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자격증 갖춘 장애인 조리사 '학교급식' 탈락한 사연



교육

    자격증 갖춘 장애인 조리사 '학교급식' 탈락한 사연

    장애인 조리사 단독 응시, 현장 적응평가도 없이 탈락시켜
    강서양천교육지원청, 15분 면접으로 "심사기준에 의해 탈락" 결정
    학교급식 조리사 장애인 채용 저조, 특수성 있지만 "세심한 배려" 필요
    "장애인 조리사, 1주일 정도 현장적응 테스트 있어야"

    조리사 자격증을 갖춘 발달장애 3급 박씨(24세)가 17일 700명 안팎의 시장 상인들에게 단체급식을 하는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일반 단체급식업체에서 2년5개월간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24살 박 모씨.

    양식,한식,일식,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갖춘 박씨는 올해 2월 강서양천교육지원청 장애인 조리원 채용 공모에 응했다. 2명 모집에 한 명만 응시해 합격할 걸로 낙관했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에 박씨와 박씨의 아버지 박정훈씨는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왜 탈락했는지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인사 문제이므로 그 사유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박씨가 탈락에 의문을 갖는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17일 그의 근무처를 직접 방문했다.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인 박씨는 퇴근 무렵에 방문한 기자를 활기찬 모습으로 맞이했다.

    발달장애 3급으로 언어 장애가 있다는 얘기만 듣고서, 박씨를 직접 대면해보니 언어 구사력은 정상인과 다를 바 없이 무난했다.

    박씨는 서울의 한 대규모 상가 상인 700명 안팎을 대상으로 부페식 단체급식을 하는 업체에서 동료 조리사 4명과 함께 조리업무를 하고 있다.

    박씨와 2년 5개월간 함께 근무해온 조리사 10년 차인 민 모씨(33세)는 "동료 조리사 4명이 박씨를 번갈아가며 지도해주고 있다. 박씨가 이해력이 조금 낮고, 암기력이 약간 떨어진다. 조리하면서 양념 1~2개가 빠지면 옆에서 도와준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 단점만 보완하면 박씨가 학교급식 조리사로 가도 무난하게 잘할 것이다"며 "일반 단체급식이 학교급식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에 학교 급식조리사로 박씨를 채용하는 문제는 그의 단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의 입장은 어떤가. 장애인 조리사 채용을 담당했던 과장은 "학교급식은 9시에서 11시30분에 조리를 끝내야 한다. 학교급식은 너무 짧은 시간에 집중하는 강도가 세기 때문에 일반 회사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일반 성인 여성 조리사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발달장애 3급이 며칠이나 근무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박씨를 탈락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심사 기준에 의해 탈락시켰다"고 하면서도,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교장,교감,영양사와의 인터뷰 요청은 물론 평가항목 및 점수, 면접관 의견서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자격증 갖춘 장애인 조리사 단독 응모, 현장 적응평가도 없이 탈락시켜

    조리사 자격증을 갖춘 장애인 조리사가 단독 응시 했다면, 그 응시자가 학교급식 조리사로 적응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마땅하다.

    박씨는 "왜 학교급식 조리사로 채용하지 않는지 이해 못했다. 학교급식과 일반 단체급식이 같아서 적응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가? 조리사 여사님이 부적격 판정을 했나?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적합여부를 테스트해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테스트도 안 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씨를 이끌어준 민씨 역시 "박씨를 탈락시킨 건 검증이 안 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을 것 같다. 1주일 정도의 테스트 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조리사 장애인 채용 저조, 특수성 있지만 "세심한 배려" 필요

    학교급식 조리사의 장애인 채용은 저조하다. 서울시교육청 관내 11개 교육지원청에서 지난 3년간 76명(3년간 누적)의 장애인 채용 공고를 냈고, 24명이 응시했으나 3명만 채용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급식 조리사 4,084명 중 장애인은 6명에 불과하다. 법정 의무고용 인원 120명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반면 전국 시·도교육청 소속 비공무원의 경우 전체 15만 6,500명 중 장애인은 4,900명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 2.9%를 초과해 3.13%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학교급식 조리사 업무 특성상 장애인 의무 채용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다.

    하지만 일반 기업에서도 장애인 조리사를 채용하는 만큼,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장애인 조리사 채용에 적극적인 의지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혜를 요구하는 것 아니다, 정당한 평가를 해주길 바랄 뿐"

    박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동료 조리사에게 민폐를 끼친다면 학교급식 조리사에 응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평가를 해주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장애인 차별 금지 교육을 하고, 장애인 특수학급을 함께 운영하면서도 정작 교육청이 장애인 채용을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개탄했다.

    장인홍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장애인 조리사 채용 공고에서 2명 중 1명만 지원했고, 그 지원자가 사기업 근무경력이 있어 충분히 자격이 되는데도 채용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장애인에 대해 편파적이고 옳지 못한 행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이 사안의 문제점을 따져 묻고 보완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