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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안하는 사장 부인에게 꼬박꼬박 월급…바이오벤처의 민낯



기업/산업

    출근도 안하는 사장 부인에게 꼬박꼬박 월급…바이오벤처의 민낯

    직원 "10년동안 사장 부인 얼굴 3번밖에 못봐"
    사장 "아내는 비상임 이사, 토요일 오후 이사회 열어 일했다"

    대장균을 배양했던 용기들이 개수대 옆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대장균 배양 폐액은 하수구에 무단방류됐다고 직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충남 대전시의 바이오벤처기업인 E사는 유전자 진단시약이나 단백질 분석칩 등을 만들어 전국의 병원이나 대학 연구실 등에 납품해오고 있다. 지난 1999년 박사 출신 S씨가 설립한 이 회사는 그 이듬해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으로부터 벤처기업 지정을 받고 2002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선정하는 우수벤처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잘 나가는' 바이오벤처 기업의 민낯은 이와 다르다는게 내부인들의 얘기다. 직원 Y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짜 직원' 얘기부터 꺼냈다.

    "회사의 급여대장을 봤더니 사장의 아내 P씨가 10년째 '이사' 자격으로 월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입사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P씨를 회사에서 본 것은 단 세 번 밖에 없었습니다. 한번은 자동차를 가지러, 또 한번은 놀러, 다른 한번은 근처를 지나가다 그냥 들렀다며 회사를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기본급으로만 3억원이 넘는 급여가 P씨에게 지급됐습니다."

    실제로 Y씨가 제시한 이 회사 급여대장 파일에는 P씨가 매달 250만원~300만원에 이르는 기본급을 꼬박꼬박 받고 있었다. 여기에 매일 출근하는 직원들과 똑같은 액수의 식대수당과 생리수당까지 별도로 받고 있었다.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사장의 아내 P씨는 지난 2007년 12월 이사로 취임해 두 번의 중임을 거쳐 최근까지 자리를 유지했다.

    직원 Y씨는 "사장이 자신의 아내를 '유령직원'으로 둔갑시켜 월급을 이중으로 타간 셈"이라며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장 S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아내는 '비상임' 이사로서 할 일을 다해 급여를 지급한 것"이라며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사항을 의논하고 결재도 했다. 이사회 회의록도 다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아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직원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이사회는 휴일인 토요일 오후에 열었다"며 "일개 직원이 회사 전체의 내용도 모르고 언론에 (허위)제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12년간 감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A씨는 사장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이사회를 연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이사회에 제가 참석한 적도 없었구요. 이사회가 열리는 것을 본 적도 없었습니다."

    상법상 감사는 이사회 참석 대상은 아니지만 이사회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가 열리면 회사는 감사에게 이사회 개최 사실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 '이사회가 열렸다'는 사장 S씨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실제로 열렸는지, 그 이사회에 아내 P씨가 이사 자격으로 정말 참석했는지 의혹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이사회에 참석도 하지 않고 월급을 타갔다면 직원 Y씨의 주장대로 횡령이나 배임, 또는 조세포탈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같은 의혹에도 사장 S씨가 아내 P씨를 직원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서류도 다 갖춰놨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사회가 가족으로만 구성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이 회사의 이사회는 대표 S씨와 아내, 손아래 처남 등 3명으로만 구성됐다.

    유령직원 의혹이 불거지고 Y씨가 지난해 11월 이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기하자 회사는 지난 2월 대표의 아내 P씨를 이사에서 슬그머니 해임했다.

    ◇ 주택가에 있는 회사, 폐기 화학물질 하수구에 무단방류 의혹도

    전현직 직원들은 이 회사가 폐기되는 화학물질이나 생화학 물질을 하수구에 무단 방류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직원 Y씨는 "대장균에 유전자 조작물질을 주입해 배양한 뒤 세포만 걸러내고 폐액은 하수구에 그냥 버려왔다"며 "한달이면 배양 폐액이 100리터를 넘긴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체 폐기물은 양이 적어 전문처리업자에게 맡겼지만 액체 폐기물은 처리하는데 돈이 들기 때문에 상당량이 개수대에 버려졌다"고 전했다.

    대장균과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는 이 회사는 특이하게도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옆으로는 어린이집까지 인접해 있다.

    Y씨는 "사장에게 무단 방류 문제를 제기하자 '조금씩 버리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폐액 무단 방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장 S씨는 "대장균 등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경우는 그동안 우리가 법을 잘 몰라 위법한 사항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올들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LMO법(유전자변형생물체 국가간 이동에 관한 법)에 따라 LMO폐액을 철저히 처리해야하는 것은 올들어서야 의무사항이 됐다"며 규정 준수 사실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일반 유기화합물 폐액은 이전부터 처리업자에게 맡겨 적법하게 처리해왔다"며 무단방류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회사 연구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 B씨는 "원액 폐액은 그냥 깡통에 모아서 회사 뒷마당에 쌓아놨고 희석된 폐액이나 세척액 등은 하수구에 흘려 보냈다"고 반박했다.

    B씨는 "원래는 처리업자에게 맡겨 처리하고 처리된 양도 장부에 기입해 관리해야 하는데 내가 재직했던 기간동안 생색내기식으로 한달에 폐액을 5리터 처리했다고 기입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실제로 처리업자를 통해 처리된 적은 딱 한번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방류된 폐액은 메탄올, 톨루엔 등이 있었고 발암성 가능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는 그냥 하수구에 버렸다"며 "문제 제기를 하면 사장은 그런 거(위탁처리)는 필요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직원 Y씨는 이같은 문제 이외에도 이사로 재직중인 처남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과 연차휴가를 인정하지 않는 등의 근로조건 문제도 국민권익위에 제소하며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사장 S씨는 "직원들의 인권침해 방지와 회사의 안전보장 및 기밀유지"를 이유로 연구직인 Y씨의 연구실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내리며 압박하고 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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