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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영화 '썬키스 패밀리' 감독이 고백한 가장 큰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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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예산 영화 '썬키스 패밀리' 감독이 고백한 가장 큰 아쉬움

    [노컷 인터뷰] '썬키스 패밀리' 김지혜 감독 ②

    영화 '썬키스 패밀리' 김지혜 감독을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썬키스 패밀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는 지난 2017년 제작돼 올해 봄에야 관객들을 만났다. 금실 좋은 부부와 4차원 같은 매력을 뽐내는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자주 부침이 있었다. 19금 섹시 코미디로 가는 게 어떻냐는 회유가 많았다.

    김지혜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배우들은 '썬키스 패밀리'만이 지닌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특유의 분위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그 뜻에 동의한 투자사를 만나 본래 취지가 크게 손상되지 않은 채로 완성됐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예산이 적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혜 감독은 "한 컷 내지는 두 컷까지밖에 갈 수 없었던 것"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한 해에 셀 수 없이 많은 영화가 개봉하지만, 여러 여건상 관객들은 아주 소수 작품의 개봉만을 인지하는 현실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쉽지 않지만, 관객들이 작은 영화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도 전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작품의 화자인 막내딸 진해 역의 이고은을 비롯해 배우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고은 양 캐릭터가, 본인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완전 순수 덩어리다. 저희끼리 그랬다. '(진해가) 있는 그대로 고은이 모습 같지 않아?'라고. 남자친구 역이었던 한빈이(동식 역)도 비슷한데 실제가 좀 더 귀엽다. 어떤 순간에 진지함이 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랄까. 영화 찍으면서 저한테 유일하게 '감독님, 이건 아니에요'라고 한 사람이다. 저는 OK를 했는데. (웃음) 이준익 감독님도 '이거 한 번 찍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부탁하셨는데 한빈이는 '감독님, 이건 아니에요! 한 번 더 갈게요'라고 했다. (웃음) '이건 너무 말이 빨라요. 여운이 있어야 돼요' 이런 것도 얘기한다. '여기하고 여기하고 마가 너무 뜨잖아요. 한 마디만 더 하면 안 돼요?' 이러는데 감으로 아나 보다. 타고난 아이들을 만났다.

    고은이랑 한빈이가 같이 알콩달콩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별다른 대사가 없었다. 그때 고은이가 갑자기 '감독님, 제가 여기서 아무 말도 안 하나요? 너 왜 이렇게 많이 먹냐? 라고 말하면 어떨까요?'라고 하더라. 그러라고 했다. (웃음) 한빈이는 '야, 이거 봐~' 하면 자기가 가져가보는 게 맞다면서 애드립을 했다. 너무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희순 선배님, 진경 선배님, 슬혜님, 보라님, 상훈님, 성범님 다 너무 편안하게 자유롭게 해 주셨다. 강압적이거나 이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진짜 재미있게 찍은 것 같다.

    '썬키스 패밀리'의 화자 진해 역을 맡은 배우 이고은 (사진=영화사 두둥)

     

    ▶ 미희 역을 맡은 황우슬혜가 앵무새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건, 아마 보도자료에 없었으면 몰랐을 거다.

    마침 큰소리가 나면 앵무새가 (따라) 얘기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슬혜 님이 그 좁은 녹음실에서 '아~ 오빠!' 이걸 한 시간을 하셨다. 얼굴 시뻘게지면서. 빠르게도 하고 톤도 바꾸면서 하고. 고생하셨다.

    ▶ 언론 시사회 때도 '출산 장려 드라마 같다'는 평이 나왔는데, 이 같은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스토리로 보자면 유미 얘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갱년기를 맞았고, 생리를 하지 못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족들마저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하니까 고립된 느낌을 받는 거다. '왜 너희들은 나를 배려하지 않는데?' 하고. 그 나이대 여성분들이 겪는 고독함이 있는 것 같다. 가족이 서로 화해하고 화목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면 몸 상태도 변한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행복하게 지내고 웃고 떠들다 보면 좋아지고, 그만큼 가장 근본은 사랑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거다.

