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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없는 김용균법…노사 모두 반발하는 까닭은?



경제 일반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노사 모두 반발하는 까닭은?

    도급제한·승인 업종 너무 좁아…'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되풀이
    낮은 처벌 수위도 그대로…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야
    경영계도 "모호한 작업중지요건 명확하게 정리해달라" 요구

     

    최근 정부가 이른바 '김용균법'의 하위법령을 내놨지만, 노사 모두 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반쪽짜리 법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홀로 야간 순찰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 씨의 죽음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핵심은 위험한 업무엔 무분별한 도급을 제한하고,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일어나면 그 책임을 원청에도 묻겠다는 내용이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업장에서 고농도 황산·불산 등을 취급하는 설비를 다루는 작업이나, 관련 작업을 하청으로 주려면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는 김씨의 유족과 함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가 모여 김씨의 묘역에서 묘비와 추모조형물을 세우는 제막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이른바 '김용균법'을 반기기에 앞서 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먼저 터져나왔다.

     

    노동계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개정안의 도급 제한·승인 업종 범위가 너무 좁아서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김씨가 일했던 전기사업 설비 운전 및 점검·정비·긴급 복구 업무, 2016년 구의역에서 숨진 김모 군의 궤도사업장의 점검 및 설비 보수작업은 도급제한은커녕 도급승인 대상에서도 빠졌다.

    이 외에도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가장 심각한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업의 위험작업 등 노동계가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도급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사업 대부분이 도급 승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건설 기계의 종류도 겨우 타워크레인 등 4종 뿐이어서 이동식 크레인이나 지게차, 덤프 트럭, 굴착기 등 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장비들이 대거 빠졌다.

    너무 낮은 처벌수위도 그대로 남은데다 처벌의 하한선이 없기 때문에 사업주가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곳에서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도 겨우 벌금 수백만원만 물고 넘어가던 관습도 그대로 남았다.

    제막식을 진행한 대책위는 "2016년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432만원이고, 지난 10년간 산재사망 사고를 당한 사업장 책임자 중에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전체의 0.5%”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17년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사업주나 법인·기관의 경영책임자가 산안법을 어기거나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산재사망사고가 일어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경영계도 이번 시행령을 놓고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산재 위험이 급박하거나 재해가 확산될 수 있을 때 내려지는 작업중지 명령 요건이 모호해 정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남발하거나, 작업중지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작업중지 해제 절차가 최대 4일로 설정된 점을 놓고 경영계는 너무 오래 걸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상한선을 정한 바람에 졸속 처리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김용균법' 시행령 논란에 대해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는 "김씨 사고로 발전소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가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며 "정부는 하위법령을 통해 김씨와 같은 발전소 용역노동자들의 '죽음의 외주화' 고리를 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급승인물질에 대해 "발전소 원료인 석탄에서 발암물질인 밴젠이나 이산화규소, 수은, 납 등 유해물질이 나오고, 결국 발전소 노동자들이 이를 지속적으로 흡입하고 있다"며 "도급, 용역 제한 대상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입법예고된 하위법령 내용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편의점에서 청소년에게 담배만 팔아도 영업을 정지시키고 몇백만원씩 벌금을 매기지 않느냐"며 "연간 2400건씩 발생하는 산재사망사고를 줄이려면 사업주가 반드시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을 바꿀 만큼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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