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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퓰리처상 김경훈 "셔터 누르는 순간, 알았다"



사회 일반

    [인터뷰] 퓰리처상 김경훈 "셔터 누르는 순간, 알았다"

    로이터 사진팀 11명 함께 수상
    장벽 넘는 난민들 취재 프로젝트
    셔터를 누르는 순간 생생히 기억나
    옷이 없어 '기저귀, 엘사 티셔츠'
    늘 한 손엔 카메라 한 손엔 수첩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경훈(로이터 통신 사진기자, 퓰리처상 수상)

    최루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난민' 사진을 촬영한 로이터 통신 김경훈 기자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보도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저 멀리 미국 땅이 보이는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앞에 이민자들의 행렬이 보입니다. 방금 막 떨어진 최루탄에서는 하얀 가스가 피어오르고요. 한 어머니가 이 최루탄을 피해서 두 딸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도망을 갑니다. 이 어머니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요. 미국 애니메이션의 상징이죠. 디즈니사의 ‘엘사’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이 순간을 포착한 건 로이터통신의 한국인 기자 김경훈 씨였는데 바로 이 사진으로 김경훈 기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 직접 만나보죠. 김 기자, 안녕하세요?

    ◆ 김경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김경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엄청 어마어마한 상을 받은 걸 실감은 하세요?

    ◆ 김경훈> 글쎄요. 저 혼자 이 상을 받은 게 아니고 저를 포함해서 총 11명의 로이터통신 사진 기자가 같이 이 상을 받았거든요.

    ◇ 김현정> 팀으로. 그렇죠?

    ◆ 김경훈> 팀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번에 상을 받게 된 포토 스토리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테말라나 온두라스 같은 중남미에서 출발해서 멕시코를 횡단해서 건너간 캐러밴들이 결국은 장벽을 넘었고 그 장벽을 넘은 뒤에는 국경 수비대에 잡혀서 수용소에 갇힌다든가 아니면 강제 추방당한다든가 이런 과정에서 부모님과 헤어졌던 아이가 가족과 다시 만나는 과정 등 이런 여러 가지를 저희가 장기간에 걸쳐서 취재했던 프로젝트였거든요.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니 이 화제의 사진을 찍게 된 그 순간이 좀 기억이 나세요?

    ◆ 김경훈> 바로 국경 장벽 앞에서 3m에서 5m 정도 떨어진 거리였는데요. 이 최루탄이 터지고 아이들을 데리고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취재를 해서, 도망가는 과정까지 제가 여러 장의 사진을 계속해서 취재를 했기 때문에 그 당시 순간은 생생히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도 그날의 중요한 이슈가 되리라는 건 저도 짐작을 하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셔터를 누르면서 이 사진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사진이구나. 상당히 중요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으셨군요.

    ◆ 김경훈> 그렇습니다.

    ◇ 김현정> 실제로 이 사진이 미국을 뒤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도 많고 논평도 많았는데 이 사진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 김경훈> 일단은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했던 건 ‘거친 사람들이 오고 있다. 그리고 갱단들이 오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금 5000명이 넘는 미군 군대를 국경 지역에 배치하기도 했었거든요. 제 사진 속에 있는 건 갱의 폭력을 피하고 아이들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주기 위해서 먼 길을 떠나온 그런 여성과 어린아이들. 그런 사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장벽 앞에서 그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수비대의 최루탄 내음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캐러밴들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른 실상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좀 흔들어놨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갱이고 마약을 하고 절도를 하고 강도를 하는 그런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트럼프는 얘기했는데 김경훈 기자가 포착한 그 사진 속의 사람은. 심지어 5살 아이가 기저귀를 차고 있어요. 그러니까 얼마나 급박하게 나왔는지. 엄마는 엘사 그림이 그려져 있는, 미국의 상징이죠.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었는데 제 느낌에는 그 옷도 아동용 같아요. 어디서 헌옷을 빌려입은 건지 어떤 건지 막 터질 것 같은 작은 옷이더라고요.

    ◆ 김경훈> 맞습니다. 제가 그 사진을 취재하고 다음 날 그 가족을 만나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일단 아이들이 기저귀를 차게 된 이유는 바지가 없어서입니다.

     

    ◇ 김현정> 입을 바지가 없어서요?

