 디자인 표절이었습니다. 자체 제작이라고 홍보해서 판매한 옷이 알고 보니까 디자인 카피를 한 거였다는데 더 황당한 건 임블리의 상무 임지현 씨의 해명입니다. ‘다른 곳도 많이들 그러니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건데요. 다른 곳도 많이 표절한다? 지금 패션 업계의 실상은 어떤 걸까요? 패션 브랜드 얼킨의 이성동 대표를 연결해서 실상을 한번 직접 들어보죠. 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 이성동>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 의류 회사는 보니까 2014년에 출범했네요.

    ◆ 이성동>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해서 각종 패션쇼에 설 만큼 인정받는 브랜드로 지금은 성장해 있고요.

    ◆ 이성동>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경영자시면서 디자이너이기도 하세요.

    ◆ 이성동> 네.

    ◇ 김현정> 지금 저희가 유튜브 영상으로는 카피로 지목되고 있는 의류 여러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노란 원피스도 있고, 특이한 구슬이 달린 구두도 있고. 역시 특이한 디자인의 사각 백도 있고요. 의혹이 제기된 제품이 많아요. 일단 보신 소감 어떠세요, 전문가로서?

    임블리 쇼핑몰 판매 사진(왼), 명품 옷(오) (사진=SNS 캡처)

     

    ◆ 이성동> 일단은 디자인에 있어서 카피하고 레퍼런스의 차이는 명확하거든요.

    ◇ 김현정> 레퍼런스라는 건 쉽게 말해서.

    ◆ 이성동> 본인이 디자인함에 있어서 영감을 받는 거죠.

    ◇ 김현정> 영감, 영감을 받는다. 흔히들 모티브를 얻는다, 이런 건가요?

    ◆ 이성동>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표절과 영감을 얻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 이성동> 보통 패션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그러한 레퍼런스를 참고를 하게 되면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더 비슷한 부분은 제거를 하든가 혹은 다른 디자인으로 변형을 많이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번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은 쭉 지켜보니까 어떠셨어요?

    ◆ 이성동> 보통 판매를 위해서 그대로 갖다 썼다고 판단이 되고요.

    ◇ 김현정> 그대로 썼다, 느낌이 드세요?

    ◆ 이성동>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임블리 측에서는 다른 브랜드를 사전에 시장 조사하면서 모티브 얻었다. 그러다 보니까 비슷한 제품이 나온 거다. 그러니까 유사하지만 표절, 카피까지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데 전문가 눈으로 볼 때는 확실한 카피다?

    ◆ 이성동> 그렇죠. 보통 동대문 시장에서 카피를 할 때는 본인이 마음에 든 옷을 구매를 한 뒤에 그걸 공장에 혹은 간단한 설명서를 포함해서 소위 ‘던져준다.’고 얘기를 많이 합니다.

    ◇ 김현정> ‘던져준다.’ 용어예요, 거기 용어?

    ◆ 이성동> 그렇죠. 그래서 그 시장에서는 ‘이거 될 것 같아.’ 이런 것들을 샘플을 해서 그대로 혹은 여기 조금 바꿔서 혹은 허리같은건 서양인과 동양인의 신체적 차이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만 수정을 해서 바로 카피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현정> 던져주면서... 그러니까 될 것 같은 걸 ‘던져준다.’ 이렇게 표현한다고요. 그런 은어가 있을 정도라는 얘기는 이게 임블리만의 얘기는 아니라는 거군요?

    ◆ 이성동> 사실 저희 브랜드도 카피로 엄청 속을 많이 상했었거든요.

    ◇ 김현정> 카피 당해 보셨어요?

    ◆ 이성동> 네. 저희 컬렉션 디자인들이 그대로 그냥 동대문 시장에 아예 풀려버려서 저희가 그 시즌에 막대한 피해를 봤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얼킨이 패션쇼에 진출하는 업체거든요. 그러면 패션쇼 무대에 서고 나면 얼마 만에 똑같은 옷이 나와요, 시장에?

    ◆ 이성동> 거의 뭐 1, 2주 만에. 특히 중국 쪽에서는 온라인 사이트에 저희 패션쇼 사진을 그대로 올려놓고 판매를 하기도 하고요. 또 디자이너들한테 바잉을 하겠다고 속여서

    ◇ 김현정> 구입하고?

    ◆ 이성동> 그걸 중국으로 그대로 갖고 가서 그대로 카피해서 또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으로 역으로 수출하기도 하고요.

    ◇ 김현정> 역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그러면 그 카피 작업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기도 하고 중국 쪽에서 하기도 하고?

    ◆ 이성동> 네. 중국 쪽에서는 거의 기업 단위로 그렇게 카피를 많이 하고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쇼핑몰이나 혹은 시장 브랜드에서 그런 양산이 있습니다.

