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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로 잃은 ILO 핵심협약 논의, 대안은 있나



경제 일반

    활로 잃은 ILO 핵심협약 논의, 대안은 있나

    경사노위, 회의체 격상한다지만 합의는 어려울 듯
    남은 시간 고작 한 달 남짓…EU 압박 거세지면 제재 가능성 높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선(先)비준 후(後)입법 이끌어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논의를 재개한다.

    하지만 노사 갈등을 해결할 출구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어 '선(先)비준 후(後)입법'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사노위는 이달초 운영위원회를 열고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며 "다만 노동절이 지난 후 다음주초 사이에 관련 회의를 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부터 ILO 협약 논의를 이어왔던 경사노위 산하기구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장장 9개월에 걸친 노사정 대화가 끝내 결렬되자 지난달 15일 운영위로 관련 논의를 넘겼다.

    이틀 뒤인 17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주요 쟁점들이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에 입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경사노위를 통한 노사정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고 밝혀 경사노위 논의에 재차 힘을 실었다.

    하지만 노사정 차관급으로 회의체의 급만 높였을 뿐, 노사정의 주장이 평행선만 달리고 있기는 여전해서 운영위에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관련 논의를 넘기기 직전까지 노사관계위에서도 물밑 협상을 진행했지만, 노사가 각자의 요구사항만 주장할 뿐 의견을 좁히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사노위 자체도 내부 갈등으로 탄력근로제 개편이나 국민연금 논의 등 굵직한 노동 안건에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사회적 대화의 위상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경사노위 계층별 대표 노동자위원 3명이 보이콧을 계속한 바람에 본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7개 심의안건 의결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러는 동안 ILO 협약 비준을 위한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면서 관련 논의를 둘러싼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며 한-EU FTA에 대한 공식 분쟁해결절차에 돌입한 EU(유럽연합)는 사실상 다음달초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음달 10일부터는 ILO 100주년 기념총회가, 23~26일에는 EU 의회 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이때까지도 운영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다시 무역분쟁 해결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패널 소집을 요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지난달 28일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 문제를 통상 관련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는 등 사실상의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만약 한국이 한-EU FTA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정되면 '사실상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지난달 29일에는 이례적으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국제노동기구가 정한 핵심 협약 8가지 가운데 일부는 아직 비준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ILO 협약 비준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차라리 지지부진한 사회적 대화를 건너뛰고, 국회 법 개정에 앞서 정부가 과감하게 협약 비준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보수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권은 하나같이 ILO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사회적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 등으로 번번이 비준을 미뤄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무게를 두자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기대를 품었다.

    현 정부가 노사간 갈등을 적극 중재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대화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협약 비준을 주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입장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기본 입장으로 내세웠지만, 국회 동의만 이뤄지면 '선비준 후입법' 방식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반복해 인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후 예상되는 부작용을 사회적 대화로 풀어간다면 국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과거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해온 약속으로, 보수야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도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내놓고 직접 동의를 구하며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작 한-EU FTA 체결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 조약, 협약 비준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ILO 핵심협약은 기본권으로 보장할 문제이므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사용자의 허락을 받고 처리하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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