    ◆ 김경훈> 이 사람들이 온두라스 출신의 난민들인데요. 캠핑용 텐트를 어디서 얻어가지고 그 안에서 자기네 가족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가족, 두 가족이 그걸 같이 쓰고 있었고요. 그런 상황 속에서 통 바지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급한 마음에 기저귀만 채워서 애들이랑 나온 거고요, 바지 대신에. 그리고 그 엄마가 입고 있는 옷도 누군가로부터 기부된 옷을 받은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거의 아동복 수준의 작은 옷인데 옷이 없으니까 그걸 입고 있어서 터질 듯이 보였던 거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 사진 한 장이 얼마나 많은 걸 얘기하는지 몰라요. 그래서 이게 잘된 사진이었고 어떤 글보다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데 김 기자님, 그래서 그 온두라스 모녀들 어떻게 됐어요, 결국?

    ◆ 김경훈> 다행히도 제 사진이 많은 반향을 일으켜서 작년 12월 말에 미국에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사진의 힘이 큽니다. 그만큼 시각적인 것… 사람들은 사진을 믿거든요. 그런데 김 기자님. 혹시 사진도 거짓말을 합니까?

    ◆ 김경훈> 네. 사진도 거짓말을 하고요. 그리고 찍은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이 그것을 오해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사진은 저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어서 디지털 사진이 생기고 그리고 스마트폰이 생기고 그리고 소셜미디어라는 게 대중화되면서 사진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러는 과정에서 사진이 오해되기도 하고 잘못 이해되기도 하고 또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 그런 언어로서의 측면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 김현정> 생각해 보면 사진이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게 거짓말을 하면 이게 더 큰일이네요.

    ◆ 김경훈>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 김경훈> 또 사진 기자의 일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는 게 단순히 사진만 찍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한 손에는 언제나 카메라를 쥐고 있고요. 다른 한 손에는 언제나 펜과 수첩이 있습니다. 그래서 취재해서 진실을 밝히고 보도해내는 건데 단지 그걸 한 장의 사진으로 함축을 해서 보여주는 게 저희 일인 거죠.

    ◇ 김현정> 그러네요. 갑자기 궁금한데 김경훈 기자 같은 퓰리처상을 탄 사진 기자도 혹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이런 SNS에다가 사진 올리세요?

    ◆ 김경훈> (웃음) 일단 저도 올리죠. 제가 마음에 드는 취재가 있으면 이렇게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든가 페이스북에는 관심 있게 본 기사들을 공유하고. 그 정도 수준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사진이나 그런 거는 잘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거기에 좋아요 누르면 막 숫자가 올라가잖아요. 그런 것 보고 좋아하기도 하세요, 보통 사람처럼?

    ◆ 김경훈> 그럼요. 로이터에서 취재한 사진은 뉴욕타임스 1면에 쓰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신문에 1면에 쓰이기도 하고 하는데 그럴 때도 물론 기분이 좋지만 인스타그램에 제가 오늘 취재한 사진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좋아요를 올려서 이게 제 스마트폰이 띵띵거릴 때마다 일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띠링띠링 좋아요 올라갈 때.

    로이터 통신 김경훈(44) 기자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보도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 김경훈> (웃음) 네. 그래서 아마 제 SNS를 위해서 맺어진 사람들은 뭔가 친밀한 그룹에 속하잖아요. 그런 그룹 안에서 좋아요를 인정받는다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 김현정> 재미있네요. 그러니까 저는 오늘 짧은 시간 인터뷰 나누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러니까 사진, 찍는 사람의 의도가 담긴 것. 그렇기 때문에 보도사진을 찍는 기자들은 한 번, 두 번 거듭 팩트 체크를 하면서 사진에다 의미를 담는 거라는 것. 보는 우리들도 그걸 읽어야 된다는 거. 사진을 읽어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들고요. 김경훈 기자 하여튼 잘하셨어요. 앞으로도 기대하는 바가 저희가 큰데 끝으로 나 이런 사진 찍고 싶다. 어떤 꿈이 있다면?

    ◆ 김경훈> 아무래도 북한 취재를 조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1차,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제가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가서 취재를 했었는데 단순히 그런 국가 정상들 간의 그런 것뿐만이 아니라 북한의 어느 지역을 방문해서 그들이 살고 있는 그런 모습을 조금 더 진솔되고, 그리고 스트레이트하게 취재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 김경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좋은 사진 앞으로도 많이 내주세요.

    ◆ 김경훈>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김경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 국적의 사진기자로서는 최초의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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