    ◇ 김현정> 세계 유수의 무슨 구찌니 루이비통이니 이런 명품 브랜드만 카피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회사들도 카피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군요?

    ◆ 이성동> 네, 맞습니다. 사실 쇼핑몰 보시면 매출이 엄청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실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들은 대개 매출 규모가 100분의 1도 안 됩니다, 보통이. 그런데 어쨌든 본인이 디자인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걸 카피해서 누군가는 그렇게 지금 주머니를 불리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지난번에 패션쇼 올린 다음에 표절 똑같이 당했을 때 법적 대응을 좀 해 보지 그러셨어요.

    SNS 판매자가 신진디자이너 패션브랜드 ‘얼킨’ 니트를 카피한 옷을 팔고 있다.

     

    ◆ 이성동> 그때 너무 황당했던 게 배우 이나영 님이 저희 니트를 입었었는데 그 드라마 사진하고 저희 패션쇼 사진을 그대로 갖다 쓴 것. 저희 로고까지 아예 노출이 됐었는데 정말로 법적 대응이 가능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쪽 쇼핑몰에 접촉을 해 보니 그러면 본인이, 자기가 이게 카피 상품인지 몰랐을 정도로 더 유명해져야 되지 않냐라고 역으로 저를 훈계를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이성동> 본인은 유통업자다 보니 동대문 시장에서 따다 파는 사람이다 보니까 카피인지 몰랐다라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아, ‘이 제품이 더 유명해졌으면 내가 한눈에 카피인 줄 알아봤을 텐데 나 카피인지 모르고 샀다. 더 유명해지세요,’ 이렇게?

    ◆ 이성동> 네. 그래서 정말 더 유명해져야겠구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됐고요.

    ◇ 김현정> 만약 법적 대응하게 되면 이게 잘 안 돼요? 이기기도 어려워요?

    ◆ 이성동> 사실상 저희가 시즌별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즌이 길어봐야 6개월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법적 공방을 하게 되면 보통 2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그때 그 브랜드의 가치는 시간과 비용 대비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본인이 그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가방 제품이나 혹은 스테디한 제품의 경우에는 법적 대응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임블리 쇼핑몰 판매 사진(왼), 명품 가방 (오) (사진=SNS 캡처)

     

    ◇ 김현정> 그렇군요. 다시 임블리 얘기로 좀 돌아와 보면 임블리라는 곳은 지금 말씀하신 유명한 명품들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거든요. 그런데 특이한 건 뻔히 디자인을 카피한 것같이 보이는데도 ‘자체 제작’이라는 타이틀까지는 왜 달았을까요?

    ◆ 이성동> 그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워딩 중에 하나인데요. 보통 자체 제작이라고 하면 더 품질에 신경을 쓰고 더 저렴하게 만들었다. 약간 그런 식의 마케팅을 함께 맞물릴 수가 있어서 이런 단어를 쓴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자체 제작이라는 걸 붙이는 순간 다른 쇼핑몰에서는 안 파는 귀한 거구나, 좀 독특한 거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신뢰하게 된다는 말씀?

    ◆ 이성동> 네, 맞습니다.

    ◇ 김현정> 한마디로 더 잘 팔린다?

    ◆ 이성동>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 했다가 명품사에서 걸리면 대대적인 소송당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감수하고 막 이렇게 했던 거예요?

    ◆ 이성동> 사실 그런 사례가 많이 없고 아직까지요. 너무 놀란 게 칼 라커펠트나 베트멍의 디자이너가 한국에 와서 너무 카피 제품들이 대놓고 동대문에 진열돼 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랐대요.

    ◇ 김현정> 너무 놀랐대요?

    ◆ 이성동> 그래서 그걸 가지고도 하나의 컬렉션을 하기도 하고.

    ◇ 김현정> 짝퉁만 모아서?

    ◆ 이성동> 약간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수준을 좀 낮추는 되게 창피한 그런 사건인데. 우리가 모두 좀 의식을 가지고 해결을 함께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그런 패션 업계의 디자이너분들이 모여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뭐라고 하세요?

    ◆ 이성동> 보통 쇼핑몰에서 터질 게 정말 터졌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서 좀 더 정화가 됐으면 좋겠다. 사실 자본력이 있는 쇼핑몰들에서 정말 의식을 가지고 신진 디자이너들한테 투자를 할 수도 있어요. 혹은 같이 협업해서 정말 자체 제작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요. 그런 의식 있는 행동들을 보여주면 우리나라 패션 업계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지금 실태가 어떤 건지 전반적으로 들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성동> 감사합니다.

    ◇ 김현정> 패션 브랜드 얼킨의 이성동 대표 겸 디자이너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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