    유미가 엄마한테 '엄마, 나도 (생리) 했다 안 했다 해. 엄마 딸도 늙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40대~50대 여성들이 이런 고민을 남편이나 자식한테는 말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왠지 쓸쓸하고 슬픈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이런 걸 무겁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 유미가 생일파티에서 '왜 너희들을 나 신경 안 쓰는데!'라고 하는 장면에서 그 나이 또래분들은 울컥하셨다고 한다. 왜 거기서 상을 뒤집어엎을 정도로 화가 났는지를 이해해서가 아닐까. 극중 인물 중 어느 연령대와 가까운지에 따라서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미줄과 거미가 나온다. 그 거미가 사실은 준호의 감정을 따라간다. 처음에는 정말 뭣도 모르고 준호가 걷어낸다. 자기도 모르게 미희를 만나서 집에 위기가 찾아오는 거다. 거미줄이 망가질 때마다 집안에 위기가 온다. 동식이가 후~ 불어서 거미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한 가장이 집을 지켜나간다는 건 정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제작비가 엄청 부족해서 거미줄을 CG로 만들 수 없었다. 나무젓가락 2개를 가지고 거미줄을 걷으러 다녔다. 거미줄을 저희 세트로 옮겨서 촬영했다. 하필이면 촬영이 다 밤에 잡혀서 밤에 그걸 했다.

    ▶ 제작비가 적었다고 언급했는데, 저예산 영화여서 감독으로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너무 많다. 아, 가장 아쉬운 부분은 그거 같다. 한 컷 내지는 두 컷까지밖에 갈 수 없었다는 것. 배우분들이 훨씬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한두 번 안에 끊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 (배우들) 컨디션이라는 게 있지 않나. 48시간 풀로 찍고서도 한두 번 안에 끝내야 한다는 게 진짜 아쉽다. 배우 의상도 본인들이 준비해 온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소품도 그렇고. 엄청 많은 부분이 서운한 게 있다. 더 충분히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게 잘 안 된 것 같아서.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썬키스 패밀리'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요즘 추세를 보면 큰 영화는 점점 커지고, 작은 영화는 정말 소규모로 개봉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영화 한 작품에는 엄청 많은 것들이 들어간다. 다 제작하고 나도, 후반 작업, 마케팅까지. 저희가 버스나 TV에 (광고) 나갈 수도 없고, (덜 알려지니) 관이 적고. 많이 속상하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논리에서 벗어나면 안 되니,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주시는 방법밖에는 없다. 요즘은 어떤 영화들이 있나, 하고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서 다행이다.

    감독도 그렇고 배우도 회사도 양극화되어버리면서 기회 자체가 너무 줄어드는 것 같다. 많은 배우가 갈 곳이 없고, 많은 작가와 감독이 글을 써도 쓰일 데가 없고, 이런 것들이 가슴 아프다. 영화 한 편은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최소 1~2년 걸리고, 작은 영화는 (예산이 적어)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많은 관객에) 보여줄 수 없다는 것 자체가 가슴아픈 일인 것 같다. 요즘 돌아다니면서 '썬키스 패밀리라는 영화 개봉한다는데 아세요?' 이러고 다니는데 아는 분이 거의 없었다.

    ▶ '썬키스 패밀리'가 어떤 이야기가 되길 바라면서 만들었는지, 또 관객들은 어떻게 보았으면 좋겠는지 이야기해 달라.

    있는 그대로, 날 것 같은, 살아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너무 잘 다듬어진, 완벽한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툭툭 얘기하다 보면 뭔 행동을 할지 무슨 말을 할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지 않나.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어릴 때 되게 생뚱맞게 했던 행동이나, 우리집에서도 있을 수 있는 그런 얘기를 담았다. 스토리를 잘 짜맞췄다기보다는 이야기를 툭툭 잘 던지고 싶었다. 그래도 지키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그건 진해의 시선이다. ('썬키스 패밀리'는) 어른들의 시선에 맞춰서 보는 영화는 아니다. 진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까지의 얘기였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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